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공(空)자 공약(空約)을 쓰는 술법
상태바
빌 공(空)자 공약(空約)을 쓰는 술법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4.02.05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탈해가 바다를 따라 가락국에 왔는데, 신장이 3척이고 머리 둘레가 1척이나 되었다. 그는 기뻐하며 궁궐로 들어가 수로왕에게 말하였다.

“나는 왕위를 빼앗으려고 왔소.”

수로왕이 대답하였다.

“하늘이 나에게 왕위에 올라 나라와 백성을 편안하게 하도록 명했으니, 감히 하늘의 명령을 어기고 너에게 왕위를 넘겨줄 수 없고, 또 감히 우리나라와 백성을 너에게 맡길 수도 없다.”
탈해가 말하였다.

“그대는 나와 술법을 겨룰 수 있겠소?”

수로왕이 말하였다.

“좋다.”

그래서 잠깐 사이에 탈해가 매로 변하자 왕은 독수리가 되고, 또 탈해가 참새로 변하니 왕은 새매로 변했는데, 이 사이 아주 짧은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탈해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니 왕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탈해가 이에 항복하여 말하였다.

“제가 술법을 겨루는 마당에서 매가 되자 독수리가 되었고, 참새가 되자 새매가 되었음에도 죽음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성인께서 저의 죽음을 원치 않는 인(仁)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왕과 왕위를 다투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탈해는 곧 절을 하고 나갔다.

<삼국유사 기이 제2 가락국기 중에서>

6.4지방선거의 해가 되자 바다가 없는 충북에도 출마를 꿈꾸는 이가 3천이고, 그중 출마가 유력한 이만 1천이나 되었다. 그중에 하나 ‘타래(他來)’가 현직에게 말하였다.

“나는 자리를 빼앗으려고 왔소.”

현직이 대답하였다.

“하늘이 나에게 관직에 올라 명예와 권력을 누리도록 명했으니, 감히 하늘의 명령을 어기고 너에게 관직을 넘겨줄 수 없고, 또 감히 지역과 주민을 너에게 맡길 수도 없다.”

타래가 말하였다.

“그대는 나와 술법을 겨룰 수 있겠소?”

현직이 말하였다.

“좋다.”

그래서 타래가 길을 넓힌다고 하자 현직은 새 길을 내겠다고 했고, 또 타래가 공항 활주로를 연장한다고 하
니 현직은 까짓것 공항 하나 더 짓겠다고 했다. 타래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나 현직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타래가 이건 아니라고 말하였다.

“우리가 술법을 겨루는 마당에서 내가 레이스를 걸면 무조건 받고 또 콜을 하니,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생각보다는 나의 당선을 원치 않은 인(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당신과 자리를 다투는 것은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2월4일부터 시·도지사 선거와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등 6·4 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시·도지사 선거와 교육감선거의 예비후보 등록은 선거일전 120일 전인 2월4일부터 시작됐다.

시·도의원 선거와 구·시군선거, 시장·구청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선거기간 개시일(5월22일)의 90일전인 2월21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군의원선거와 군수선거 예비후보 등록은 선거기간개시일 60일 전인 오는 3월23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가능하다.예비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제한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선거사무소를 설치해 3명 이내의 사무원을 고용할 수 있으며, 명함 배포, 전자우편 및 문자메시지 발송, 선거구 내 총 세대수의 10% 범위에서 홍보물 발송, 어깨띠 또는 예비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 착용 등이 허용된다. 둔갑이 시작됐다. 갑자기 친절해지고 허리를 숙이며 달콤한 말을 던지는 그들의 술법에 속지 말아야할 것.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