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선 안 된다... 고민끝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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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선 안 된다... 고민끝 결단"
  • 충청리뷰
  • 승인 2000.07.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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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모한 부정행위는 처음... 일단 덮어두려는 분위기에 화가 났다"

충북도 의회의 뇌물사건을 폭로한 심흥섭 의원(38 · 충주 2)은 대사(?)를 앞두고 한바탕 숨바꼭질을 했다.자신의 뜻을 동료 의원들에게 언질하는 과정에서 큰 반발에 부딪쳤던 것이다.철없는 소영웅주의적 치기라는 비판에서 부터 진정 용기가 있었다는 평가에 이르기까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여론 때문에 한동안 운신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 에 없었던 것.

쏟아지는 비판, 쏟아지는 격려

그에 대한 주변의 인식은 반반이다.이번 뇌물 사건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던 모습 역시 엇 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이것도 유명세라면 사안의 성격상 그럴만도 하다.심 의원은 자신의 측근 인사들에게 처음 호된 비판을 받았다.폭로 내용의 문제보다는 미리 상의하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오류에 대한 치도곤이었다. 심의원의 갑작스런 행동 때문에 제일 먼저 의혹의 눈길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의장에 출마했다가 좌절한 권영관 의원(충주 1)이다.결선투표에서 김진호 의원에 3표 차로 떨어진 권 의원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재수 의원과 막판 연대를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 졌다.

이에 반해 김진호 의원은 박종기 의원(보은 2)과 모종의 관계를 약속했다는게 정설이다.그러나 2차 투표에서 박재수 의원이 얻었던 4표가 마지막 3차 결선투표에서 권영관 의원으로 몰리는데 차질이 생겼지만 1차 투표에서 박종기 의원(보은 2)에게 던져졌던 4표는 2, 3차 투표에서 고스란히 김진호 의원 한테 흡수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폭로 앞서 김진호 의장과 상의

결국 헛다리를 짚은 권 의원이 같은 지역의 심 의원을 내세워 분풀이를 하는 과정에서 폭로에까지, 이르게 됐고 이는 곧 의장에 당선된 김진호 의원에 까지 파급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는 가설이다.이에 대해 권 의원과 폭로 당사자오 심 의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시나리오”라고 반박하며 어의가 없다는 반응이다.관계자들에 대한 확인 결과 권 의원은 심 의원의 폭로를 마지막까지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의원 역시 “충주가 같은 지역구일 뿐더러 권 의원 과의 사회적인 관계 때문에 주변으로부 터 그같은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개연성은 있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자신의 충정을 이해해 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심 의원은 폭로에 앞서 김진호 의장 등 일부 의원과도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사실 그대로를 얘기할 것을 요구 한 후 전후 사정을 들어 봤다.

-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엄청난 파장이 예상됐을텐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놓고 며칠 밤을 고민했다.오랫동안 정치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선 나름대로 단련됐다고 위안을 가졌었다.그러나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실은 처음의 생각과는 너무나 달랐다.도의회가 정말 이런 곳인지는 상상도 못했다.보궐 선거로 당선돼 활동시기가 짧았기 때문에 도의회의 정확한 역힉구도를 알 수는 없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졌다.몇 분한테 상의를 드렸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느꼈다.주민들을 대표한다는 도의회가 이래서는 안된다는 순수한 생각뻐서 사실을 밖에 알린 것뿐이다."

“심기일전 계기 될 것 확신”

- 동료의원들과 충분히 상의해서 처리할 수도 있었잖은가.
“처음엔 그럴려고 생각했다.실제로 동료의원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본말이 전도되는 느낌을 가졌다.숨긴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국회활동 등 중앙정치를 경험했지만 이렇게 무모하게 자행되는 부정행위는 처음 봤다.의원직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사실을 밝히 고 싶었다." (심흥섭 의원은 이종근 전 의원의 수행비서를 역임했고 자민련 중앙당때서 근무했다)

- 처음 발표할 때 7명의 의원이 돈을 받았다고 했는데 확실한 근거가 있었나.
"당시 알만한 의원들은 다 알고 있었다.지금도 아쉬운 것은 초장에 적극적인 대처만 강구됐다면 지금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일단 덮어두려는 분위기에 화가 났다.주민들을 대표한다는 지방의원이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진(自盡)의 심정으로 맞서고 싶었다."

-동료의원들한테 미안한 생각은 없는가.
“나의 행동으로 한때 큰 오해를 받은 의원들한테는 할 말이 없다.특히 이광종 의원(단양 1)과 최영락 의원(제천 1)에겐 큰 죄를 진 것같아 몸둘바를 모르겠다.기회가 되면 백번 사죄하고 싶다.그렇지만 정말 부적격한 도의원들도 있다.이들에 대해선 주민들의 감시가 절실하다."

-앞으로 의정활동에 어려움이 따를텐데.
“각오가 되어 있다.물론 욕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오히려 희망을 갖게 됐다.몇몇 동료의원들은 되레 용기를 줬다.훌륭하신 분들이다.이분들의 뜻을 존중해 추후 입장을 정리하겠다."

-도의회에 할 말이 있다면.
"만약 이 문제가 터지지 않았으면 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빨리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한다. 심기일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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