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지리한 싸움, 시민들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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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지리한 싸움, 시민들 지친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4.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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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부지 곳곳에 흙더미 ‘옥의 티’

지난 주말 연휴를 맞아 봄을 만끽하려는 인파로 무심천일대가 혼잡했다. 시민들은 연신 사진기를 들고 추억을 남기려 분주했다. 활짝 핀 벚꽃과 시민들의 환한 웃음이 멋지게 어우러진 사진속엔 아쉽게도 청주시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벚꽃 뒤로 펼쳐진 고수부지 풍경은 마치 밭을 일궈놓은 듯 파헤쳐져 있다. 청주시가 야시장 개설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의 산물이다.

90년대 중반까지 벚꽃이 필 때면 어김없이 무심천에 야시장이 들어섰다. 그러던 것이 환경오염과 사행성조장 등의 이유로 자취를 감췄다. 그 후 해마다 4월이면 야시장개설을 둘러싸고 청주시와 장애인협회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온 박모(32)씨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나왔는데 맘껏 거닐 곳이 없다. 도로옆 보도블럭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아이들이 뛰어 다닐 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행태에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2월27일 한국장애인갱생협회와 연영석 청주부시장의 면담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갱생협회측은 더 이상 야시장을 열지 않겠다는 구두약속을 했다. 부시장도 이러한 결정에 고맙다는 뜻을 밝히며 야시장문제는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야간에 천막을 칠 것이라는 첩보가 접수되면서  청주시는 또다시 조치를 취하기에 이른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들에 시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 청주시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원천봉쇄 이외의 대안은 없다. 천막을 칠 수 없게 만들어야지 이미 쳐버린 천막을 거둬내려면 오히려 더 큰 충돌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야간 급습(?)을 막기 위해 경찰력과 함께 시청직원들은 밤마다 순찰을 다닌다. 불필요한 인력낭비가 아닐 수 없다. 현행법으로는 불법점유에 관한 고발조치가 이 문제를 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천막을 설치한 다음에야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마찰을 겪느니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 청주시의 방침이다.

야시장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에 행사를 유치해 시민들에게 축제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야시장 불허의 이유인 사행성과 환경오염적 요소를 제거한 건전한 먹거리 유치도 방법일 것이다. 더 이상 시민이 피해를 감수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청주시는 무엇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하는 것이며, 올바른 행정인지를 판단해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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