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박근혜만 등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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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박근혜만 등판하면…”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1.12.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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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정치의 장본인 이상득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통령의 형인 그는 동생처럼 대기업 CEO 출신으로 영일군과 포항 남구에서 무려 6선을 하며 국회부의장까지 지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그동안 땅 짚고 헤엄을 쳐온 영남의 다선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천을 위협하거나 불출마 도미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의 신변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처럼 불출마 선언이 이뤄졌다면 아름다운 퇴장이 될 뻔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검찰에 소환될 지도 모른다. 이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가 말 많은 SLS그룹과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7억5000만원을 받은 것이 드러나 체포된 데다, 이 돈이 이상득 의원실 직원들 계좌에서 조직적으로 돈세탁된 상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형님정치를 혐오하며 정권 내내 이 의원과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영맨 가운데 한 사람인 원희룡 의원은 13일 “비리 앞에 성역은 없다”며 “어떤 식으로든 검찰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야권통합을 놓고 갈수록 당내 대립이 심각해지는 민주당도 문제지만 한나라당은 당 간판을 내리고 재창당을 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 배경에는 형님의 위기와 더불어 제일저축은행장으로부터 “영업정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4억원의 비자금을 받은 대통령의 4촌 처남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의 구속 등 친인척 비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깔끔한 마무리 아니면 패전처리

한나라당 대선후보 가운데 유력한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등판할 타이밍이 됐다. 박 전 대표도 더 이상은 뒤로 뺄 수 없는 상황이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4월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후폭풍으로 초토화된 당을 이끌고 천막당사로 들어간 박 전 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심사위원장에 넘기는 등 파격적인 쇄신안으로 당을 위기에서 구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커터에 의한 얼굴 테러로 병원으로 가는 상황에서 ‘대전은요?’라는 한마디를 던져 대전 선거판을 뒤집은 것은 구원등판을 기대케 하는 살아있는 신화다.

정우택 전 충북지사가 박근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13일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13일 도청기자실을 찾아 “지금은 한나라당이 혼란에 빠져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등판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정 전 지사는 또 “지사 재임시절 공개적으로 박 전 대표를 지지했었고, 박 전 대표 역시 나를 도지사 후보 ‘영입 1순위’로 꼽은 일이 있었다”며 “난 박 전 대표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기 보단 그가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이라고까지 했다.

어찌 됐든 다음 경기에 에이스로 선발 출전하려던 박 전 대표는 구원등판에 이어던지기를 불사해야할 판이다. 깔끔한 마무리가 될지, 패전처리가 될지가 4월 총선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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