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삼지송과 설전이 대수면
주민들 알권리는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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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삼지송과 설전이 대수면
주민들 알권리는 어디에 있나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11.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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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지난 25일 지역신문에 뜬금없이 ‘삼지송’으로 불리는 소나무 이야기가 보도됐다. 이시종 지사가 출입기자들과 산행을 하면서 삼지(三枝) 소나무를 발견하고 정이품송처럼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보니 도에서 2억원을 들여 등산로를 정비하고 보호수 지정을 위한 사업을 할 계획이란다. ‘도지사가 마음을 빼앗긴 나무니 보호해야 한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에 애쓰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뿐이 아니다. 한나라당 기관지도 아닌데, 한나라당 정치인들의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 동정도 주요하게 보도되고 있다.

이들 기사들을 보면서 참으로 한가하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한미FTA 때문이다. 한미FTA 관련 기사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날치기 처리 이후 도에서 발표한 피해 규모와 대책 관련 기사가 있긴 했다. 그러나 전혀 구체적이지 않았다.

도가 제시한 FTA대책 내용을 기사로 보도했으니 이제 언론은 책임을 다했다고 여긴 것일까. 한미FTA 대책에 대해 지사와 국회의원에게, 특히 날치기 처리에 나선 한나라당 송광호, 윤진식 의원에게 왜 따져 묻지 않는 것일까. 한미FTA가 정말 도민을 위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게끔 보도해야 하질 않나.

언론이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를 묻게 하는 일이 또 있었다. 지난 24일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충북도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언론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광희 의원과 박춘란 부교육감이 장애인 교육권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광희 의원은 충북교육청이 장애인 교육권과 관련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위대와 소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 문제를 지적했다. 사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가 장애인 교육권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지는 오래 됐다.

장애인 교육권과 관련해 이기용 교육감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교육감은 만나기도 힘들었고, 교육청은 장애인 교육권과 관련한 대책을 전혀 내놓질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로 농성을 해산시키려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젠 시민들이 기자 키울 것”

그런데 언론이 주목한 것은 겨우 ‘설전’이었다. 도의회가 어떤 문제를 제기했는지, 도교육청이 밝힌 입장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검증해 보도해야 독자들이 사건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설전을 벌였다, 맥 빠진 감사였다’는 게 보도 내용의 전부였다. 어떤 문제가 쟁점이 되었는지를 전혀 살펴주지 않은 채 감사 자체를 폄하하는 식의 보도태도는 오히려 무관심을 낳고, 지방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할 뿐이다. 언론이 정말로 지방정치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무관심을 조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이런 식의 보도태도는 곤란하다.

우리는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때 지역주민들의 알권리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언론이 지역주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묻고 싶다. 도대체 기자들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출입처에서 주는 보도 자료나 힘 있는 자들이 알리고 싶어 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질 않나.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시민언론학교 강사로 나선 변상욱 CBS 기자가 후배기자와 시민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는 기자론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변상욱 기자는 이제 시민들이 기자를 선택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시민의 눈에 의해서 가려지고 시민들이 키워주는 사람이 기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있는 사실 그대로만을 보도하는 것을 넘어서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정보를 판별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정리해내고 통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람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역의 언론인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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