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충북도, 도민을 기만하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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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충북도, 도민을 기만하지는 않았는가
  • 민경명 기자
  • 승인 2004.06.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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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0년전인 1994년 전국은 생활권이 같은 시군을 통합하는 일대 행정개혁을 이뤘다. 충북에서는 충주시와 중원군, 제천시와 제원군이 주민 투표를 거쳐 통합을 이뤘다.

하지만 청주시와 청원군은 당시 통합을 이뤄내지 못함으로써 지금까지 소모적인 청주 청원 통합론의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같은 생활권임에도 행정구역이 달라 생기는 주민 불편과 각종 편의 시설에 대한 이중투자, 엄청난 행재정적 낭비 등 여전히 통합을 이루지 못해 생겨나는 불편과 이중 낭비, 게다가 청주권 정서와 배치되는 감정적 이중성 등은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10년전 청주 청원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이었는가. 물론 겉으로는 청주 ‧ 청원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한 사항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충북도와 청원군 공무원들의 조직적 또는 묵시적 반대 여론 조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그간의 청주 청원 통합 논의가 재연될 때마다 리뷰되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충북도는 지금까지도 청주 청원 통합은 적합지 않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얘기한다. 그것은 바로 청주 청원이 통합될 경우 충북도 전체의 절반 이상(청주 청원 통합 인구 85만명)의 인구를 가진 거대 도시의 탄생으로 충북도의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는 논리적 배경을 안고 있다. 충북도의 위상 하락 염려로 청주 청원 주민들의 생활권은 제한을 받아도 괜찮다는 논리와 권한은 어디에도 없지만 ‘충북도 위상’을 앞세운 그 뒤에 ‘내 자리의 축소를 염려하는 기득권자’들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진다.

그런데 10년전 청주 청원 통합 무산을 뒷받침했던 도의 위상(?) 하락을 염려한 자기 안위적 충북도의 태도가 10년이 지나 이번 신행정수도 후보지 결정에서 또다시 소생하여 오송 배제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10년전 청주 청원 통합과 지금의 신행정수도 오송 배제와는 너무도 닮은꼴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북도는 10년전 청주 청원 통합을 원치 않았듯이 행정수도 후보지로 오송이 포함되는 것을 원치 않았음이 확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오송이 배제될 가능성을 상정하여 도민들의 박탈감과 그에 따른 비난을 면하기 위해 이중 플레이를 했음이 분명하다.
행정수도 후보지 결정을 20일여 앞두고 충북도청 내에서는 ‘오송 손해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본 ‘cbi 뉴스’ 6월2일자 보도) 이같은 논지는 신행정수도가 오송으로 확정될 경우 충북에서 행정구역이 분리됨으로써 도세가 약화될 뿐만아니라 청주 청원 통합이 기정사실화 되는 등 도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는 행정수도 후보지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11일에는 도청 출입기자들에게 청원 오송지역과 충남 연기 지역 현장을 보여주면서 “입지적 여건을 고려할 때 최적지는 연기”라며 바람을 잡기도 했다. 이와 관련 충북도는 “기자들이 동의하여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을 버스로만 돌아봤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하지만 이미 계획된 일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는 등 ‘도가 염두에 둔 후보지는 오송이 아니라 연기 장기지구’임을 노골화 했다.

물론 충북도가 주장하는 대로 충북지역과 최근거리에 후보지가 확정되고 충북은 배후 도시로써 발전하는 것이 실익이라는 것도 일리가 있다. 우선 후보지로 확정될 경우 후보지 편입 지역에 대한 보상이 올 1월1일 공시지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주민들이 터전을 잃을 수 있고 주변지역은 각종 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신행정수도가 특정시로 지정되면 충북도는 면적과 인구 감소로 도세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같은 신행정수도 입지에 따른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충북도가 신행정수도 후보지를 두고 보인 행태는 소극적, 패배주의적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며 충북도가 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조직 보호(도의 위상)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극단적인 생각이긴 하지면 ‘도’ 또는 ‘도세’가 뭐 그리 중요한가. 도세가 위축된다고 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형편없어 지는가. 도청의 위세는 축소될지 몰라도 오히려 지역에서 본다면 행정수도가 들어설 때 지역에 미치는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도 겉으로는 신행정수도 입지에 따른 부담 최소화와 충청권 상생 등을 내세웠지만 실제적으로는 도세 위축에 얽매여 ‘충북 입지 기피’반응을 보인 것은 도민 정서에 반하는 태도다.

이런 점에서 10년전 도의 위상 약화를 우려한 충북도의 입장 때문에 청주 청원 통합을 이루지 못해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통합 논의를 재연하며 아쉬움 속에 지내는 상황이 이제는 충북도의 신행정수도 입지 기피에 따른 후보지 탈락에 대한 아쉬움으로 또 다른 수 십년을 훨씬 큰 후회에 휩싸여 보낼 지도 모른다.

더욱이 기가 막힌 것은 모든 충북도민들은 충북도가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오송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유치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며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그에 대한 기대로 열린우리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충북도가 도민들에 어떠한 설명이나 사전 동의도 없이 ‘충북으로 행정수도가 오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해괴한 논리로 연막을 치며 빠져 나가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백번을 이해하려해도 납득할 수 없다. 충북도의 신행정수도 후보지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행보는 난해한 방정식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진정한 목표와 전략이 무엇이었으며, 목표와 전략은 있기나 있었는지 묻고 싶다. 그 어려운 방정식 같은 행보로 도민을 기만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충북도의 행정 스타일이 늘상 그런식이었다는 자조로 넘겨야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충북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사 스크랩을 다 찾아 봤는데 충북도가 오송 유치를 한마디도 말한 적이 없다. 언론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했을 뿐이다.”고 말한다. 후보지 오송 유치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으로 당초부터 충북도는 생각조차 없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충북도는 전혀 책임이 없다라는 뜻인지 알 수 없다. 지난 15일 오송이 배제된 신행정수도 복수 후보지 발표 직후 충북도 모 담당 국장은 “이제 한 시름 놓았다”고 했다. 오송이 배제되어서 시름을 덜었다는 얘기인지 그 또한 알 수 없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야당 등이 신행정수도 이전 반대에 혈안이 된 마당에 후보지가 어디냐는 그리 대단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또한 신행정수도추진위원회가 밝히듯이 오송 배제는 뛰어난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단독 입지 지역이 될 수 없으며, 충북도가 주장하는 ‘입지에 따른 부담을 덜고 배후 도시로서 발전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논리 모두 틀린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오송이 후보지에 들지 못한 것보다 도민들은 뭔가 기만당한 것 같은 허탈감에 더 분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충북도는 이에 대해 분명히 해명하는 게 도민을 제대로 위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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