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산하기관 갈아타는 고위 공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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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산하기관 갈아타는 고위 공직자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1.06.0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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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사이 11명 취업 ‘정년연장+명예’ 일석이조
복지분야 진출 두드러져, ‘소외계층에 봉사’ 만족 높아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은 이미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퇴직금이나 연금에 의존해 무위도식하기에는 정년을 채우더라도 50대 후반인 나이가 너무 젊다. 여기에 서기관(4급)이나 높게는 이사관(2급) 까지 오르며 쌓은 공직생활의 경륜과 노하우를 묻어 버리기에도 아깝다. 이런 이유로 당사자들이 직접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이들을 모셔가기도 한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이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재직시절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된 분야에 재취업함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심지어 각종 인허가에 로비스트로 나서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최근에도 2009년 퇴직한 청주의 한 보건소장이 자신이 현직으로 있을 때에 마지막으로 시립 노인전문병원의 수탁자로 선정한 병원의 행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탓에 퇴직 공직자들은 민간기업 보다 지자체 산하기관 취업을 훨씬 선호한다. 비록 낙하산 인사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기관장이나 실무책임자로 대우받을 수 있고 특별한 사안이 없는 한 임기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들이 민간기업을 꺼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전관예우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자신들이 소위 ‘얼굴마담’으로 나서 대관업무의 편의를 도모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각종 사업의 업체 선정이나 인허가에 ‘봐주기’가 통하기 힘든 투명해진 행정도 이들의 가치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산하기관 행 퇴직 고위 공직자 누구?

공직사회에서는 퇴직 공직자가 산하기관에 재취업 하는 것을 명예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뚜렷하다. 사실상 정년을 3년여 연장할 수 있다는 실리적인 면 뿐만 아니라 기관장 급으로 지도층 인사 대열에 확실히 이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퇴직 후에도 일을 맡길 만큼 공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이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만큼 성공적으로 공직생활을 해 왔고 소속됐던 단체장 등 인사권자의 두터운 신임의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충청북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퇴직한 고위 공직자 중 11명이 산하기관에 재취업 했다.
2008년 말 퇴직한 김태우 전 괴산 부군수(4급)가 충청북도교통연수원 사무국장으로 재취업했으며 이대일 전 단양군 생활복지여성과장은 단양군이 출연한 (재)한국석회석신소재연구재단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충북도에 근무하다 퇴직한 오세영 전 서기관은 (재)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청주시 도시관리국장을 지낸 곽승호 전 서기관은 2009년 8월 (주)청주테크노폴리스자산관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곽 사장은 특히 자신이 도시관리국장 재직시절 추진했던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 업무를 책임질 적임자로 평가돼 명예퇴직 후 자리를 옮긴 경우였다.

2009년 말 충청북도자치연수원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충북도 박철규 전 부이사관은 (재)충청북도지식산업진흥원장으로 재취업했고 임종호 전 청남대관리사업소장(서기관)은 2009년 11월 퇴직과 함께 충청북도청소년종합지원센터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초 퇴직한 유택수 전 노인장애인복지과장(서기관)은 (사)오창과학산업단지관리공단 관리부장으로 재취업했으며 김동관 (재)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은 청주시 복지행정국장(서기관) 출신이다.

함기원 (재)충청북도지식산업진흥원장은 도 법무통계담당관을 지내다 2009년 6월 퇴직한 서기관 출신이며 충북체육회 사무처장을 지내다 퇴직한 유영석 전 처장도 서기관 공무원 출신이다.

지난해 8월에는 우병수 전 충북도정책관리실장이 퇴직한 뒤 (재)충북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본부장에 취임했다. 정책관리실장은 이사관(2급)으로 도지사와 부지사를 제외한 충북도 최고위직 공무원이다.

유관기관·복지 분야 진출도 눈에 띄어

산하기관은 아니지만 지자체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유관기관·단체나 복지재단 등의 퇴직 공직자 재취업도 두드러진다.
충북도의 대표적인 유관기관으로 꼽히는 대한건설협회충북도회 육종각 사무처장은 2009년 11월 도 서기관으로 퇴직했다. 유인종 충북개인택시운송조합 전무도 지난해 11월 도 하천과장으로 퇴직한 기술서기관 출신이다.

의료와 복지 분야에는 더욱 많은 퇴직 공직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황인호 전 옥천군 서기관은 2009년 6월 퇴직후 의료법인 녹십자의료재단에 재취업했고 신현호 전 청주시 기술서기관은 의료법인 정산의료재단 효성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혜광의료재단 충주시노인전문병원 김용래 행정국장도 충주시 서기관 출신이다. 이들은 공직경험을 살려 병원 행정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퇴직한 뒤 복지 분야로 진출한 공직자는 4명이다. 최근 사임한 연희성 (재)증평복지재단 이사장은 2009년 4월 증평군 주민복지실장을 끝으로 퇴직한 서기관 출신이다. 같은 해 말 퇴직한 김완경 전 도 복지정책과장은 충청북도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재직중이다. 지난해 6월 도 기반건설과장을 끝으로 퇴직한 김대옥 전 서기관은 영동 노인요양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보생원 운영과장으로 재취업했다. 또 손채화 전 옥천군 기획감사실장도 퇴직한 뒤 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퇴직 공직자들이 복지 분야에 영입되는 과정에서 일부 내부 불만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공익단체에 재취업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고위 공무원 출신 관리자는 공직경험에서 체득한 조직운영과 특히 두터운 인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퇴직 후에도 소외계층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도 높아 매우 열정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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