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에 기운 언론, 부끄러움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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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에 기운 언론, 부끄러움을 배워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5.2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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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그날의 상황은 아주 끔찍했다. 충북교육청은 법원 판결도 나오기 전에 서둘러 민주노동당을 후원한 선생님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았다. 여기에 항의하던 선생님들과 지역시민사회단체 사람들, 학부모들이 교육청으로 몰려갔다. 교육청 직원들은 스크럼을 짜고 선생님들을 막아섰다.

울부짖는 학부모와 선생님들, 목청 높여 실랑이를 벌이던 사람들, 잠시라도 흐트러지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랬기에 더 처절하게 막아섰는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모 기자는 대치중인 선생님들에게 “병신 꼴값하네” 라고 욕을 했다. 믿기 어려웠다. 몇 차례나 정말 욕을 했느냐고 확인했다. 분명히 들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도 아니다, 어째 교육청 직원보다 기자가 더 충성하냐”고 사람들은 말했다.

오로지 조직에 대한 충성심으로 스크럼을 짠 교육청 직원들, 그리고 취재 보다는 취재원에게 쌍욕을 한 기자, 믿기 어려웠지만 내 두 눈으로 확인한 현실이었다. 이튿날 언론들은 조용했다. 그저 갈등이 있었다고만 했다. 그 어떤 언론도 현장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위 사건은 지난해 10월 벌어진 일이었다. 그보다 한 해 전에는 이보다 더 한 일도 있었다. 제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성적이 나쁜 학생에게 전학을 가라고 한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이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심한 말도 했다 한다.

그런데 언론은 교장의 문제를 지적하기 보다는 엉뚱하게 학생이 꾸며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을 담은 학생이 쓴 일기가 너무 잘 썼기 때문이라고 기자들과 교육청 관계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이때 한 기자가 대필의혹을 제기했고, 모든 언론이 이를 따랐다. 이를 주도했던 기자는 공교롭게도 취재원에게 쌍욕을 거침없이 던졌던 그 기자다.

묵혀두었던 일들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해당 기자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언론이 교육청 편이 되어버린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서다. 어느 한 기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동안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갈등 사례를 꼽아보자. 학업성취도 평가, 무상급식, 야간자율학습, 인조 잔디 조성 등 사례를 보라. 이때마다 언론은 갈등이 있다는 식의 보도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청 정책에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나 학부모들이 나서서 반발하고 있다는 식이다. 그 바탕에는 교육청 입장이 충실히 반영되었다. 도대체 기자들은 왜 출입처 의견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교육청에서 주는 밥을 먹어서? 아님 실력이 없어서? 왜 아이들의 입장이나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 따위는 주목하지 않는가. 이런 정책들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무엇이 더 나은 대안인지를 왜 전혀 살펴주지 않는 것일까. 너무 무책임하다.

교육 문제는 사실 지역주민들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다. 환경정책이나 지자체나 정부 정책보다도 훨씬 앞선다. 내 자식의 문제, 우리 동네 아이들의 문제, 즉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말도 있다. 우리가 어떤 틀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미래도 달라질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언론은 왜 늘 아이들은 뒷전인가.

최근 우리지역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다. 여지없이 교권침해라며 교육청과 교총이 반발하고 나섰고 언론은 갈등이 있다고 보도하는데 그쳤다. 지역언론의 수준이 곧 그 지역사회의 수준이라는 말에 공감할 때가 참 많다.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싸고 억지를 부리는 집단들을 보며, 참 형편없는 지역에서 살고 있구나,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한다. 지역 사회 구성원인 우리 스스로를 반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그나마 언론이 했다고 봐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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