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새’를 붙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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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새’를 붙이는 이유…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4.03.20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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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것과 잘 구별되지 않아서’는 아닐까?
   

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원효는 여러 불경의 소(疎)를 지으면서 항상 혜공을 찾아가 의심나는 것을 물었는데, 가끔씩 서로 말장난도 하였다. 어느 날 원효와 혜공이 시냇가에서 물고기와 새우를 잡아먹고 돌 위에 대변을 보았는데, 혜공이 그것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

때문에 절 이름을 오어사(吾魚寺)라고 바꿨다.
<삼국유사 의해 제5 혜숙과 혜공이 여러 모습을 나타내다 중에서>?

참으로 도력이 높은 고승들의 행동과 말씀이라 심오한 그 의미를 헤아리기 어렵다.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는 혜공의 말을 놓고 두 고승이 도력을 겨룬 것으로 풀이하는 해석도 있는데 나는 믿지 않는다. 물고기를 먹고 똥을 누니 혜공의 똥은 다시 물고기가 되어 물살을 거슬러 올라갔는데 원효의 똥은 그냥 똥일 뿐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 다시 물고기가 된 똥을 놓고 서로 자기 물고기라고 우겨서 오어사가 됐다고도 한다.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는 ‘여시오여(汝屎吾魚)’를 번역한 것인데, “네 똥이 내 물고기다”로 해석하기도 한다. 아, 이해할 수 없는 선승들의 높은 경지여!

완전히 새로운 것은 ‘새’가 거추장스러워

철수는 여러 불만의 소리를 내면서도 곧잘 민주와 만나 의심나는 것을 물었는데, 가끔씩 서로 말다툼도 하였다. 마침내 철수와 민주가 제3지대에 창당할 당명을 놓고 밤을 샜는데 결정이 되기까지는 대변인도 몰랐다. 철수가 그 과정을 설명하며 말하였다.

“너는 도로 민주를 원했지만 나는 새 정치라며 버텼다.”

때문에 이름은 새정치민주연합, 약칭은 새정치연합이 됐다.

참으로 속을 모르는 정치인들의 행동과 말이라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안철수 의원은 신당의 이름에서 ‘민주’를 빼자고 주장했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민주’를 뺄 경우 호남지역 득표에 불리하고 다른 세력이 민주당 간판을 사용할 수 있다며 안 의원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의 의식세계를 어찌 범부가 헤아리겠는가?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주요 정책인 ‘경제민주화’는 ‘민주적 시장경제’에 흡수됐고, ‘보편적 복지’는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으로 후퇴했다는 것이다. 당명도 새정치연합이 민주를 흡수한 양상이다. 새누리, 그리고 새정치…. ‘새(new)’만 붙이면 낡은 것도 새 것이 되는 경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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