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총동문회장 선거 경청호 후보 압승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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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 총동문회장 선거 경청호 후보 압승의 의미는?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04.0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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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회 사상 첫 직접투표 경청호 749표-조철호 205표 3배이상 차이나
경 회장 발전기금 1억원 기부, 집행부 ‘물갈이’ 동문회 위상 재정립 기대
경청호(62) 현대백화점그룹 상임고문이 청주대 총동문회장에 선출됐다. 청주대 총동문회는 27일 저녁 학내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제27대 임원 선출 투표를 실시했다. 이날 동문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경 후보는 749표를 얻어 205표를 얻는데 그친 조철호 후보를 누르고 회장에 당선됐다. 총 투표수는 961표였지만 7표가 무효표 였다. 당초 총동문회 예측보다 많은 동문들이 참석해 투표 진행과정에 용지를 새로 인쇄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 지난달 28일 청주대총동문회 총회장에서 회장선거 정견발표를 기다리는 경청호·조철호 후보(왼쪽부터).

경 신임 회장은 “앞으로 동문들이 화합과 친목을 다지면서 참여할 수 있는 동문회,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학교와 소통할 수 있는 동문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동문회 운영자금 1억 원을 곧바로 기부하는 등 동문회 발전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신임 회장 임기는 2년이며 1회 연임할 수 있다.

이날 선거판세는 후보자 정견발표 과정에서 드러났다. 먼저 발표에 나선 경 후보는 “모교에 특강 초대강사로 나섰는데 대부분 학생들이 졸고 있더라. 대학의 위기를 한순간에 느꼈고 한수 이남 최고 사학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안타까웠다. 이제 현업을 떠나 남은 열정을 고향과 모교 발전을 위해 다 쏟겠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과의 관계를 의식한 듯 “당선된다면 현대백화점그룹이 청주대와 어떠한 수익사업 계약도 맺지 않고 광고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조 후보는 “항간에 저의 전과경력을 시비하는 얘기가 있는데, 모두 집행유예이기 때문에 실형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객석에 있던 한 동문이 ‘집행유예도 징역형 아니냐?’며 이의제기해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또한 “난 청주에서 나서 지금까지 청주를 지킨 사람이다. 서울 동문은 서울에서 국가를 위해 일을 해라, 청주는 청주사람이 맡아서 하면 된다”고 강조했으나 동문들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당초 조 후보는 총동문회 상임이사회의 단일후보 추대를 믿고 입후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경 후보쪽에서 후보추천 동의서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던 것. 하지만 상임이사회에서 뜻밖의(?) 반대의견에 부딪쳐 단일후보 추대가 무산됐다. 따라서 단일후보 수락연설을 기대하며 회의장 밖에서 기다리던 조 후보는 머쓱하게 돌아가고 말았다는 것.

결국 투표로 맞대결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조 후보는 경 후보를 잘아는 지인에게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자리 욕심이 있겠는가. 후배가 정중하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하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고 말했다는 것. 발언내용을 보면 ‘후배가 찾아와 예를 갖추면 물러설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하지만 경 후보측은 “우리가 후보등록을 하고 있다는 게 언론에도 보도됐는데 뒤늦게 길을 막아선 것은 저쪽이다. 굽히고 사정할 이유가 없다”고 입장을 정했다는 것.

선거를 통한 대결이 결정되자 양측은 우호적인 동문을 대상으로 투표참여를 적극 독려하며 세확장에 나섰다. 당일 총회 투표장에는 진행요원까지 1천여명이 북적였고 투표 진행중 준비한 용지가 떨어져 재복사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조 후보가 충북예총 회장이며 그의 아들이 체육학과 동문이라는 점 때문인 지, 이날 참석한 동문들 가운데는 예술대·체육대 출신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개표 결과 경 후보가 3배이상 득표해 일방적인 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이에대해 참석한 동문 Q씨는 “청석학원 재단쪽 사람들도 눈에 띄던데, 최종 결과를 보면 그 중에 이탈표도 적지 않았다고 본다. 경 후보가 청주에서 활동한 분도 아닌데 이런 압도적인 표차가 난 것은 뜻밖이다. 결국 경 후보에 대한 적극 지지보다 조 후보의 당선을 막자는 의도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재단과 대학운영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경 회장이 당선됨에 따라 당분간 총동문회와 긴장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억원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면서 대학 발전기금의 운용에 총동문회도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본보 보도를 통해 청주대학교 재학생의 1년간 학생부담금(평균 등록금 - 장학금 지급액)이 도내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 적립금이 2700여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학 발전기금을 일반 장학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대해 총동문회 W이사는 “총동문회가 협의·건의는 하지만 결정 권한이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재단과 대학측에서 너무 긴장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신임회장이 이사회를 대폭 물갈이하고 적극적인 모교애와 신선한 아이디어를 갖춘 집행부를 구성하는게 급선무다. 이후 대학측과 머리를 맞대면 한수이남 최고 사학의 이름에 걸맞는 제2의 창학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청호 신임 회장은 1975년 현대그룹에 입사해 1978년부터 현대백화점에서 일했다. 2002년 그룹 기획조정본부장, 2005년 그룹 기획조정본부 사장, 2008년부터 최근까지 그룹 부회장직을 수행했으며, 현재 백화점 그룹 상임고문과 뉴시스 충북본부 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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