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유엔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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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 유엔에 물어봐!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2.02.02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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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서울의 유력한 일간지가 최근 사설을 통해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육청이 모든 학교에 일률적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구시대적 획일주의의 산물이다. 학생인권이 중요하면 학교에 따라 교사, 학부모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시행하면 될 일이다”라고.

권위 있는 신문의 수준이 이 정도다. 색깔이 보수적이라고 비난하는 게 아니다.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학교에 대한 정치적인 통제라면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는 학교를 통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구성원인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자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학생인권에 대해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데 ‘교사와 학부모만’ 참여해야한다는 이 신문의 해법에서 대한민국 학생인권의 수준이 드러난다.

#1.
아프리카의 M공화국 출신인 11살의 소년 A는 자전거를 갖게 해주겠다는 노예상인에게 속아 C나라의 카카오농장에 팔려왔다. A는 새벽 6시부터 12시간이 넘는 노동에 시달렸고 짐이 무거워 쓰러질 때마다 자전거체인으로 일어설 때까지 맞았다. 구운 바나나만 먹었고 구멍도 없는 방안에서 집단생활을 했다. 갇혀있었기에 용변은 통조림 깡통에 해결했다. A는 농장을 극적으로 탈출해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지만 지금도 구타의 악몽에 시달린다.

#2.
대한민국의 여고생 김(金)은 불교신자인데 이미 세상을 떠난 학교 설립자의 뜻에 따라 매주 기독교 채플에 참여해야한다. 뚱뚱한 다리를 드러내기 싫어 사복은 바지만 입는데, 교복은 오직 치마뿐이다. 홀어머니가 밤늦게까지 마트에서 일하기 때문에 일찍 하교해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싶지만 밤 10시30분까지 야간자율학습에 묶여있다. 문학소녀인 김은 수학을 싫어하고 무슨 소린지 들어도 알 수 없는데 수학시간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1의 상황은 대한민국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만약에 저런 일이 일어난다면 고발프로그램에 방영될 터이고 분명히 공분을 살 것이다. 만약 C나라에서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법이나 조례를 만들어 일률적으로 강제하는데 이를 구시대적 획일주의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2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그러나 이미 반세기 전에 학생인권을 강조한 학교법을 제정한 독일인들에게 묻는다면 이 역시 인권학대의 수준이다.

독일의 예를 들 것도 없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우리 정부를 통박했다. 유엔의 지적과 권고는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표현·결사·집회의 자유, 정치활동의 자유 등 기본권에서부터 체벌은 물론 성적 착취, 따돌림, 소수자 차별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학업으로 말미암은 높은 스트레스와 청소년 자살률, 광범위한 사교육 의존과 그로 말미암은 고등교육 접근의 불평등 따위의 제도적 문제도 거론했다. 한국의 아동·청소년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게 요지다. 역사는 불편하더라도 진보하는 게 순리다.

학생인권이 보장되면 교권이 축소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교권은 오히려 평교사를 무시하는 정치권력, 학교권력과 싸워야 한다. 그런 교권조례라면 대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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