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망가져가는 과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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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망가져가는 과정2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1.11.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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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호(10월7일자) 이 코너에서 ‘정치인은 정말 똑똑하거나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하버드대학에서 법학석사 학위까지 받은 청년이었다.

24살에 이미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경제개혁센터 집행위원으로 일하는 등 사회참여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똑똑하고 잘난 그는 40살에 금배지를 달았다.

그는 2010년 7월16일 국회의장배 대학생토론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가진 만찬자리에서 아나운서가 꿈이라는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또 특정대학을 지칭하며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가카’까지 모욕했다.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한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소속 정당에서 쫓겨났지만 1년여가 흐른 지난 8월31일 국회에 상정된 제명안은 부결돼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여자 아나운서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했다는 이유로 아나운서 78명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1,2심에서 모욕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총선 전에 확정판결이 나오면 그는 직을 박탈당하고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다.

사실 그는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했다. ‘불행히’도 입만 살아있을 뿐이다. 그는 지난 10.26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그를 쫓아낸 정당의 사대(射臺)에 서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조준했으나 유효하지 못했다.

대다수 국회의원 오히려 통쾌할걸?

그는 다시 ‘안철수 저격수’를 자임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그의 지원사격에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의 공세는 거의 화염방사기 수준이지만 강한 역풍에 불길이 거꾸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그는 이같은 표현이 개그맨들을 모욕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지만, 최근 ‘개그맨보다 더 웃긴 정치인’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KBS 2TV ‘개그콘서트’의 화제의 코너 ‘사마귀 유치원’의 최효종을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 모욕죄로 서울남부지검에 형사 고소한데 따른 것이다. 최씨가 “국회의원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 판사가 돼서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지면 돼요.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라고 말한 것이 모든 국회의원들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씨를 고소한 것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것임을 누차 밝히고 있다. 그는 19일 방송된 KBS 2TV ‘연예가중계’와 인터뷰에서도 “만약 최효종에게 유죄가 인정되면 내가 현재 인정받은 모욕죄 부분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는 ‘시청자들을 웃기라’는 개그맨이고, 그는 국민들로부터 입법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은 공인이다. 최씨는 부조리를 풍자하는 코너를 통해 국회의원 중에서도 양지를 지향하는 일부를 꼬집었을 뿐이다. 집권여당 수뇌부와 선이 닿아 여당 텃밭에서 출마하지 않은 의원들은 오히려 최씨의 개그에 통쾌했을 수도 있다.

반면 그는 술자리에서 근거 없는 말로 여자 아나운서 전체를 욕보였다. ‘정치인이 망가져가는 과정3’를 쓰게 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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