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도 부전공도 ‘갈아엎는 농부’
상태바
전공도 부전공도 ‘갈아엎는 농부’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4.02.20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선 구합니다” 친환경 백도라지 농사짓는 오복수씨
“등 푸른 생선 2톤 정도가 필요합니다.”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에 사는 오복수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꽁치나 고등어, 청어, 양미리 등 아무거나 좋으니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다는 오씨. 혹여나 오씨를 수산물 유통업자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생선을 발효시켜 친환경 액상비료를 만들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그는 농부일까? 오씨의 원래 직업은 굴삭기 기사다. 1985년 면허를 따서 중기업계에 뛰어들었으니 경력만 30년이다. 그런데 그가 5년 전부터 작정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도급으로 일하는 중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습니다. 6년 전 돌아가신 선친이 평생 농사를 지으셨는데, 그렇게 말리던 농사를 이제 내가 짓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본업인 굴삭기도, 부업인 농사도 모두 갈아엎는 일이다.

   
▲ 오복수(왼쪽)씨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사진을 찍었다.

사실 이제는 어떤 게 본업인지 오씨 자신도 헷갈린다. 토종 백도라지 농사를 짓는데 청원군 내수와 경북 상주 화북면의 도라지밭이 8000평이다. “지금까지도 농약, 화학비료는 단 한 줌도 쓰지 않았습니다. 등 푸른 생선은 아미노산이 풍부해 미생물을 넣으면 구수하게 발효됩니다. 썩히는 게 아니에요.” 생선이 2톤이나 필요한 것은 대여섯 농가가 천연비료 만들기에 동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발효를 시키는데 꼬박 1년이 걸린다.

오씨는 페이스북에 사회참여성 글도 줄기차게 올린다. 그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경실련 회원으로도 맹렬하게 활동 중이다. 얼마 전에는 한 도지사 예비후보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혼쭐이 났다. 2월3일이니까 예비후보도 등록하기 전이다.

“무농약 인증을 신청해놓고 기다리는 상황에서 낯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 농식품부 장관이라기에 관련 전화인줄 알고 녹음을 시작했다. 그런데 도지사에 출마한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거기까지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름이 뭐냐, 어디에 사느냐’고 물어서 황당했죠.” 예비후보등록 전에 불특정 인물에게 지지를 당부하는 전화를 거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오씨는 선관위에 제보했고 모 방송사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래저래 그는 갈아엎는 게 특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