“힘들게 농사 지어야 품질도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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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농사 지어야 품질도 좋아집니다”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1.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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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1세대 김창한 오창농협조합장

농약과 비료 대신 퇴비를 만들어 지력(地力)을 높이고 해충을 구제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고….
충북 유기농 1세대로 통하는 김창한 오창농협조합장은 예나 지금이나 천상 농사꾼의 모습이다. 희끗희끗 반백인 머리에 우악스러울 정도로 보이는 인상이 그렇다. 두툼한 손은 또 어떻고 평생을 흙과 함께한 그의 지난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가 안내한 곳은 오창과학산업단지 내에 있는 산호복집. 미나리와 콩나물, 갖은 신선한 채소와 함께 맑게 끓여낸 복국이 목부터 뱃속 깊이 시원하게 해 준다고 한다. 조합장이라는 자리 탓에 피할수 없는 잦은 술자리 다음날 속풀이로도 안성맞춤이다.

그는 맑게 끓고 있는 복국을 가리키며 “주재료인 복어도 중요하지만 시원한 국물맛의 비결은 채소다. 채소가 신선해야 맑은 복국의 제 맛이 우러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채소라면 더 할 나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도 포기한 채 농사를 지었다. 토마토를 재배하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을 방법을 찾았고 그러다 유기농법에 매료됐다.

5년여의 실패 끝에 성과가 나타났다. 작목반을 조직해 유기농법 확산에 나서다 지역농협 조합장까지 됐다. ‘유기농 조합장’이라는 별명이 대변하듯 그는 오창을 최고의 친환경 농업지역으로 육성하겠다며 뛰어다녔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오창에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지어 문을 열었다. 4000㎡ 부지에 자리잡은 유통센터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만 선별해 포장, 공급까지 이뤄지는 시설로 판로개척과 마케팅의 메카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그는 “유통센터를 설립해 부족하나마 유기농산물 마케팅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를 통해 유기농업이 확산되고 농가소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유기농법을 버리지 못한 것은 ‘농사는 힘들고 어렵게 지어야 품질도 좋다’는 고지식한 믿음 때문이었다. 농약을 뿌리고 화학비료를 주면 병충해도 줄고 수확량도 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 몸에 좋은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오창지역 친환경 농업 규모가 전국에서 제일 넓은 330만㎡에 이른 것도 이같은 그의 고집이 한 몫했다.

더욱이 80%가 저농약인증인 타 지역에 비해 오창은 친환경농가의 80% 이상이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유기농은 농약을 전혀 사용치 않는 친환경농업의 최고 수준으로 수년 이상의 토양개량 등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쉬운 것은 유기농 농가들이 노력에 비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친환경농산물이 유행처럼 쏟아지며 정작 단계가 높은 유기농산물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친환경농업에 대한 기준이 강화될 예정이어서 상대적으로 수준이 높은 지역농가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청원군 49개 초·중·고에 친환경 쌀을 공급했고 SK그룹과도 결연을 맺어 판로를 확대하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앞으로도 유기농법 보급과 영농기술 발전에 작으나마 힘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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