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만원이면 간병걱정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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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1만원이면 간병걱정 '뚝'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0.07.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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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보호자 없는 병원 정책위원장 "건강보험료 인상 필요"
출산율 저조 등 가족간병 한계…비보험 보장성 확대도 요구돼

   
▲ 지난 14일 청주의료원 행정센터 2층에서 열린 '충북형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희망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주호 보호자 없는 병원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정책위원장이 재정확보를 위한 건강보험료 현실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 가능한가?>보험혜택을 볼 수 없는 비싼 진료에 대한 보장성을 확대하고 병원이 환자의 간병을 책임지는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주호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전국연석회의 정책위원장(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14일 오후 청주의료원 행정센터 2층에서 열린 '충북형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희망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민 1인당 월평균 1만1000원의 건강보험료를 더 내서 48조원을 확보할 경우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 MRI, 초음파, 노인 틀니, 각종 의약품과 고가검사 등 환자 부담을 늘리는 비보험 진료를 모두 건강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이는 아무리 중병에 걸려도 환자의 연간 병원비가 100만원을 넘지 않게 된다. 특히 간병서비스의 급여화를 통해 보호자 없는 병원의 전면 시행이 가능해져 간병을 전적으로 병원이 맡게 되어 개인이 간병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난 1977년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이 처음 도입될 당시 정부와 전문가들은 가족 구성상 딸과 며느리가 많고 여성 취업인구가 적어서 환자에 대한 가족 돌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개인의 의료보험료 부담을 최소화 하는 차원에서 가족의 환자 돌봄을 기정사실화한 뒤 병원 인력 수준과 보험 급여 기준을 정했다. 한마디로 저비용 사회보험 모델을 구상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평균 2.54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미 지난 2000년 노인인구가 7%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이대로라면 오는 2026년엔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초고령·핵가족 사회로 급진전 되면 노령인구의 만성질환자 증가, 암,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등 고액 중증질환,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 고가검사 등에 대한 건강보험료 확대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란 얘기다.

핵가족화, "가족 환자 돌봄 어려워…"
또 입원환자 간병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료 현실화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핵가족화는 가족의 환자 돌봄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고 1차 의료기관인 동네 의원으로 갈수록 간호사 인력난으로 간병 서비스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보호자 없는 병원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건강보험료 인상 문제를 국민들에게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냐는 것이다.

또 간호사와 간병인 등 인력확보 기준과 방안, 직종별 업무분장, 건강보험료 급여화를 위한 수가개발, 재정확보대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 넘어 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간에 보호자 없는 병원을 '판도라의 상자' 내지는 '핵폭탄'이라 한다는 것이다. 알면 알수록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고 가까이 하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3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이 부담스러워 '민간보험' 활용을 언급하다가 지난 5월27일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간병서비스를 5대 유망 사회서비스 산업으로 지정하고 2011년부터 간병 서비스를 병원이 제공하는 공식적인 서비스로 제도화 하는 '비급여 항목'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호인력 많은 충북대병원도 참여해야"
그러나 이 정책위원장은 "보호자 없는 병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며 "민간보험이나 비급여 방식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복지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한 제도화가 유일한 해답이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의료보험은 보장률이 65%수준이다"며 "환자가 보험료를 100원 내면 65원만 보상받게 된다. 이는 민간보험회사 배만 불려주는 꼴이다. 반면에 건강보험은 보장률이 190%로 100원을 내면 190원의 보상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3월24일부터 4월23일까지 한 달간 전국 65개 병원에서 환자·보호자 47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응답자의 68.4%가 보호자 없는 병원을 찬성했으며 이는 건강보험료로 실현하자는 의견이 78.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간호·간병은 보호자 없는 병원이 직접 충원해서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68.4%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보호자 없는 병원은 2007년 단국대병원, 한양대 병원, 건국대병원, 전남대 화순병원 등 4개 병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다 예산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도내에서는 올해 2차 시범사업으로 청주의료원이 유일하게 전국 10개 대상병원에 포함되어 6월부터 5·7인실 5개 병실, 33개 병상에 간호사(5명)를 포함해 30명의 간병인을 배치한 상태다. 청주의료원 김영호 원장은 "3억원이 필요한 사업에 7200만원을 지원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공공노조 의료연대 이향숙 충북지역지부장은 "도내 유일한 3차 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이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간호 인력이 부족한 의료기관의 경우 자칫 인건비로 충당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정책위원장은 "보호자 없는 병원을 당장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15만명의 간호 인력이 충원되어야 한다"며 "간호사와 간병인이 혼재한 한국형 보호자 없는 병원 모델부터 단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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