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 표절여부는 누가 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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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 표절여부는 누가 가리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2.06.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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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제에 표절방지용 시스템 구축해야…고민없이 설치되는 조형물도 문제

저작권보호가 제대로 이뤄지는 사회일수록 표절에 대한 규제도 엄격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표절에 대해 관대하다. 국민들은 벌써 여러 명의 장관이 학위 논문을 표절해 불명예스럽게 낙마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지난 4·11 총선 이후 국회의원 당선자 중에도 박사논문을 표절해 전국적 망신을 당한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 명은 청주지역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지금 당당하게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심판은 끝난 게 아니다.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제 모든 선출직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부동산투기만 검증할 게 아니고 논문표절 여부를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 만큼 표절은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인터넷기술이 발달하고 인터넷을 많이 쓰는 민족답게 한국은 ‘퍼나르기 기술’도 발달했다. 가요계에서는 또 표절시비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이런 시비는 미술분야에도 있다. 최근 청원군의 ‘이야기가 있는 문의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사업 당선작 발표 이후 곧바로 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당초 청원군은 한 개 팀당 20점 내외의 작품을 내도록 했고, 당선 팀은 22점을 출품했다. 이 중 의심을 받고 있는 3개 작품은 비전문가가 봐도 원작자 작품과 너무 흡사하다. 2점은 다른 지역의 공공미술인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등장한 작품이고, 다른 한 개는 외국작가 것이다.

“문화재단에 표절심사위원회 만들자”

당선 팀은 당연히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지역작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러자 청원군은 전문가들에게 평가를 받겠다고 나섰으나 표절여부를 심사해줄 기관이 없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한국저작권위원회나 문화예술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할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 국내 기관 중 이것을 판단해줄 곳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충북에서 이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의견들이 있다. 충북문화재단이 내부에 표절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위원회를 열자는 것이다. 문화재단 안에는 현재 기획위원회만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문화재단 측은 근거조항이 없다며 역시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제에 미술분야에도 표절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언제까지 소모적 논쟁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논문표절에 대해서는 검색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논문 및 리포트 표절 검색 프로그램은 고려대의 KuREPOLS와 부산대의 DeVAC, 슨보소프트(snbosoft)의 COPYLESS 등이 있고 해외에는 미국 텍사스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eTBLAST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참에 얘기할 게 있다.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지는 각종 조형물이 너무 쉽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청원군은 충북도에서 예산을 준다고 해서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거리에 꼭 조형물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는 것이다.

요즘 전국적으로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유행이다. 그래서 거리마다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한 번 세우면 몇 십년 갈 작품인데 개중에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게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조형물을 만드는 것인가. 마을주민들이 진정 원하는가. 지자체는 예산이 있으니까 하고, 작가들은 돈을 버니까 참여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얼마 후에 쓰레기로 전락할 수많은 조형물들이 여기 저기 세워진다. 작품 표절 방지용 시스템구축과 함께 이 문제도 심사숙고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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