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왕국 정나라 이야기
상태바
전설의 왕국 정나라 이야기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2.07.18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설의 왕국 정나라 얘기를 해볼게. 지금 얘기하는 정나라가 혹시 고무래처럼 생겨서 ‘丁나라’라고 불렸을 나라인지, 서주 왕조와 춘추 시대에 걸친 주나라의 제후국 중 하나였던 실제 ‘鄭나라’인지는 모르겠어. 그냥 정나라라고 하자.

하여튼 정나라 임금은 정씨였다고 하지? 그런데 정나라 임금은 도읍 출신이 아니어서 모반을 두려웠던 까닭에 친위세력을 키우려했단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미소년들을 뽑아서 곁에 두는 것이었어. 귀족 출신으로 외양이 잘생기고 재력도 있는 소년들을 벗 삼아 풍류도 즐기고 시국도 논하려는 구상이었는데, 정나라의 풍류도가 나중에 이웃나라에 전해져 화랑도가 됐다나, 풍월도가 됐다던가.

문제는 정나라 임금과 이들의 관계가 도를 넘어 백성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거야. 그중에 하나가 배를 타고 경치 좋은 섬으로 격구여행을 다니는 것이었어. 격구는 흔히 말을 타고 채로 공을 치는 운동으로 전해지지만 말을 타지 않는 격구도 있었으니, 땅을 주발 같이 파서 ‘와아(窩兒)’라는 홀을 만들고 물소가죽과 대나무로 만든 채로 공을 쳐 집어넣는 것이었대.

문제는 격구를 마치고 화려한 주연이 밤새도록 이어졌는데 기생이 번번이 임금의 처소에 들었다는 거야. 이쯤에서 “고대국가에서 임금의 방에 관기(官妓) 하나쯤 넣어드리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런데 그건 정나라의 법도를 몰라서 하는 얘기지. 정나라 법률에는 성매매 금지조항이 있었거든. 정나라의 법률은 간단해. 8조금법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조문은 세 가지만 전해져.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하고, 상해를 입히면 곡물로 배상하고, 물건을 훔치면 노비로 삼는다.’

“뒷얘긴 전설이라 설이 분분해”

성매매를 했을 때는 과연 어떤 처벌을 했을까? 상상은 해보지만 선뜻 떠오르지는 않아.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같이 직접 타격을 주는 방식은 아니었겠지? 어찌 됐든 임금이나 관헌이 되려는 자는 더욱 도덕적인 흠결이 없어야했다니 정나라도 유교의 영향을 받은 나라였나 봐.

그런데 정나라 임금은 제후국의 왕에 싫증을 느끼고 황제의 측근이 되려 했고 그래서 의정원 선거에 나갔다지. 황제국의 관료는 선출직도 있었는데 의정원은 선출직이었어. 상대 후보는 현직 의정원 의원이었어. 정나라 임금이 풍월도로부터 받은 각종 진상품과 연회, 그리고 격구여행을 꼬투리 삼아 공격했지만 정나라 임금은 “이런 새빨간 거짓말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군지 뻔하지 않냐”며 딱 잡아뗐어.

그때 저자에는 ‘범죄와 처벌’이라는 방이 붙었지. 내용은 풍월도와 즐겼던 지난날에 대한 기록이었어. 임금은 풍월도의 간부들을 의심할 수밖에. 이들을 잡아들이라고 의금부에 고발까지 했다지 뭐야. 조선시대 의금부랑 이름은 같지만 그 의금부는 아니야. 그래도 범인이 잡혔어야 말이지. 방을 붙였다는 의심을 받던 관료 중에 한 명이 이웃나라 주막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으니 민심은 오직 흉흉했겠어.

그래도 임금은 뜻한 대로 의정원 의원이 됐어. 어떤 이는 “임금이 언젠가 황제가 되겠다며 입버릇처럼 꿰던 ‘대망론’이 이제 시작되는가 보다” 생각했대. 정나라는 전설의 나라잖아. 그래서 뒷얘긴 설이 분분해. 하나는 해피엔딩, 하나는 잔혹극이야. 넌 어떤 얘기가 듣고 싶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