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분열 틈새, 대목 만난 조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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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분열 틈새, 대목 만난 조선·동아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1.05.0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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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 유치 과열 속 각각 포항·호남 두둔 특집발행
수천만원 오가는 사실상 거래 ‘돈 앞에선 논조도 없어’

서울에 본사를 둔 신문들을 중앙지라고 불러야할까? 전국지라고 불러야할까? 지역에 터를 잡은 신문들을 중앙에 대한 상대적 변방을 뜻하는 지방지라고 부르지 말고 지역지(지역신문)라고 부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헷갈리는 명제다.

겉으로는 전국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철저하게 중앙(또는 수도권)의 이해를 대변하니 어느 것도 적합하지 않다. 위상은 전국지이지만 내용은 분명 수도권 대변지다. 그런데 지역을 외면하고 있는 무늬만 전국지들이 이른바 지역특집을 빙자해 돈벌이에 나서고 있어 지역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그것도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광고를 몰아준 지역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신공항 등을 놓고 방방곡곡에서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 시점은 그들에게 있어서 모처럼 찾아온 대목일 뿐이다. 

4월22일자 조선일보는 유난히 두툼했다. D1면부터 D8면까지 무려 8면에 이르는 ‘첨단과학도시 포항’ 특집을 냈기 때문이다.

기사와 광고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지면에서는 최근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전과 관련해 포항을 두둔하려는 의도가 여과 없이 읽힌다. 진보와 보수 같은 가치논쟁도 아니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국책사업의 입지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특정지역을 편든 것이다. 물론 이면에는 거래가 있다.  

1면 머리기사 <철강에 ‘과학·녹색’ 입혀 세계적 도시로 도약한다>에 이어 2면의 <“과학벨트 유치해 ‘제2의 신화’ 만들어 낼 것”>이라는 박승호 포항시장 인터뷰는 사실상 광고주 대표에 대한 낯 뜨거운 찬사 일색이다. 기사는 박 시장 취임 이후 프로축구가 활성화됐고 도시가 산뜻하게 변모돼 ‘영일만 르네상스’의 밑거름이 됐다고 추켜세웠다. 인터뷰에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영남권 유치에 포항에 선두에 선 것 같다”고 묻고 “당연히 포항이 중심이다”라고 대답한다.

3면 <우수 인력+탄탄한 연구 기반+정주 여건 ‘3박자’ 모두 갖춰>는 ‘과학벨트 포항이 유치한다’는 부제 아래 세계적 연구·산업기반, 빼어난 정주여건 등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포항시가 과학벨트 영남권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큰 틀에선 경북(G)-울산(U)-대구(D) 등이 유치에 공조하는 모양새이지만,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등 핵심시설이 들어올 후보지는 단연 포항이다”라고 단정했다.

아울러 <“인프라·인재 풍부해 기초과학 연구 최적지” -피터 풀데 아태이론물리센터 소장>, <5000여억원의 생산유발, 9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 전망 -과학벨트 핵심 ‘테크노밸리’ 조성> 등의 기사도 함께 실었다. D7면 ‘포항과 함께하는 기업들’에는 <불빛 축제·바다 살리기…시민과 함께하는 포스코>, <이색적인 사회활동 펼치는 현대제철 / 2020년까지 ‘1000가구 집수리’ 목표>라는 기사를 올렸다. 기사 하단에는 포스코, 포스코건설, 현대제철,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포항상공회의소 로고도 함께 담았다.

기사를 후원한 광고주는 포항시(D4·D8 각 전면), 포항영일신항만주식회사, 동국제강, 한동대학교, 삼진제약, 잭울프스킨 등이다.

민감한 사안 대놓고 편들기

조선일보 특집이 나간 6일 뒤 뒤질세라 동아일보가 나섰다. 동아일보는 4월28일 D1면부터 D8면까지 아예 ‘광주 과학벨트’라는 간판을 달고 조선일보와 같은 형태의 지면을 꾸몄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아껴둔 땅 광주, 과학벨트의 씨앗을 뿌리자>부터 <지반 안정…부지확보 용이…과학벨트 최적지는 광주 -강운태 광주시장 인터뷰>, <“서울~광주 수없이 오가며 업무추진” 강운태 시장 행보에 주변 감탄>, <‘후보 조건 모두 갖춘 4곳’…광주, 자신감 넘친 제안>, <후보지 4곳 모두 국내외 접근용이성 ‘양호’>, <지진없는 안전한 땅에 ‘과학입국’ 100년의 꿈을 짓자> 등 제목부터 더욱 노골적인 기사로 일관했다.

특히 강운태 시장 인터뷰 기사에서는 “과학벨트 유치를 향한 강 시장의 ‘뚝심행보’를 지켜본 광주시 관계자는 ‘최근 수개월 서울과 광주를 수없이 오가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듯한 비공식 일정들을 소화해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광고주에 대해 예우를 갖추기도 했다. 같은 기사에서 강 시장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광주가 가장 유리하다”고 못 박았다. 

광고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호남권유치위원회,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광주과학기술원, 광주테크노파크,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로부터 받았다.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주축이 된 호남권유치위원회가 1면에 실은 광고는 본원을 호남에 두고 제2캠퍼스는 대구·경북, 제3캠퍼스는 충청권에 두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거래 지면 8~12페이지 달해

일부 중앙지들의 이 같은 지역특집 거래는 사실상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3월31일 인터넷 홈페이지 보도에서 “지난 1월1일부터 3월30일까지 발행된 10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를 살펴본 결과, 광고·협찬과 연동한 지역 기획특집을 낸 곳은 조선·중앙·동아일보와 한국일보였다. (중략)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각각 세 차례 냈으며, 중앙일보는 두 번 발행했다. 한국일보도 한 차례 발행했지만, 조선·중앙·동아일보와는 광고 수주량이나 기사와 광고·협찬의 연동에서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도 나중에 이 같은 지역특집 경쟁에 가세했다.  

신문만 탓할 일도 아니다. 거래에는 갑을관계가 있기 마련인데 어찌 보면 지자체 등 광고주가 갑이기 때문이다. 충북 등 충청권도 갑의 관계에 섰던 적이 있다. ‘대충청 방문의 해’였던 지난해, 동아일보 2월23일자에는 D1∼D12면에 걸쳐 특집 ‘대전·충청 방문의 해’라는 간판 아래 <오셔유, 즐겨유!>, <대전·충북·충남 수장이 보내는 초대장 -박성효-정우택-이인화> 등의 기사가 광고와 연동돼 실렸다. 이번 과학벨트 특집과 차이점이 있다면 지역 간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순수 홍보성 특집이었다는 것뿐이다. 

조선과 동아일보는 과학벨트 특집보다 한술 더 떠서 평소의 신문논조와 영판 다른 특집을 대대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최근 백지화된 동남권신공항에 대해 ‘필요성이 전혀 없다’며 부정적으로 보도하다가 특집지면을 제작할 때는 낯빛을 싹 바꾼 것이 그 사례다.       

동남권신공항 반대한다더니… 

조선일보는 지난해 8월4일 <땅의 끝 부산, 하늘길 ‘신공항’ 열고 세계로 비상>이라는 기사를 필두로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한 각종 기사를 실었다. <가덕도 신공항, 지역 넘어 국가 경제 견인>에서는 “현실적·기술적 측면에 있어서도 바다 위 공항인 가덕도에 장점이 많다”며 “가덕도 신공항은 그냥 공항이 하나 생기는 것 이상의 효과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광고는 부산시, 부산도시공사, 부산항만공사, 부산교통공사 등으로부터 받았다.

동아일보는 그로부터 이틀 뒤인 6일, C1면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에서 <“대구-경북-경남 어디서든 1시간 동남권 신공항은 역시 밀양뿐”> 등 밀양 신공항 유치에 초점을 둔 기사와 광고를 실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거래에 대한 대가는 어느 정도일까? 해당 신문사가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고, 광고에도 여러 기관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를 알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통상적인 광고비에 비춰볼 때 신문사가 1회에 얻을 수 있는 광고 수익은 적게는 수천만원대, 많게는 억대라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들 신문이 특집 지면을 낼 때는 해당 지역의 각종 광고를 유치하며 해당 지역에 유리한 보도를 해 지방 간 유치 경쟁을 부추기지만, 수도권의 이해와 맞물릴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철저하게 수도권 편을 든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윤리를 철저히 저버린 것이지만 이에 대한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해 3월 “특정한 지역을 장점 일색으로 소개하고 해당 기업 또는 해당 상품의 광고를 지면 전체에 걸쳐 게재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린데 이어 지난해 11월 재차 ‘경고’를 줬지만 지역특집을 내는 회사와 횟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그들은 한 순간도 지역을 편들지 않았다
신행정수도 반대한데 이어 세종시 수정안은 찬성
지역의제는 나 몰라라…수도권 규제완화는 ‘쌍수’

▲ 지역은 엔진이 없는 객차, 중앙의 지원만 기다리는 게으른 곳이란 게 조·중·동의 논조다. 그러나 구독률은 금·은·동은 이들의 몫이다. 절독을 선언하는 외침은 왜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가. 사진은 4월27일 도청에서 열린 시민단체의 조선일보 절독선언.

조·중·동을 위시한 대개의 중앙지들이 수도권 중심의 본색을 확연히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균형과 분권을 기치로 내건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골화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설정해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었으니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었다.

충북과 대전충남민언련 모니터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의 상황을 눈에 보는 듯하다. 2004년 10월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보도는 들출 것도 없이 이들은 후속대책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흠집을 냈다.

2005년 1월25일 정부·여당이 16개부 4처3청을 옮기는 후속대책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중앙일보는 이틀 뒤 <행정수도 이렇게 밀어붙일 것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대부분의 부처가 옮겨지는 것은 수도이전과 다름없어 위헌시비가 나올 수 있다. 옮기는 부처에도 기준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확정된 용어가 있음에도 계속 행정수도로 못 박고 있고, 몇 개의 부처가 옮겨야 위헌이 아닌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

동아일보는 2005년 2월12일 행정수도 반대에 앞장섰던 한 교수를 등장시켰다. 그는  <균형발전과 충청권대책은 분리해야>를 통해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일거에 ‘충청권대책’으로 폄하시켰다. 국가중추관리기능의 이전이 헌법적 사항이며 충청권표를 의식한 당리당략에서 행정중심도시안이 나왔다는 얘기다.

세월이 흘러 정권이 바뀌고 대선 당시 “세종시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를 경제·과학·교육도시로 수정하겠다고 나서자 중앙지들은 이를 지지하는데 모든 것을 걸었다. 2010년 1월11일 정부가 행정도시 이전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수정안을 공식발표한  이튿날 각 신문의 헤드라인은 이를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행정부처 대신 ‘과학벨트+삼성·한화+α’도시로>는 조선일보 헤드라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조선일보도 보도를 통해 인정한 충청권 과학벨트 대선공약을 놓고 전국이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1~10면까지 수정안을 찬양하며 5면에선 <중이온가속기, 외국인력 유치 핵심시설 될 것> <국제과학원 조성 기업·대학이 못하는 거대 프로젝트 주도> <카이스트·고려대 ‘생명과학 분야 이전> 등 과학벨트를 중심으로 한 충청지역 비전을 슬쩍 끼워 넣었다.

지방은 客車…게으르다…

조·중·동은 수도권 규제 완화에 있어서도 찬성일색이다. 중앙일보는 2009년 8월22일자 사설 <경기도지사의 입을 막지 말라>에서 한나라당이 김문수 지사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조하는 김 지사를 두둔했다.

10월31일자 사설 <수도권 규제 더 과감하게 풀어야>에서는 “수도권 규제에 묶인 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로 빠져나갔다며,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다 같이 못 살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기차에 기관차가 필요하듯 수도권이 기관차가 되어 지방이라는 객차를 끌고 가게 해야 한다”는 궤변을 펼쳤다.

동아일보도 9월12일자 사설 <정부 규제는 풀고 지방은 경쟁력 스스로 높여야>에서 “자력으로 살길을 찾는 자구노력을 게을리 하고 중앙정부에 손만 벌리려 해서는 지자체 간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매몰차게 지역을 몰아붙였다.

이들에게 지역은 객차(客車)고 게을리 손만 벌리는 곳이다. 따라서 비판에서 애정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조·중·동은 부동산 규제 완화는 찬성하며 자치단체 교부금에 대해서는 짐짓 딴청이다. 참여정부는 2005년 부동산교부세를 신설해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재원으로 자치단체에 배분해 왔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 집중된 부동산 부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이 지자체에 교부됨으로써 분배의 효과를 거뒀다.

조·중·동은 이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2008년 9월24일자 <종부세, 신중함과 지혜 필요하다>에서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를 지방균형 재원으로 강제 배분하도록 대못까지 박았다. 지방교부금 차질을 우려하는 지자체의 반발도 당연하다. 지자체가 이미 이 제도에 길들여져 있다”고 억지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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