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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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했나?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3.0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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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청주시 예산부풀리기 의혹은 결국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기로 결정이 났다. 사상 처음으로 의회에서 예산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를 벌였지만 책임을 규명하지 못했다. 한 집안의 살림도 아니고 65만 청주시 살림이다. 문제가 있다면 마땅히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는 게 옳다.

정치적 공세니 어쩌니 하고 늘어질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처음에 의회에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정치집단 간 세 대결로 몰아붙였다. 조사특위가 꾸려지는 순간에도 한나라당이 빠진 반쪽짜리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어깃장부터 놓았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예산 부풀리기 의혹을 제대로 취재해 보도했다면, 그래서 원인을 밝혔다면 조사특위를 구성할 필요가 있었을까. 남상우 전 시장이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며 치적을 홍보했을 때부터 철저히 좀 따져봤으면 어땠을까. 청주시 예산 1조원 시대라는 표현은 언론이 만들어준 것이다.

그러더니 선거가 끝난 뒤 예산 1조원은 선거용이었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론이 다시 보도했다. 그렇다면 지적에서 끝날게 아니라 어떻게 예산이 부풀렸는지를 추적해야 했다. 정치적 갈등이 예상된다느니, 남상우 전 시장이 조사에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는 등의 뜬구름 잡는 보도는 필요 없었다.

조사특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보도된 내용은 남상우 전 시장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남긴 ‘정치적인’ 말 뿐이었다. 남상우 전시장은 현 재정 위기 원인을 현재 시장인 한범덕 시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은 ‘재정난이 누구 탓이냐’로 보도 방향을 잡았다. 그러면서 남상우 전 시장이 오히려 성격이 화끈한데 비해 한 시장은 그렇지 못해서 문제라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성격론까지 들먹였다. 남 전시장은 끝까지 조사특위에 나오지 않았다. 전례가 없다는 이유는 아무 때나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다.

용기있는 언론, 친절한 시장 원한다

<충청리뷰> 보도를 보니 조사 특위 결과에서 심각하게 드러난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청주시가 2010년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세입부서인 세정과에서 잉여금을 560억원으로 잡았으나 예산편성부서인 기획예산과에서 770억원으로 증액했다는 점, 둘째 세입 결손 사실을 방치했다는 점, 셋째 이자수입을 부풀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210억원을 올려서 편성한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야할까. 증인으로 나온 공무원들은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책임을 피하려고만 했다. 규정과 절차를 위반하고 상급자에게는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이게 사실이라면 청주시는 공무원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콩가루 집안임을 이번 기회에 보여준 셈이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2009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 표지석 설치 문제로 찬반 갈등이 있었고, 표지석이 상당공원에 오기로 한 그날 공원에는 수십 명의 공무원들이 그야말로 진을 치고 있었다. 때마침 언론악법 천막농성을 벌이기 위해 공원을 찾은 언론단체들은 덩달아 공무원들의 저지를 받았다. 당시 남 시장에게 왜 막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나는 모르는 일이다. 공무원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남 전시장 말대로라면 이들은 업무를 포기하고 공원에서 놀고 있던 것이나 다름없다.

이 두 사건만으로도 청주시 공무원들은 시민들에게 잘못을 빌어야 한다. 말도 되지 않은 이런 일들을 정말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면 말이다. 남상우 전 시장은 공무원들을 파렴치한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청주시 살림에 대해 알아야 하는 시민들의 권리를 무시했다.

우리는 눈만 잘 치우는 시장을 원한 게 아니다. 한범덕 현 시장에게도 이번 사건은 교훈이 될 것이다. 어떻게 살림을 해나가야 할지 말이다. 그전에 조금만 더 친절한 시장이었으면 좋겠다. 선거 이후 지금까지 이렇게 큰 사건에 대해 한 시장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시장이라는 이미지는 득 될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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