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지역’을 다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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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지역’을 다루는 방법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5.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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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결국 바라던 대로 과학벨트는 충청권에 유치될 모양이다. 대전 대덕 지구를 기점으로 세종시와 오창·오송이 모두 포함된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이 발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정치권 인사들과 자치단체장은 밤샘 농성에 촛불집회까지 열었다. 충청권의 거센 분노를 전달했다.

충청권이야 이제 잠잠해지겠지만, 다른 지역은 어떨지 모르겠다. 영남지역에서는 동남권 신공항이 물거품 되었는데 과학벨트까지 안주냐며 분노했고, LH 본사 이전을 빼앗긴 호남지역도 마찬가지다. 이 정권은 신뢰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틈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과학벨트 홍보를 빌미로 지면 장사를 했다.

지난 5월8일 낙동강 해평 광역취수장의 취수용 가물막이 보가 무너졌다. 강바닥을 파내는 대규모 준설 공사로 강 수위가 낮아져 구미 취수장으로 유입되어야 할 강물이 줄어들자 수자원공사가 취수용 가물막이를 설치했는데, 대규모 준설로 물살이 거세지면서 지반이 침식해 가물막이가 붕괴됐다.

구미시와 김천, 칠곡 주민 50여만 명이 닷새째 생활용수를 공급받지 못했다. 이 끔찍한 사태를 조선, 중앙, 동아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단 한 건 보도했을 뿐이다. 방송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8일 관련보도에서는 4대강 공사 때문이라고 지적했지만, 이튿날부터는 4대강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이후엔 그나마도 보도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는데 보도하지 않았을까. 4대강 공사의 문제점을 왜 따져보려고 들지 않는 것일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서울, 수도권에 살아야지만 사람 취급받는 것일까. ‘지역’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지역의 이해와 요구는 아무런 상관이 없단 얘기일까. 실제 조선, 중앙, 동아 세 신문들이 지역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08년도 발행한 세 신문의 사설을 모두 조사한 결과가 있다.

세 신문을 합쳐 185건의 사설, 그 가운데에서도 재난 사건 사고, 지자체 공무원 부정 비리 등의 단순 소재를 빼면 수도권 규제완화, 혁신도시 등의 지역의제는 70건으로 전체 사설의 1.67%에 불과했다. 지역의제를 다룬 사설들을 분석한 결과 세 신문이 모두 일치된 입장을 보였으며, 이명박 정부의 정책 흐름과도 동일했다.

지역의 특정 이슈를 단독 주제로 사설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역의 재난 사건 사고를 다룬 사설도 근본적 배경이나 구조적 문제점 등을 다루기보다는 사건 사고의 틀로 다루면서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집단적인 열등의식을 갖게끔 하는 방식이었다. 지방자치에 관련해서는 지방자치 단체와 주체들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부정과 비리의 유혹에 약한 이들로 묘사하며, 부정부패 척결을 촉구하며 훈계하는 식의 사설이 많았다. 이 모든 사설의 바탕에는 서울이 중심이고 지역은 변방에 불과하고, 지역은 열등하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지역균형발전 정책들도 정부의 입장만을 반영할 뿐이며, 지역은 스스로 알아서 경쟁하라고 부추길 뿐이다. 지역 주민들의 여론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것이 ‘조·중·동’이 지역을 다루는 방식이다.

정부는 갈등을 조장하고 위험을 감추려고 하고, 조·중·동이라 불리는 신문들은 잘 받들어주는 듯한 모양새다. 수도권 신문이라는 애칭답게 지역의 의제들을 철저히 외면하는 신문들, 게다가 방송마저도 외면하는 지역 이슈, 그렇다면 이제 지역에선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4월27일 우리지역에선 또 다시 조선일보 절독선언을 했다. 그동안 많은 단체들이 조선일보 절독 운동에 나서겠다는 선언을 해왔다. 그런데 늘 선언뿐이었다. 실제로 1부라도 끊어내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이제 모든 것이 명백해지지 않았나. 더 당해보고 또 절독 선언을 할 텐가. 너무 식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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