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 인터넷카페는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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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인터넷카페는 ‘먹통’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4.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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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뻔지름한 전시행정의 전형

주민들에게 정보접근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동사무소에 설치된 ‘인터넷카페’가 시스템의 낙후와 관리소홀로 주민들에게 외면 당하고 있다. 잦은 고장과 동사무소의 무성의한 대처로 인해 컴퓨터를 사용하기위해 동사무소를 찾는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으며, 외형적인 관리에만 치중하는 ‘보여주기’ 식의 전시행정의 전형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 동사무소의 컴퓨터는 지금도 먹통 중 이다.

강서동 주민 김모(34)씨는 “지난달에도 고장이 나서 헛걸음을 했는데 아직도 수리가 안된 모양이다”며 늦장수리에 불만을 토로했다. 비단 강서동사무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사무소 인터넷카페들이 외형적인 정리만 잘해 놓았을 뿐 핵심적인 인터넷활용 등 컴퓨터 시스템에 대해서는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상당구에 비해 흥덕구의 컴퓨터관리가 더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2001년3월에 시행된 인터넷카페화사업은 ‘인터넷을 가장 잘 쓰는 도’조기달성과 지역간 정보격차를 해소하여 모든 주민에게 정보 접근기회를 제공하고, 민원인이 동사무소에서 대기시간에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으며,  지역주민이 가까운 곳에서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정보문화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된 사업이다.

 총사업비 1억9740만원(도비 2520만원, 시비 1억7220만원)을 들여 각 동사무소별로 3~5대씩 컴퓨터와 프린터를 설치하고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에서 인터넷을 설치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하루에도 수십명의 주민들이 동사무소를 찾아 카페는 성황을 이루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작동하지 않는 컴퓨터가 부지기수고,  인터넷 검색이 되지 않는 증상부터 심지어 전원이 들어오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컴퓨터도 있어 주민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동사무소 카페 담당자는 “여러 사람이 사용하다 보니 고장이 잦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매일 체크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사용자가 고장신고를 하면 유지보수회사에 연락해 바로 조치를 취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민의 말은 다르다. “고장신고를 해도 바로 시정이 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찾아가도 컴퓨터가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은 매일반”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카페 담당자의 컴퓨터 활용능력도 문제다.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소한 고장도 유지보수업체가 출장을 가야만 해결이 된다. 또한 다른 업무를 병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카페를 점검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청주시 동사무소의 컴퓨터 설치 및 유지보수를 맞고 있는 K업체 대표는 “동사무소에서 사무용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는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점검을 한다. 유지보수비용으로 구 별로 1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받는다. 하지만 인터넷카페의 경우 상당구는 유지보수비용을 받고 관리를 해주고 있지만 흥덕구의 경우는 유지보수비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인 관리는 안하고 있다.” 다만 AS요청이 들어오면 방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관리는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흥덕구의 인터넷카페가 상당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장비율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동사무소 인터넷카페 관리자는 컴퓨터의 노화를 고장의 주된 이유로 말한다. 이미 구형이 돼버린 인터넷카페의 컴퓨터는 주민들에게 만족할 만한 수준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 컴퓨터업체 관계자는 “통상 컴퓨터의 생명력은 2년 정도다. 2년 후엔 사양이 떨어져 새로운 프로그램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터넷검색 정도의 컴퓨터 활용은 관리만 잘하면 큰 무리가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인터넷카페의 기능을 어느 선까지 보느냐가 컴퓨터 업그레이드의 필요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철저한 관리만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주민들이 인터넷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편, 인터넷카페화사업의 본래 취지에 맞게 인터넷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동사무소도 있다. 금천동사무소의 경우 주민자치프로그램과 인터넷카페사업을 연계해 오히려 인터넷카페를 한단계 발전시킨 모델로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주민자치프로그램 사업비 일부를 컴퓨터 구입에 사용, 총 16대의 컴퓨터를 구비하고 매주 5일간 강사를 초빙해 컴퓨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철저한 관리로 많은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원활히 사용되고 있다.

금천동사무소 박철완 주무는 “학생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게임을 봉쇄해 놓았다. 또한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 처음 컴퓨터를 세팅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컴퓨터프로그램상의 오류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컴퓨터교실은 호응이 좋아 수강등록이 5개월이나 밀려있는 상태다. “2002년 치러진 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서 전국 2200동이 참가한 가운데 금천동사무소가 종합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보급율은 세계최고수준을 자랑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가정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컴퓨터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가정이 꽤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을 통한 교육프로그램이 사교육비 절감의 핵심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수험생들에게 인터넷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카페가 제 몫을 할 수 있다면 기존의 어린학생들 뿐만 아니라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시는 내실있는 사업으로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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