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탈 깎다보니 얼굴도 닮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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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탈 깎다보니 얼굴도 닮았구나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2.03.21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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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딛고 45년 입체조각 박인근 선생

장애를 딛고 전통 수공예의 명맥을 이어가는 이가 있다. 바로 민속공예가 목향 박인근(63)선생이다. 괴산군 청천면에서 화복공예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았지만 단장을 짚으면 그리 불편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때 안동 재활원에서 목공예(조각) 교사로 10여년을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만난 것이 지금의 아내인 정효선(56)씨.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던 아내 정 씨도 1급 지체장애인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목공예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던 정 씨는 한 방송사에서 안동 재활원 수강생 모집 광고를 보고 무조건 찾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장승을 깎으려면 통나무도 다뤄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이 입체조각을 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결국 수예 매듭문양을 조각하는 입체조각을 박 선생으로부터 배우는 것을 허락받으면서 평생의 반려자가 됐다. 이후로도 남편의 수공예품에 칠을 하는 것을 간혹 돕고 있지만 자신이 민속공예가로 함께 소개되는 것을 끝내 고사했다. 박 선생은 제2의 고향을 만들어 보자고 찾은 괴산군 청천면에서 7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1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전원생활이나 한 번 즐겨보자고 찾은 청천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된 것이다.

민속공예 열정, 장애는 없었다

하지만 장애도 그의 민속공예에 대한 열정은 꺾을 수 없었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이 고향인 박 선생은 먹고 살기 힘든 시절 동네 친구의 권유로 서울 공항동에 있는 ‘왕자공예사’에서 목공예를 배웠다. 그의 나이 18살 때의 일이다. 이후 안동재활원에서 조각교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북 안동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하회마을과 별신굿에 이용되는 하회탈이듯 그의 조각품은 하회탈과 동물조각, 장승, 수석좌대 등이 많다.


그가 만든 하회탈은 현존하는 양반, 선비, 중, 백정, 초랭이, 할매, 이매, 부네, 각시 등 9개의 탈이다. 총각, 떡다리, 별채 등 3종류의 탈은 분실된 채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괴산 청천면은 지난 1994년 농림수산부가 지정한 농어촌 특산단지 중의 하나다. 관광지이기도 한 이 곳에 농한기 농민들의 생계일환으로 민속공예품과 농특산물을 판매하도록 허락된 곳이다.

그래서 박 선생의 공방 한 옆으로는 그가 만든 각종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전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다녀가고 방송에도 소개되면서 문하생까지 둘 정도로 붐볐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취미생활을 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기억에 남는 문하생으로는 강원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속공예가 방유섭씨, 청주의 송택길씨 등이 있다고 한다.

“장애인 직업교육장 만드는게 소원”

박 선생은 “한 때 숙식을 함께 하며 배워간 문하생도 있지만 기계화 되면서 하회탈 수공예도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경북 민예품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아 서울 본선에 진출해 동상을 받은 일이라고 했다. 호돌이를 조각해 입상한 작품은 경북도청에 기념으로 제공했다.

이후에도 충북도 등에서 주최하는 각종 기능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심지어 괴산군이 산막이 옛길을 조성하면서 호랑이 굴 앞에 세울 호랑이 조각상을 요구해 만들어 줬던 일도 전했다. 하지만 박 씨의 작품은 도난이 우려되고 아이들이 올라탈 경우 파손이 우려돼 전설의 호랑이 굴 앞에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충북도로부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민속공예 체험관 설치를 제안 받았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며 “오히려 예산이 지원된다면 장애인들의 직업교육 일환으로 공방이나 설치 운영하는 것이 앞으로 바람이라면 바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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