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까지 했겠냐고 한다
상태바
그렇게까지 했겠냐고 한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3.04.04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표 편집위원
청주지방검찰청이 이른바 터널디도스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2011년 10.26 재보선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본보 보도를 통해 그 의혹이 제기된 것이 지난해 9월 26일이다. 알려진 대로 새누리당의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캠프에 당시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이었던 청주지역 사업가 손인석 씨가 1억원을 전달했고, 이 돈으로 창원터널에서 가짜 공사를 시도해 공단노동자들의 투표참여를 방해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손 전 위원장에 따르면 선거가 끝난 후에 돈을 돌려받았다. 그런데 그 방법 또한 심상치 않다. 그 절반은 중앙당사 보수공사를 한 것처럼 가장해 건설업자인 손 전 위원장의 회사로 입금됐다. 나머지는 현찰로 반환됐다는 것이 손 전 위원장이 지난해 9월24일 구속되기 전에 밝힌 내용이다. 손 전 위원장은 구속직전 이같은 내용을 정리해 본보에 전달했다.

지난해 보도 직후 파문이 확산되자 의혹의 일방인 김태호 의원 측에서 “허무맹랑한 얘기”라며 부인했다.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 의원의 측근 안상근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는 “손인석을 모른다”고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그렇게까지 했겠냐”고들 한다.

당일 터널주변에서 경미한 교통사고와 화물차의 적재물 추락, 신호등 교체공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평소보다 심각한 정체는 없었다고도 한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그렇게 거액을 들여 공사를 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영화와 같은 얘기다.

그런데 선거판을 톺아보면 영화와 같은 일투성이다. 터널디도스라는 기막힌 작명은 같은 10.26 재보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유래됐다. 선관위 홈페이지의 투표소 찾기 배너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인 ‘원순닷컴’에 대한 사이버테러를 ‘선관위디도스’라고 부른 것에 빗댄 표현이다.
선관위디도스가 온라인에서 벌어진 투표방해라면, 터널디도스는 오프라인에서 벌어진 투표방해공작이라는 의미다. 투표소 찾기 배너를 사이버테러한다고 투표율이 얼마나 내려가겠는가? 그래도 그들은 했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의 댓글 조작 의혹도 같은 종류의 사건이다. 국정원이 골방에서 댓글 조작이나 했겠냐고들 하지만 문제의 댓글녀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자택근무를 한 정황이 뚜렷하다.

또 다른 댓글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심리전단이라는 조직의 활동이 통째로 의심을 받고 있다. 보수조직은 생각보다 꼼꼼하고 성실하다. 기득권을 지키려하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은 매순간이 전쟁인양 사활을 건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손인석 전 위원장을 비롯해 심부름으로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임 모씨, 당시 김해까지 차를 운전했다는 이 모씨 등이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제 공은 검찰 앞으로 굴러갔다. 오래 전 일이라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김해에 가서 누구를 만나라’는 내용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달됐다고 한다. 현지에 갔던 차량의 통행기록 등이 한국도로공사 등에 남아있을 것이다. 주변 CCTV에도 찍혔을 것이다. 중앙당사를 보수하기로 한 표준공사도급계약서와 세금계산서, 통장입출금 기록이 있다.

이렇게 돈세탁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있는 만큼 검찰의 수사력이 빛을 발한다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이 ‘영화와 같은 사실’일 뿐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님을 밝혀줄 것을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