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수- 공무원노조 ‘총성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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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군수- 공무원노조 ‘총성없는 전쟁’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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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부서별 시책업무추진비 2억원 군수 ‘판공비’ 폭로
손문주군수, ‘고유권한 인사권 침해’ 주장 대화채널 막혀
영동군수가 옷을 벗었다. 스스로 벗은 것은 아니고 노조에 의해 속살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지난달말 영동군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군수의 시책업무추진비가 실과별로 낱낱이 공개됐다. 노조는 2억원대의 시책업무추진비 가운데 상당부분이 사실상 군수, 부군수의 개인 판공비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사용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온 지방자치단체장과 시책업무추진비의 연결고리를 그대로 폭로한 셈이다.

영동군 노조는 이미 지난 3월 손문주 군수를 상대로 행정6급 승진인사의 부당성에 대해 감사원 등에 감사청구한 상태다. 정실인사 의혹이 제기됐고 이때부터 손군수와 노조는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가 됐다. 노조는 집행부가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집행부는 ‘강성 노조지도부가 군정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동군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성없는 전쟁’의 경과를 살펴본다.

작년말 영동군의 종무식과 올초 시무식은 노조 조합원 직원들이 대거 불참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공무원노조 영동지부(지부장 신상훈)는 지난해 12월 사무관 승진 인사에 대해 다면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날치기 인사’라고 단정했다. 군은 연말에 기습적으로 사무관 11명을 전보하고 6급 공무원 3명을 사무관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승진인사 다면평가제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판단했다. 행자부가 올해부터 사무관 승진 인사는 다면평가를 통한 임명제와 시험을 통한 선발제도를 50대 50 비율로 시행토록 정했지만 손군수가 연말 승진인사를 단행해 ‘측근 챙기기’ 의혹을 사게 된 것.

또한 지난 3월 20일 노조는 ‘다면평가제도를 역행하고 단행된 무원칙적인 인사의 결정판” 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행정6급 승진에서 다면평가에서 1위를 하고 승진대상 1순위인 인사담당자가 다면평가 4등인 사람이 승진될 수 있도록 양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단체교섭 합의사항인 반영비율 30% 상향조정의 의미를 퇴색시킨 무원칙한 인사이며 다면평가제도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손군수는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며 공식적인 대화에 응하지 않았고 노조는 당초 천명한대로 관계기관에 감사청구를 하게 된다. 지난 3월말 청와대 민정수석 공직기강담당 비서관실, 감사원 자치행정국장실, 행정자치부 감사관실, 충청북도청 감사관실 등 4곳에 감사청구서를 발송했다. 감사청구내용은 ▲지방공무원법등 관련규정을 위법한 인사행정 ▲다면평가제도의 불(편)법 운영 ▲정원규칙을 무시한 인사행정의 표본 ▲성과상여금 지급 부당 ▲장기교육생 선정의 의혹 등 5가지였다.

‘관련규정을 무시한 위법한 인사행정’이란 부서별 정원을 규정한 정원규칙에도 없는 인사를 먼저 실시하고 이후에 규칙을 꿰맞추는 인사관행을 지적한 것이었다. 지난 2003년 12월말 인사가 이같은 직급별 정원조정없이 꿰맞추기식 인사였다는 지적이다. 노조의 감사청구에 대해 감사원은 충북도로 이첩했고 도는 다시 영동군으로 넘겨 사실상 감사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 청구건은 행자부로 이첩해 조만간 현지조사를 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문재호 사무국장은 “손군수는 파행적인 인사 뿐만아니라 단체교섭에 합의한 사항조차 이행하지 않는등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성과상여금 반납직원을 상대로 압력을 가해 조합 탈퇴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노조가 오늘(9일)부터 중식집회를 시작하자 이제야 단체교섭 이행여부에 대해 대화하겠다고 나서는 형국이다. 노조를 성실한 대화파트너로 인정하는 신뢰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조가 주장하는 단체교섭 불이행 사례는 올 하반기부터 공무원 자녀 1인당 6만원의 보육수당을 지급키로 약속한 군수가 지난달 추경에서 예산조차 확보하지 않은 부분이다. 현행 영유아보호법상 보육시설 설치, 수당지급을 허용하고 있고 도내 12개 시군 중 청주 청원을 제외한 6개 시군에서 7월부터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라는 것. 이밖에 단체교섭에서 합의된 ▲토요숙직비 지급 ▲조합원 교육시간 확보 ▲조직.인사담당 복수직렬화 등도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영동군 공무원노조는 9일 100여명의 조합원이 모여 중식집회를 갖는등 조직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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