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매명(賣名)의 역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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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매명(賣名)의 역사여!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4.02.14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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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뜨면 보는 분이 많다…인기 덕분”
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고승 연회가 일찍이 영취산에 숨어살며 늘 법화경을 읽고 보현관행을 닦았다. 뜰의 연못에는 언제나 연꽃 몇 송이가 피어있어 사시사철 시들지 않았다. 원성왕이 그 상서롭고 기이함을 듣고 그를 불러서 국사(國師)로 삼고자 했는데, 법사는 그 말을 듣고 암자를 버리고 달아났다. 그가 서쪽 고개 바위 사이를 지나가는데, 어떤 노인이 밭을 갈고 있다가 물었다.

“법사께서는 어디에 가십니까?”

법사가 대답했다.
“내가 들으니 나라에서 나를 잘못 알고 벼슬로 나를 얽매어 두려고 하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려는 것이오.”

노인이 듣고는 말했다.
“법사의 이름은 여기서도 팔 수 있는데, 왜 힘들게 멀리 가서 팔려고 하십니까? 법사야말로 이름 팔기를 싫어하지 않는군요.”

연회는 자기를 업신여기는 것이라 생각하고 듣지 않았다. 마침내 몇 리를 가다가 시냇가에서 한 노파를 만났는데 또 이렇게 물었다.
“법사께서는 어디에 가십니까?”
법사는 이전처럼 대답했다.

노파가 말했다.
“앞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법사가 대답했다.
“어떤 노인이 나를 매우 모욕하기에 화를 내고 왔습니다.”

노파가 말했다.
“그분은 문수보살인데, 어찌 그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까?”

연회는 그 말을 듣고는 놀랍고 송구스러워하며 급히 노인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며 말했다.
<삼국유사 피은 제8 연회가 이름을 피하다 중에서>


고승 연회의 매명(賣名)은 매명도 아니다.
교수 진숙은 일찍이 경희대, 한성대, 충북대에서 강의하면서도 늘 정부 위원회에 관여했다. 그의 마음에는 해바라기가 피어있어 사시사철 양지만 바라봤다. 원성왕이 그 ‘상스럽고 기이함’을 듣고 그를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삼고자 했는데, 그는 학교를 버리고 달려왔다.

그가 하루는 기업의 실수로 기름이 쏟아진 바다에 갔는데, 한 주민이 상심한 얼굴로 물었다.
“장관께서는 어떻게 하시렵니까?”
“내가 보니 국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데 1차 피해자는 기업이고, 2차 피해자가 어민이오. 무엇보다 나는 이 냄새를 피하려는 것이오.” 장관은 코를 감싸 쥐었다.

주민이 듣고는 말했다.
“장관은 ‘진숙이라는 이름이 뜨면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다 인기 덕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름 팔기를 싫어하지 않는군요.”
장관은 자기를 업신여기는 줄도 모르고 마냥 웃었다. 장관은 1년 전 청문회에서도 심상치 않았다. 자, 그 당시….
“장관은 해양수도의 비전이 무엇입니까?”
“해양….”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의원이 또 물었다.
“수산은 전혀 모르십니까?”

장관이 또 대답했다.
“수산…. 전혀 모르는 건 아니고요.”
그때 알아봤어야했다. 임명권자인 원성왕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怨聲)이 자자했다.
“사실 매명에 눈 먼 자는 그만이 아니다.”

왕은 화가 자신에게 미칠까 두려워 진숙을 해임했으나 임명권자로서 국민들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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