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중앙지 계속 봐줘야 할 이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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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중앙지 계속 봐줘야 할 이유 있나
  • 민경명 기자
  • 승인 2004.06.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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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중앙지를 계속 봐줘야 하는 거야?”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일부 중앙지 언론들이 벌이는 편파적 보도 행태를 보노라면 “왜 우리가 중앙지를 계속 봐줘야 하는 거지”란 자괴감을 감출 수 없다. 급기야 21일 충청권 3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의회의장단 및 사회단체장 들이 참석한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도 ‘일부 중앙 언론의 편파적 보도 행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신행정수도 충청권 건설은 지난 대통령선거와 국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이미 국민적 합의를 이룬 국가적 과업이다. 지난 15일 신행정수도 이전 복수 후보지가 발표됐고, 신행정수도추진위원회는 곧 최종 입지 선정을 위한 작업에 돌입함으로써 다음달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 또한 특별법 제정에 따른 차질 없는 추진이다.
그런데 이 신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야당과 수도권 자치단체가 국민투표로 다시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딴전을 부리고 있다. 나아가 신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천도’(遷都)라는 이유를 들며 이들이 시작한 딴전이 일부 중앙 언론에서 확대 재생산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일부 중앙언론이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취하는 보도 태도는 여전히 자기중심적으로 이끌고 가려는 자사 본위의 작위적 의도마저 엿보인다. 언론은 각사의 취재 편집 방향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 있지만 여론 공론의 장으로서 공정한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 공정성이 기계적 중립에 얽매여서도 안되지만 최근 일부 중앙 언론이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벌이는 보도는 ‘서울의 논리, 중앙의 논리, 그들만의 논리 및 시각’이 있을 뿐 지방 또는 지역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는 단순 비교에서도 편파적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6월9일 ‘이건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천도다’란 제하의 사설을 시작으로 다음날<긴급진단>이란 난을 통해 전날 사설과 같은 제목으로 특집을 내는 등 행정수도를 천도로 부각시켜 나갔다. 또한 ‘선거 때문에 수도이전 하는 나라’ ‘수도이전 국민 뜻 확인하라’ ‘통일수도 다시 정할 건갗로 이어지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 입장의 외부 인사 글과 칼럼을 실어 이전 반대 논리를 펴 나갔다. 또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인터뷰하여 ‘천도 아닌 행정수도 이전이란 판단’을 했다는 답을 얻어냈다.

중앙일보는 22일자에서 한면을 할애해 ‘박대통령 임시행정수도 추진 경위’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면서 수도이전계획 설계했던 강홍빈교수 인터뷰 박스를 실었는데 “임시수도 불발된 것 돌아보면 정말 다행”이란 인용구를 제목으로 뽑았다. 행정수도를 이전했더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기에 충분하다. 당시 수도이전 계획에 참여했던 사람이 강교수 한사람이 아닐테고 강교수와 달리 그때 이전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임에도 중앙일보를 통해보면 그야말로 ‘정말 다행한 일’이 되고 만다.

언론의 고유한 기능 이론 중에 의제설정기능(agenda setting)과 문지기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언론이 중요하게 취급하고 다루면 독자들도 이를 그대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 의제설정기능으로,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시각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여론도 그 방향으로 조성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게이트키퍼 이론은 언론이 취사선택하는 것이 뉴스가 될 뿐 그 이외 것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 일부 중앙 언론들은 이런 언론의 기능들을 확실하게 애용(?)하고 있는 데 ‘이건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천도’라는 의제를 설정하여 부각시키고, 이전에 찬성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문지기(언론의 의도) 기능을 통해 걸러내 신문지면을 할애하지 않음으로써 소수의견으로 전락시킨다. 이로써 이들 일부 중앙 언론에 의해 설정된 의제, 즉 ‘이건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천도라거나, 통일을 대비한 수도이전이 돼야 한다거나 또는 경제가 어려운데 왜 수도이전이냐’는 논리는 독자들(국민)에게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동시에 그런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시각에 따라 맞는 말이고 국가 중대사인 만큼 최대한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쪽의 시각만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일부 중앙언론이 보이는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이렇듯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천도’로 의미화 되어 결과적으로 이전 반대 목소리만 부각됐을 뿐 신행정수도이전의 궁극적 목적인 ‘지역 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다는 취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역의 목소리, 모든 것이 서울로만 집중된 불균등을 해소하고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갈망하는 의견은 도외시 된다는 것이 문제다.

중앙 언론의 전국 언론시장 잠식은 불균형을 넘어 지역신문과는 비교할 수 없다. 전체 언론시장 규모의 90%를 이른바 중앙 언론이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10%만을 가지고 지역신문이 살아가는 극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 언론의 편파적 보도(서울 중심적인)는 지역의 의견을 더욱 왜소하게 하면서 지역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여기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현재 첨예한 대립과 논쟁에 있는 문제인 만큼 잠시 논외로 돌려놓더라도 중앙 언론의 서울 중심적 보도는 중앙과 지방, 발전과 소외, 중심과 변두리 등으로 갈려, 지역은 항상 후자에 속해 지역적 박탈감을 감수해야 했다. 이제는 이런 구도가 고착화되어 지역에서 조차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지역은 중앙 언론의 서울 중심적 보도 행태에 대한 냉철한 비판력을 상기시켜야 한다. 언론 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중앙 언론이 지역 여론 또는 의견을 무시하면서 나타나는 여론 독점에 의한 폐해는 고스란히 지역에 떨어져 공고화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지역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중앙 언론의 주장에 동화되어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돼 언론의 독과점에 따른 여론 편향성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이제 굳이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역 여론 또는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중앙지를 지역 주민 90%이상이 봐줘야 할 이유가 있는 가를 냉철히 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비데’ ‘자전거’ 등의 경품을 앞세운 중앙지의 물량공세와 여기에 저널리즘 원칙도 없이 명함용, 또는 자기사업 방패막이나 사업 이용을 위해 신문을 경영하는 일부 지방신문 사주의 합작으로 지역신문 시장도 모두 내주고 만 꼴이지만 신문시장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지역 발전과 생존권 문제까지 중앙 언론에 내준 것은 아닌지 반문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역 언론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복지를 위한 선결과제다. 그에 앞서 중앙 언론의 지역 무시 또는 외면에 강력히 항의하고 의사를 표시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이에 이의 시정을 위해 중앙지 거부(안보기) 운동도 한 방안임을 제시한다. 특히 68%에 달하는 시장 지배력을 가진 조중동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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