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감시 어떻게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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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감시 어떻게 안 되겠니?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12.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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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지난 8일 벌어진 난장판 국회를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3년째 저러고 있다. 폭력으로 얼룩진 한심한 국회를 언론은 선정적으로 다룬다. 때린 놈도, 맞은 놈도 다 잘못됐다 말한다. 언론의 지적이 틀렸다고도 할 수 없지만 폭력만 부각하면서 모두가 나쁜 놈이라든지 여당 편만 들고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국회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부터 차분히 설명해줘야 할 것 아닌가. 국민들을 정치적 냉소감에 빠지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단 얘기다. 언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지역의회라고 다를까. 지방자치 20년이 되었다지만 의회가 제 구실을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당신은 도의회나 시의회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 지난 7년간 지역언론을 열심히 봐 왔지만 평범한 시민인 나로서는 저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의

회에 대한 관심은 오로지 선거 때만 유효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왜 그럴까? 어떻게든 많은 얘기들이 나와야 하는데 지나치게 형식적인 보도만 해왔다. 의원들의 말을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조례를 만들었는지,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 언론은 살펴주지 않는다.

의회 관련 단골 소식이래야 해외연수로 혈세낭비를 했다는 정도가 주요 뉴스였다. 그런데 최근 심심치 않게 의회를 ‘건드리는’ 기사들이 등장한다. 이제 지역언론도 지방의회 감시에 시동을 건 것일까. 김동환 도의원이 오송메디컬시티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과 이광희 도의원이 학교운영위원회의 비민주성을 지적한 것에 언론이 매달렸다. 도민현혹사건과 거수기 발언 이라고 해야 쉽게 알아들을 수 있으려나. 이런 방식이다.

관심이라는 게 자극과 갈등조장
왜 그런 발언을 하게 됐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갈등을 불러일으킬만한 표현에 언론은 더 주목했다. 충청타임즈 13일자 1면 <충북도의원 이번엔 막말>을 보니 이번엔 의원들끼리 싸웠단다. 이 기사에서는 도의회가 도민들의 기대를 져 버렸다고도 했다. 정말 도의회 수준이 말도 안 되는 것일까. 지난 도의회는 달랐을까.

청주시 재정위기를 따져보겠다는 청주시의회의 조사특위 구성 논란도 마찬가지다. 언론이 처음부터 재정 위기 원인을 밝히는 데에 초점을 뒀다면 어땠을까. 조사특위를 구성한다는 말이 나올 때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갈등이니, 전임 시장을 증인으로 세울 수 있겠느니 하면서 흥미 위주로 보도했다.

행정사무감사 때 충분히 원인을 밝혔다는 게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행정사무감사 때 밝혀진 내용은 무엇이고, 그 내용만으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는 근거가 제시되는 게 마땅하다.

그래야 조사특위 구성도 명분이 생기는 게 아닌가. 민주당 의원들이 내세우는 명분이 설득력이 없다면 여기에 대한 비판을 언론이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어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중요한 문제들을 갈등과 흥미 위주로 다루고 마는 것인가. 그것이 언론의 속성이고 전문성이라고 할 텐가.

의회 활동에 대해 무관심한 언론보다 꼬투리라도 잡아보려는 노력이 백배 낫다. 다만 언론이 좀 더 세련되게 해줬으면 좋겠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감시와 견제, 전문성과 집요함이 좀 보였으면 좋겠다.

싸잡아 뭉뚱그려 ‘그놈이 그놈이네. 수준이 낮네’라는 지적보다는 무엇을 잘하고 잘못하고 있는지, 잘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그 과정을 좀 보여줬으면 싶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들면서 의원들의 말이 제대로 됐는지를 평가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덧붙이자면 조금만 더 구체적이고, 쉬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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