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관사축소 "지차체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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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 관사축소 "지차체 몫?"
  • 권혁상 기자
  • 승인 1999.06.0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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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국정원 충북지부청사이어 지검장 관사 매입나서
민선시장 소신 부족으로 공무원 · 시의원만 속앓이

지난 97년 안기부 충북지부가 청사 건물과 땅을 청주시에 고가로 매각해 물의를 빚은데 이어 최근 청주지검이 수곡동 지검장 관사 부지를 청주시에 매각하려해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한 청주시 는 청주지검의 매입요청을 받아들인 뒤 뒤늦게 시립도서관 부지로 활용계획을 세우는등 공유재산 매입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시의회도 상임위간에 의견이 엇갈려 마찰을 빚는 등 민선시장의 무소신이 불필요한 행정난맥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시민회등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시의 매입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시의회 사회경제위원회의 승인과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셨다.

청주시가 취약한 재정형편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의 청사 · 부지를 연이어 떠맡을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을 집중취재 했다.

앞뒤가 바뀐 사업계획
지난 98년 2월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각 신문 · 방송에서는 한국 사회 전반의 개혁 과제에 대해 집중보도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일제 식민통치의 유산인 기관장 관사제도에 대한 폐지론이 제기됐다.
충북의 경우에도 도지사 관사 부지가 2877평, 청주시장 587평에 달하고 청주지검장 1297평, 청주법원장 472평 등 자치단체장, 국가기관장의 관사부지가 실제 활용도에 비해 턱없이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기관장 부부 또는 개인의 거처로 쓰여지고 있는 관사가 도심의 수천평 땅을 독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충청리뷰는 지난 94년부터(94 년 5월호) 관사제도의 모순점을 지적해왔다.
언론의 집중보도 이후 정부에서는 대규모 지방관사의 폐지방침을 천명했고 법무부도 이같은 내부지침을 올초 각급 검찰에 전달했다.

청주지검장 관사의 매각방침도 이때 결정됐고 청주지검은 지난 2월부터 자체적으로 처리방법을 강구했다는 것.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청주지법 · 검 맞은편에 위치한 지검장 관사는 4283평방미터(1297평) 부지에 건물 269평방미터(80평) 규모였다.

하지만 IMF 경제상황에서 1300평에 달하는 도심의 대규모 땅을 처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 지형이 평지가 아닌 구릉지기 때문에 건물신축등 개발에도 지장이 많은 형편이었다.

도서관건립에 추경까지
결국 지난 3월말 청주시에 공공의 목적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매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에는 수의계약에 의한 매매가 가능했기 때문에 청주지검의 입장에서는 가장 손쉬운 처리’방법이었다.

청주시는 나기정 시장의 매입방침에 따라 후속조치로 문화관광과에 활용방안을 강구 하도록 지시했다는 것. 우선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2차로 사업부지를 확정 · 매입하는 것이 당연한 행정절차 임에도 불구하고 앞뒤가 뒤바뀐 셈이 었다.

“예를 들자면 무작정 옷을 사고 그 옷에 몸을 맞추겠다는 얘기다. 느닷없이 땅은 생겼는데 시예산으로 사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니까, 졸속으로 내세 운게 시립도서관 건립이다. 더구나 공유재산 관리변경에 대한 의회 의결을 거친다음 예산신청을 해야 하는데 해당 상임위 승인절차만 마치고 추경 예산안에 8억원를 올려 우리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시켰다.

이것은 명백한 지방자치법 위반사항이다. 시민단체가 고발 을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청주시의회 운영총무위원회 소속 A의원의 말이다.
지난 4월초 활용방안에 대해 지시를 받은 문화관광과에서는 시립도서관 건립안을 마련해 5월초 재무과에 공유재산 매입흘 요청했다.

문제의 수곡동 부지는 98년 공시지가가 평방미터당 87만 7000원이었고 올해에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라 평방미터당 70만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무과에서 지난 25일 청주시의회 사회경제위원회에 제출한 공유재산 관리변경안에 따르면 매입가는 98년 공시지가를 적용해 평당 288만원 꼴로 전체 1297평의 땅값으로 37억 3608만원, 건물값으로 3814만원을 계상했다.

이에대해 청주지검측은 “지난 2월 2개회사로부터 관사 · 부지에 대한 복수 감정평가를 받은 결과 총평가액이 31억 900만원(평당 239만원)으로 최종산정됐다. 이같은 토지가는 공시지가보다 무려 20%가랑 낮은 수준이고 대금납부도 5년 분할상환 조건이기 때문에 지자체 예산집행에 별 무리가 없다고 본다.

관사부지가 청주교대의 교육용 부지와 인접해 있어 당초에는 교대측에 매입여부를 타진했지만 교육부 재정형편상 불가능했다. 이 시점에 청주시에서 시립도서 관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시측과 업무협의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 했다.

용암 · 가경 건립순위 우선
하지만 인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지가평가는 다소 차이가 있다.
"IMF 이후에는 토지거래가 사실상 끊겨 정확한 현 시가를 확정하기는 곤란하다. 통상적으로 수곡동 지검장 관사부지의 평당매입가가 239만원이라면 도로 인접부지의 가격으로는 적당하다고 본다.

다만 1300평에 이르는 큰 땅인데 다 구릉지로 경사가 심해 감가 요인이 충분하다고 볼 때 총매 입가가 31억원이면 너무 높은 수준이다. 땅의 위치를 감안하면 오히려 민간 법조인들에게 분할매매하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의회 사회경제위원회는 25일 간단회와 현장조사를 마친 뒤 집행부의 공유재산 매입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운영총무위원회에서 추경예산으로 편성한 계약금 8억원을 전액 삭감하는등 제동을 걸고 나섰다. 표면상 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밝혔지만 사회경제위의 사업승인에 대한 반발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초 사회경제위의원 간담회에서는 지난번 안기부 청사 매입의 사례를 감한해 불가(不可) 입장이 뚜렷했다. 하지만 현지실사를 마친 뒤에는 ‘주변 여건이 시립도서관 건립이 적합하다’ 는 의견이 제기됐고 최 종적으로 승인결정을 내린 것이다.

의원 개개인의 찬반의사를 회의록에 남기지는 않았지만 상대기관이 검찰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감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몇몇 의원은 개인적으로 청탁전화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법무부에서 오는 6월까지 처분토록 방침을 정해 청주지검에서도 시한에 쫓기는 상황힌 것 같았다” 사회경제위원회 소속 B의원의 증언이다.

“시의회 감시기능은 어디로”
이에대해 청주시민회 송재봉사무국장은 “우선 민선시장들이 국가기관의 매입요청을 뿌리치지 못하는 무소신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행정을 견제하고 예산낭비를 감시해야 할 시의회마저, 매입용도조차 불투명하고 매입가격도 높은 지검장 관사부지의 매입안을 승인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시립도서관을 짓더라도 인구 밀집지역인 용암동이나 가경 동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시민의 권익을 생각하는 시의원들이라면 본 회의 통과라도 저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1300평 부지에 소규모로 들어설 도서관이라면 차라리 충북도여성회관, 폐쇄된 동사무소등 유휴 공공시설을 분산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청주 사직동 충북도 중앙도서관의 경우 부지면적이 3774평에 달해 수곡동 부지보다 3배가 크다.

결국 중앙도서관의 3분의 1 수준인 시립도서관을 교통정체가 극심한 법원 · 검찰청 앞 에 세훌 경우 이용객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지검장 관사부지가 평지가 아닌 구릉지기 때문에 건물신축시 홍벽설치 등에 따른 감소면적을 감안할 때 인근 부지의 추가매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청주시는 교육도시로 알려졌지만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보면 시립도서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수곡동 부지가 미리 정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서관 건립 예정지를 복수로 검토하진 않았지만 관사주변의 뛰어난 조경수를 살린다면 입지조건은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인근에 교대, 충북고, 청주 남중등 5개교가 자리잡고 있는데다 아파트 밀집지역과 인접해 도서관 활용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입가격도 공시지보다 낮기 때문에 행정절차상 아무런 하자는 없다”고 밝혔다.

/ 권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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