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가장들이 떳떳하게 자립할 때 가장 신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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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가장들이 떳떳하게 자립할 때 가장 신나지요”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0.03.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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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모자자립시설 ‘상록수’ 원장

3월들어 내린 폭설은 눈을 치워야 하는 수고로움과 환상적인 눈꽃을 감상할 기회를 동시에 주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로는 깨끗이 치울수록 좋지만, 화려한 눈꽃들은 오래 두고 보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를 버티지 못했다. 어쨌든 도심을 벗어나 청원군 남이면으로 가는 설경은 아름다웠다. 정은경 청주YWCA 모자자립시설 ‘상록수’ 원장(47)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상록수’는 무주택 모자세대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기관으로 청주YWCA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정 원장은 89년 청주 YWCA 간사로 인연을 맺은 이래 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서부복지관 관장을 거쳐 2005년부터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했으나 이후 청주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사회복지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상록수’ 근처의 레스토랑 ‘돌담’(043-260-1900)은 눈이 내려 더 멋있었다. 이 곳은 서양음식을 하는 레스토랑이었으나 현재는 메뉴를 한식으로 바꿨다. 단골인 정 원장은 ‘돌솥 알밥’을 주문했다. 널찍한 돌솥에는 버섯·나물·상추·김·시금치 등의 채소와 한 웅큼의 날치알이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전 두 쪽과 김치·묵무침·마늘·깻잎장아찌·고추장아찌·야채샐러드·된장국 등이 나왔다. 그림을 그린다는 주인 조강아씨는 곳곳에 아기자기한 그림을 걸어놓고 푸른잎이 싱싱한 화분들을 배치해 손님들의 기분까지 좋게 해주었다.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빈 뒤 된장국과 함께 먹는 알밥은 고소하고 맛있었다. 반찬도 조미료를 치지 않아 집에서 먹는 것처럼 담백했다.

‘상록수’는 지난 2001년 삼포건설이 청원군 남이면 척북리에 지은 삼포그린힐 아파트 9세대를 기증하면서 모자자립시설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차상위계층 7세대가 살고 있다. 정 원장은 이들의 교육·문화·상담·직업훈련 등을 맡고 있다.


“여기 근무하면서 나도 배운 게 많다. 경제활동 하면서 아이들의 교육까지 잘 해내는 씩씩한 여성들을 볼 때 엄마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 깨닫는다. 얼마전 한 여성은 월 70만원 소득 중 30만원을 저축해 자립자금을 만들어 나간 뒤 대학에 편입해 교사가 되었다. 이 곳에서 퇴소한 뒤 씩씩하게 자립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가장 뿌듯하다.”

정 원장은 또 “입소자들은 당장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도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무엇보다 강하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었다. 문제는 공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 구하는 일인데, 쉽지 않다. 바우처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정부는 한부모가정 자녀가 만12세 될 때까지 월 7만원을 지원하고 고등학생에게는 등록금을 주고 있다. 그러나 중학생은 아무 것도 없다. 이 때가 문제다. 차등을 두지 말고 만18세까지 월 20만원씩 정도 지원한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사람들과 매일 얼굴보고 살다보니 조금이라도 형편이 좋아지는 게 무엇일까 고민한다는 정 원장은 여성가장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자립을 돕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자립하는 것을 보는 게 정 원장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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