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신년휘호
도지사의 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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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신년휘호
도지사의 사자성어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2.01.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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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들은 새해 원단에 자신의 철학을 담은 한마디를 세상에 알린다. 고상함을 덧대고 품격을 높이기 위해 대개는 대중들의 귀에 설은 사자성어를 내놓는데, 대통령쯤 되면 붓을 잡아 일필휘지로 내달리니 이른바 신년휘호(新年揮毫)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신년휘호를 썼고 그 글씨와 내용은 인구에 회자되기 마련이었다. 짓궂은 사람들은 사자성어의 한자단어를 바꾸거나 아예 4행시로 만들어 패러디를 하기도 한다. 긴급조치가 있던 3공이나 서슬 퍼런 5공 시절에는 남몰래 했으나 지금은 대놓고 한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국가원수 모독죄에 해당될만한 것도 적지 않다.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의 대도무문(大道無門)은 ‘큰 도둑은 막을 길이 없다’는 대도무문(大盜無門)으로 풍자됐다. 이 휘호를 즐겨 쓴 그 대통령이 그랬다는 얘기가 아니라 거물급 정치인 중에 의외로 큰 도둑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동안 5개의 신년휘호를 쓰고 발표했다. 시화연풍(時和年豊·화평한 시대를 열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기회 삼아 기운 것을 바로 세운다)-일로영일(一勞永逸·현재의 고단함을 통해 이후 평안을 누린다)-일기가성(一氣呵成·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이룬다)-임사이구(臨事而懼· 큰일이 닥쳤을 때 두렵고도 신중한 마음으로 대처한다) 등이다.

一氣呵成을 ‘1G聲’으로 패러디

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4대강 공사를 밀어붙인 지난해에 ‘단숨에 해낸다’는 뜻의 일기가성으로 한 해를 연 것이다. 그런데 이를 1G聲으로 비꼰 네티즌들의 패러디가 더욱 가관이다. 2MB라는 대통령의 애칭(?)에 착안해 그의 500배인 1G(1기가)로 비꼰 것이다. 소리 ‘성(聲)’자는 발언을 의미한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신년휘호를 쓰지 않지만 사자성어를 직접 만든다. 지난해 오송탱천(五松撑天)에 이어 올해는 생창양휘(生昌陽輝)다. 분기탱천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오송탱천은 말 그대로 ‘오송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는 뜻이고, 생창양휘는 ‘생명이 넘치고 태양이 빛난다’는 뜻일 테니 중급 정도의 한자실력이면 짓고 풀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지사의 측근도 “지사가 현안문제와 관련해 간단한 문장을 먼저 만든 뒤 사전 등을 찾아가며 직접 사자성어를 조합한다. 한문에 특별히 조예가 깊은 것 같지는 않다. 한학에 능통한 사람들로부터 망신을 당할까싶어서 나중에 주변사람들에게 자문을 받는 정도다”라고 밝히고 있다.

리뷰 인 리뷰는 한자실력이 달려 신년 4행시를 지어 독자에게 바친다. “생! 생각한대로, 창! 창창히 펼쳐질 임진년, 양! 양양한 전도 따라, 휘! 휘달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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