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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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0.02.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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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손부남

의외였다. 서양화가 손부남 씨(53)가 레스토랑 ‘뜰팡’(043-222-8882)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골목의 짜글짜글찌개집이나 할머니가 운영하는 칼국수집을 좋아할 것 같은 이 화가는 서양의 저택처럼 웅장하면서도 세심한 인테리어가 빛나는 이 레스토랑을 추천했다.

“가끔은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벗어나고 싶다. 근처에는 국립청주박물관이, 레스토랑 아래 층에는 옹기박물관이 있는 이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사람은 행복해진다”는 게 이유였다.


어쨌든 이 날 손부남 씨 덕분에 눈과 입이 호사를 누렸다. 안심스테이크는 맛도 있지만, 과일과 채소 등으로 아름다운 색깔까지 연출해 보기에도 좋았다.

손 씨는 “요리는 색과 형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술과 관련성이 많다”며 음식을 내올 때마다 예찬했다. 조형미가 특히 돋보인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야채와 과일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 연한 안심스테이크, 그리고 후식으로 내온 과일과 커피까지 모두 맛있어 우리는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손부남 씨는 요리에 꽤 관심이 많다. 평소에 요리를 즐겨 하는데다 한국도자기 요리교실에서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외국 나갈 때마다 그 나라의 독특한 식재료를 사다 외국요리 만들기에도 도전한다는 것. 얼마전에는 중국에서 숯을 넣어 가열하는 재래식 신선로를 사왔다고 자랑했다. 틈틈이 요리책을 탐독하고, 아들까지 호주 시드니의 ‘르 꽁드 블루’ 요리학교로 유학을 보냈다고 하니…이 정도면 관심을 넘어 애정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 씨는 35년동안 화가로 살아왔다. 충북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뒤 잠깐 동안 미술교사로 재직했지만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위해 그만두었다. 그 뒤 어떤 일에 종사한 적이 없고, 어떤 직책도 가진 적이 없다. 미술관련 협회에서 감투 한 번 쓴 적이 없다. 오로지 그림만 그렸다.

그동안 개인전 19번에 단체전 120회의 실적은 한 우물만 판 손 씨의 내공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작가로 인정을 받고 있다. SK텔레콤·국민은행·충북도교육청·라마다플라자청주호텔 등에 가면 그의 그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딸도 국민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 언젠가는 ‘부녀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지난해 4월 진천 공예마을로 이사했다. 작업장과 가족들이 살 집을 짓기 위해 11년전 계획했던 일을 마침내 실현한 것이다. “집을 짓기 위해 조그만 절을 한 채 사서 목재와 기와를 모으고, 학교 강당 허무는데 가서 마루바닥을 뜯어왔다. 그리고 전국을 다니며 돌과 나무를 사오고, 외국에 나가서도 필요한 물건을 사 모았다. 집은 몇 개월만에 뚝딱 지으면 재미가 없다. 나는 지금도 늘 집을 가꾸고 손본다. 작가의 집은 역사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신념 때문인지 작가의 집은 여느 집과 확실히 달랐다. 모든 물건에 스토리가 담겨 있다. 누군가 쓰던 것을 기막히게 살려내는 ‘재활용의 대가’인 손 씨의 집에 가면 이 것 저 것 구경할 게 많아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어려운 길이지만 작가로 사는 게 행복하다”는 그는 오는 3월 진천 작업장에서 전시회를 연다. 그리고 마당에서는 바비큐 파티를 한다는 것. 솜씨좋은 그가 작품과 음식으로 얼마나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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