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자원은행, 신약·신치료법 개발 견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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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자원은행, 신약·신치료법 개발 견인차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11.0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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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병원, 말기 암환자 검체 수집·연구 주력

전국 7대 국립대 병원 포함… 내년 완공 오송 바이오뱅크도 기대

▲ 충북대학병원 임상연구동 인체자원은행에서 연구원들이 암환자의 혈액샘플을 분리해 내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충북대학병원 인체자원은행 연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옥준 병리학과 교수가 암환자의 혈액샘플 분리와 인체자원으로서의 쓰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주에 사는 이건강(34·가명)씨는 며칠 전 부터 감기 증세와도 같은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감기인 줄 알고 약국에 들러 감기약만 사먹다가 도무지 낫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 흉부통증에 쉰 목소리가 나서야 충북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종합검진 이후 페암 3기 선고를 받고 항암치료와 함께 이레사 약 처방을 받았다. 그런데 동양인 2사람 중 1사람에게 반응한다는 '이레사'가 이 씨에게는 듣지 않았다. 이 씨에게 맞춤처방을 하기 위해 충북대학교병원 암센터는 이 씨의 동의를 얻어 인체자원은행 병리학과에 연구를 의뢰했고 곧 원인처방을 통해 증세가 호전될 수 있었다.

가상 시나리오에 불과한 이 이야기는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얘기다. 새로운 치료법, 신약개발을 위해 수많은 인체 자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질 좋은 인체자원을 상당한 비용을 들여 미국 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민족 간 유전자의 특성이 조금씩 다른 상황에서 한국인에 관한 연구를 위한 인제자원은 무엇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 폐암의 명약으로 알려진 이레사의 경우 백인의 반응은 4사람 중 1사람이 반응하는 정도이지만 동양인은 2사람 중 1사람이 반응할 정도로 같은 증상에도 호전반응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맞춤형 신약개발과 새로운 치료법을 위해 꼭 필요한 인체자원은행이 충북대학교 병원에 자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전국 12개 국립대 중 7개 대학병원에만 자리하고 있다. 또 전국 17개 인체자원은행의 중앙은행 역할을 할 곳이 청원군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 들어설 예정이라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내 인체자원은행은 인간이 걸릴 수 있는 수만, 수천가지의 검체를 보관해 신약개발과 치료 연구에 도움을 주는 조정자(Control tower) 역할을 할 예정이다.

"임상병리실 괄목한 성장 견인"

▲ 인체자원은행 네트워크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Korea Biobank Projet)은 영·미 등 선진국에 비해 늦은 지난 2008년 비로소 시작됐지만 세계 5대 인체자원은행(Biobank)에 포함될 정도로 단시일 내에 괄목한 성장을 거뒀다. 그 이면에는 임상병리학과 운용을 통해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는 충북대, 충남대를 비롯한 전국 7대 국립대학병원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수도권 유전자은행을 필두로 지역거점은행을 살펴보면 충북대학병원, 충남대학병원, 전북대학병원, 전남대학병원, 경상대학병원, 부산대학병원, 경북대학병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충북대학병원 인체자원은행은 지난 2009년 3월2일 대학병원 내 임상연구동 2층에 입주해 현재 이기형 종양내과교수를 은행장으로 병리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내과, 구강외과 교수 5명이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인체자원은 인간에게서 채취한 조직, 세포, 체액 등과 이들에게서 분리한 인간의 DNA, RNA, 단백질 등 인체에서 유래한 시료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체유래생물자원, 인체유래시료 등 여러 가지로 혼용되어 왔으나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인체자원으로 통일하고 인체자원을 수집, 보관,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분양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도내 유일의 3차 의료기관인 충북대학병원 인체자원은행은 재발 및 말기암 환자의 혈액 및 체액 자원을 특성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당뇨, 만성 신장질환, 정신질환자들의 혈액도 수집하고 있다. 기존 인체자원은행이 5대 암을 기본으로 수집하는데 비해 충북대학병원 인체자원은행은 비뇨기과에서 수집해 온 방광암, 전립선암 등의 비뇨기 질환의 기존 자원을 자원화 해 임상, 역학 정보 등을 수집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속적, 주기적으로 본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는 소화기 질환, 근골격계 질환, 감염성 질환 등의 비종양성 질환자의 혈액 및 체액, 임상 및 역학 자원을 중심으로 인체자원도 수집하고 있다.

의과학산업 적용·전문인력 양성 과제
또 지난해 말 심뇌혈관센터가 완공되면서 다양한 심뇌혈관질병 환자들이 급증하자 다양한 검체를 신규로 수집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치매, 파킨슨병 등 뇌혈관 질환자, 자가 면역 질환과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혈액과 관절액 등도 수집하고 있다. 충북대학병원 인체자원은행 병리학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옥준 충북대학병원 의과대학 병리학과 교수는 “미국 등에서 양질의 검체를 분양 받는데 수십에서 수백만 원까지 상당한 비용이 든다”며 “더욱이 유전학적으로 동?서양인이 다른 상황에서 맞춤 치료기법이나 의약개발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인체자원은행이 체계화 되고 표준화 되면서 중계연구 활성화 등 국가 의과학산업발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교수는 “충북대학교 병원은 중부지역 거점은행으로서 e-biobank 등 국가적 연구 인프라 구축사업에 동참해 우수한 검체를 수집, 관리, 분양하고 다기관 협조연구체계를 구축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앞으로 인체자원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에 생명윤리에 따른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동참이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약개발과 새로운 치료기법에 대한 연구를 위해선 인체자원은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명윤리를 지켜 가면서 어떻게 하면 의과학산업발전을 위해 제약회사 등 민간연구소에 다양한 인체자원을 분양할 수 있는가는 과제로 남아 있다.

충북대학병원 인체자원은행이 말기암환자에 대한 검체 연구에 주력하는 것처럼 어떻게 하면 지역 거점은행을 차별화, 특성화 해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가도 연구 대상이다. 이는 세계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유명 과학잡지가 모두 미국(사이언스), 영국(네이처)에 있는데서 알 수 있듯 국내 인체자원은행과 연구진을 세계에 알릴 공신력 있는 매체의 개발도 필요하다. 또 인체 자원을 관리하고 표준화 할 연구진의 활용 등 전문인력 개발과 지원도 국가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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