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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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12.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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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나는 오선준 사건을 잊고 지냈다. 아니 실망하고 체념했다. 지난해 봄 충북도 도립예술단 지휘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심사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논란과, 선발된 이의 학위 진위 여부에 대해 <충청타임즈>와 <중부매일> 두 신문이 여러 차례 보도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언론이 나서서 문제제기를 하는 데도 끝까지 버티던 충북도는 마지막까지도 행정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씨와 처남매부 사이인 공무원이 심사를 맡은 주무과서의 부장이었는데도 말이다. 학위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내에서 연수하고, 불가리아에 몇 주 다녀와서 받은 이수증을 놓고 석사학위라고 우겼다. 음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 했다. 심사과정에서는 학위 진위여부조차 따져보지도 않았던 충북도는 오씨의 이수증을 학위로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나서야 학위 진위여부 확인에 나섰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언론을 무시한다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는 데 여기에 별 대응을 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사실 누가 봐도 문제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기도 했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대응을 한 것은 충북민언련과 충북경실련 그리고 두 신문이 전부였다. 충북도는 민주적 행정절차를 포기했고, 다른 매체들은 자신들의 특종이 아니었다며 보도하지 않아 지역주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했으며, 문화계 인사들은 문제가 돼 도립예술단이 없어지면 안 된다며 회피했다.

오선준씨 학위에 문제가 있다고 기자회견을 하던 그 날,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충북도와 오씨 대응은 기가 막혔다. 충북도는 끝까지 석사학위가 맞다며 소피아음악원 총장 사인이 담긴 공문을 공개하며 문제없다고 했다. 이뿐인가. 오선준씨는 우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고소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씨는 충북도립예술단 지휘자로 임명됐다. 그렇게 사건은 잠잠해졌다.

지난 주 오선준 충북도립예술단 지휘자가 최근 초중생들에게 개인레슨을 한 혐의로 징계를 받는다는 기사가 <충청타임즈>에 실렸다. 복무규정상 그는 개인레슨 등의 영리행위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아마 그는 또 관행이었다 말할지 모른다.

<충청타임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구권 유사음악 학위 실태를 고발한 집중분석 시리즈 보도를 이어갔다. 보도 내용을 보니 유사음악 학위 문제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분석했고, 소피아음악원에서 이수증을 받았다는 사람들과 학위를 받은 사람들 모두에게 취재요청을 하고 답변을 얻어냈다. 오선준씨에게 소피아음악원 과정을 소개했다는 이가 경찰조사에서 그 학위를 석사학위로 볼 수 없다고 답변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나는 체념하고 잊고 지냈지만, 1년 넘게 이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취재한 그 때문에 우리의 문제제기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오선준씨가 석사학위라고 주장하는 학위증의 진위 여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기자 근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바로 <충청타임즈> 한인섭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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