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성(性)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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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성(性) 망언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2.08.16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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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는 단어에서 수컷과 마초이즘(machoism)이 떠오르는 것은 비단 남성 정치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서가 아니다. 물론 정치인의 성비는 비례대표 여성 할당 등에도 불구하고 남성 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다. 19대 국회의 경우 여성의원은 지역구 19명, 비례대표 28명 등 모두 47명으로 15.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역대 최대다.

이에 반해 정치 못지않게 남성직업으로 인식돼 왔던 판·검사의 경우 이미 여성이 남성을 압도한지 오래다. 대법원이 공개한 기수별 사법연수생 판사 임용 현황(법무관 제외)에 따르면 2008년 여성판사 임용인원은 67명으로 전체의 69.79%를 차지한 데 이어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71.74%와 70.79%로 70%를 넘겼다. 상황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연수원생 출신 가운데 여검사 임용 비율 역시 2008년 53.24%, 2009년 65.9%, 2010년 58.06%로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에서 정치는 경찰(남성 92.6%, 여성 7.4%)과 함께 대표적인 남성직업으로 남아있다.

서울선 ‘자연산’… 지방에선 ‘관기’

그러나 정치=마초이즘이라는 다소 무리한 설정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것은 여성을 비하하는 막말발언이 정치인의 입을 통해서 양산되는데 그 앞에는 대개 기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모인 저자거리에서 스피커를 놓고 떠드는 것 이상의 반향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안상수의 ‘자연산 발언’과 홍준표의 ‘이대 계집애’ 또는 여기자를 향한 ‘너 맞아볼래’ 발언 등은 그들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할 때 국민들을 ‘멘붕(멘탈붕괴)’ 상태에 빠뜨린 바 있다. 여대생에게 “아나운서가 되면 다 줘야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던 강용석 전 의원은 ‘내가 제일 고소(告訴)해’라며 노이즈전략으로 19대 총선에 나섰지만 참패했다.

도내에서는 정우택 의원이 민선4기 도지사 재임시절이던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긴긴 밤 잘 보내셨습니까? 예전 관찰사였다면 관기(官妓)라도 하나 넣어드렸을 텐데”라는 여성비하 발언으로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당시 이 후보는 “어제 온 게 정 지사가 보낸 게 아니었냐?”고 화답해 막말 크로스토크의 진수를 보여줬다.

“또 민소매 입고 오면 정보 줄게”

그런데 충북 국회의원이 여기자를 상대로 적절치 못한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는 얘기가 서울발로 들려온다. 지난주 기자들과 가진 점심식사 자리에서 “다음엔 저녁에 뭉치자”며 의기투합했고, 용감한 A의원이 민소매 셔츠를 입은 여기자에게 “다음에도 그렇게 입고 오면 좋은 정보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

상대측인 모 경제신문의 말진(末陣·막내) 여기자는 당연히 불쾌감을 드러냈으나 “그 발언 하나만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그러니 사과 받고 끝내자”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의원은 현장에서 즉각 발언의 무례함에 대해 용서를 구했고 입이 무거운(?) 기자들의 협조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정치인들은 입은 참으로 거침이 없다. 일부 남성 정치인들은 그를 통해 자신을 노출시키려는 것 같다. 마치 바바리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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