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가르친 스승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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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가르친 스승들 있었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3.04.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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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농고 교사 오세탁, 시위현장 사진에 담아
청주대 학장 이정규, 시위 격려하고 지지 성명

▲ 청주농고에 재임할 당시 농고생들의 4.19시위를 카메라에 담은 오세탁 전 충북대 법대 학장.

충북의 4.19를 어제의 일처럼 엿볼 수 있게 하는 귀중한 흑백사진들이 있다. 이를 촬영한 이는 당시 청주농고 교사였던 오세탁 전 충북대 법대 학장이다. 오 전 학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청주에 중등교사로 부임했다. 오 전 학장은 18일 연합시위에 농기구를 들고 나서는 비장한 학생들의 모습을 자신의 제노디아 카메라에 담았다. 오 전 학장은 또 당산에서 제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극적인 광경도 촬영했다.

“역사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야하겠다는 생각에 필름 1통에 현장을 담았다”는 것이 오 전 학장의 설명이다. 오 전 학장은 “옷 속에 숨겨 몰래 찍다보니 17장 정도가 제대로 찍혔다. 하루 전에 제자들이 찾아와 ‘총동원해서 데모를 하겠다’고 밝혔을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음날 큰 시위가 있을 것이라고 직감해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5년 충청북도 법무관으로 자리를 옮긴 오 전 학장은 1976년 충북대 법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1995년 퇴임 전에 법대 학장을 지냈다. 충북문인협회를 창립한 오 전 학장은 충북예총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청주대에는 독립운동가 출신 이정규 학장(청주대는 당시 단과대)이 있었다. 아나키스트였던 이 전 학장은 학보사 기자였던 박영수 전 청주문화원장에게 “박군 뭐하나 빨리 가서 사진 찍지 않고”라고 격려한 일화로 유명하다. 1960년 5월7일자 청주대학보에는 4.19시위에 대한 자세한 기술과 함께 당시 교문진출 과정과 우암교회 대립상황 등이 생생한 사진으로 실렸다.

이 전 학장은 청주대 4.19 주동자였던 김현수 4.19혁명기념사업회장에게도 민주화투쟁에 나설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4.19당시 나는 학도호국단 총무부장이었다. 당시에는 학도호국단 간부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으면 취업이 보장되던 터라 당시 청주대 위원장은 이미 넘어간 상황이었다. 3.15부정선거 1주일전 전국의 대학생 대표들이 서울에서 모여 회의를 하는데 이 전 학장은 ‘네가 참석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불상사를 막으라’고 했다. 결국 그날 ‘대통령은 이승만, 부통령은 이기붕을 뽑자’는 결의를 시도했는데 내가 나서서 막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전 학장을 포함한 청주대 교수들은 4월27일 ‘부정선거 책임자를 엄중 처단하라’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전 학장은 이에 앞서 4월25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 27개 대한 교수단 시위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1961년 정년퇴임한 이 전 학장은 1984년 작고했다. 


오세탁 전 충북대 법대 학장이 청주농고 재임 시 찍은 4.19 사진들

농기구를 들고 집회에 참가하는 학생들과 당산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다. 위 사진은 학생들으의 결연한 표정이 생생하며, 아래 사진은 나무 사이에 에워싼 경찰들의 모습이 긴장감을 준다.    


▲ 농기구를 들고 집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사진 위)과 당산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광경이다. 나무 사이로 경찰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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