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이 착하게 모은 돈, ‘착한 신문’ 만드는 데 쓴다고?
상태바
도민이 착하게 모은 돈, ‘착한 신문’ 만드는 데 쓴다고?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04.17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월드비전-동양일보 ‘사람의 점심 나누기’ 한해 10억원 이상 모금
(사)밝은세상 한해 2억원 지원, 어린이 무료신문 6만부 동양일보서 인쇄
   
지난 14일 동양일보 사옥에서 ‘밝은세상 착한신문 창간리셉션’이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부교육감, 교육장 등 도내 교육기관·단체장 30여명이 참석했다. 교육계 인사들이 대거 몰려든 이유는 (사)밝은세상이 발간하는 ‘착한 신문’이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배포되는 무료신문이기 때문이다. (사)밝은세상은 '착한신문'을 격주 6만부씩 발행해 도내 초등학교 4,5,6학년 어린이들과 교사, 교육기관 등에 무료 배부할 예정이다.

도내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적 내용의 무료신문을 제작 배포하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하지만 ‘착한신문’의 내용 못지않게 신문발간 취지와 목적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착한신문’은 몇가지 의문부호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무가지 제작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당연히 발행처인 (사)밝은세상이 책임질 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설립된 (사)밝은세상은 자산총액이 500만원에 불과한 비영리법인이다. 6만부의 무가지를 월 2회 1년간 발행하려면 인쇄비(타블로이드 16면 기준)만 1억원 이상 필요하다.

(사)밝은세상은 ‘착한신문’ 제작과 관련 복지재단 한국월드비전으로부터 올해 2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편집 인쇄 배포 비용으로 충당하기 충분한 액수다. (사)밝은세상은 제작인쇄를 동양일보에 맡겼고 출판사업을 하는 해당 신문사는 한해 2억원의 매출을 보장받은 셈이다.

(사)밝은세상은 지난 1월 도교육청 이명숙 전 교육국장을 이사장으로 법인등기를 마쳤다. 이 이사장 이외에 4명의 이사는 전현직 동양일보 출판부 광고부 직원으로 확인됐다. 법인 사무실도 동양일보 사옥 3층에 자리잡아 사실상 ‘한지붕 한가족’인 셈이다. 월드비전이 (사)밝은세상의 제안사업에 한해 2억원의 큰 돈을 지원한 것도 동양일보와의 특수관계에서 비롯됐다.

월드비전은 동양일보와 함께 10여년전부터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첫해 수천만원으로 시작됐지만 2012년부터 10억원이 넘는 성금을 모으고 있다. 12개 시군을 순회하며 모금운동을 벌여 충북적십자사에 버금가는 모금실적(?)을 거두고 있다. 월드비전측도 충북의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액이 전국 최고 수준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같은 유기적 관계속에 지난 1월 갓 설립된 (사)밝은세상의 제안사업인 초등학교 무료신문 배포사업에 2억원 지원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대해 월드비전 전재현 후원개발본부장은 “동양일보와 10여년간 파트너쉽으로 모금활동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사)밝은세상은 동양일보와 별개인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지원한 것이다.

올초 제안공모를 받아 검토한 결과 우리가 학교현장에서 펼쳐온 세계시민교육와 취지가 맞아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사례가 없는 첫 사업인데, 결코 동양일보에 보상차원으로 채택한 사업은 아니다. 국내사업비로 지출되기 때문에 충북 사랑의 점심 나누기 성금 배분과도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사)밝은세상의 이사진 5명 가운데 4명이 동양일보 전현직 직원이라는 점과 상업적 광고게재 허용여부에 대해 추가 질문했다. “이사진이 그렇게 구성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전혀 다른 법인이고 그동안 파트너로 일하면서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고 본다. 상업적 광고게재 허용여부는 지원협약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사)밝은세상 이명숙 이사장은 “신문사측에서 교육적 차원에서 어린이 무료신문을 발행하는데 참여해달라고 요청해 이사장을 맡게 됐다. 직원 4명의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월드비전 지원금 2억원으로는 재정이 부족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광고 이외에 다른 수익사업은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지역 언론계 일부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복지후원단체가 도단위 어린이 무료신문을 발행하는데 2억원의 기금을 지출한다는 자체가 의문이다. 지원금이 편집인쇄비용으로 지출되는 셈인데, 결국 모금운동의 파트너인 언론사에 보상차원의 배려를 한 것 아닌가 싶다. 더구나 도내 6만부의 무가지를 통해 광고영업을 할 경우 그 수입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광고수입은 발행처인 재단의 수입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동양일보 본지와의 연계광고도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동양일보 관계자는 “착한신문은 (사)밝은세상에서 발행하는 것이고 우린 인쇄만 할 뿐이다. 청주에 신문 인쇄시설을 갖춘 곳은 우리밖에 없지 않은가? 교육적 목적의 어린이 신문을 사시로 보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고위공무원 초대하는 아프리카 방문단 정체는?

   
지난 2월말 동양일보와 월드비전은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행사를 통한 후원금으로 건립된 에티오피아 직업훈련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날 준공식엔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을 단장으로 한 충북방문단 10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월드비전은 해마다 ‘지원현장 모니터링’ 명목으로 에티오피아에 충북 방문단을 보냈다. 참가자는 주최측인 신문사, 월드비전 관계자 이외에 도청, 청주시청, 도교육청 공무원 및 초등학교 교장들이다. 모금운동에 적극 협조한 기관 단체에서 추천받아 공식일정과 관광투어 일정으로 8박 9일간 아프리카를 방문한다.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운동’는 지난 9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월드비전이 도내 초등학교에 저금통을 보내 동전을 모으면 연중 수거하는 모금 형태였다. 첫해는 1억2000만원이었고 97년 7500만원으로 떨어졌다가 CJB청주방송이 참여해 도내 12개 시군을 돌며 순회모금전을 전개했다. 이후 2009년 9억원을 초과했고 2012년부터 10억원이 넘는 모금실적을 거두고 있다.

월드비전은 후원개발사업비로 모금운동에 협조해준 기관단체 관계자들에게 에티오피아 방문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일부 경비는 참가자 자부담으로 하고 월드비전이 수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수년전에는 도내 기초단체장·부단체장들이 공무출장을 달고 참여해 ‘충청리뷰’에 보도되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출장비를 반납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월드비전측도 ‘보상성 외유’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올해까지도 간부 공무원을 포함시킨 에티오피아 방문은 똑같은 형태로 이뤄어졌다.

이에대해 지역 복지단체 Q씨는 “어린이집, 초등학교 고사리손부터 시작해 12개 시군 도민들이 모은 돈인데 해마다 고위 공무원들을 초대해 방문단을 꾸미는 자체가 모금 취지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복지활동을 위해서는 기부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복지단체의 순수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4월 30일자 동양일보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 관련 기사 전문>

코흘리개도 나서는데… 유력인사들은 ‘뒷짐’만

어른들 외면 속에 ‘고사리 손’ 힘 보태
대학·의사·약사 등 사회지도층과 대조

지난 2월말 동양일보와 월드비전은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행사를 통한 후원금으로 건립된 에티오피아 직업훈련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날 준공식엔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을 단장으로 한 충북방문단 10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월드비전은 해마다 ‘지원현장 모니터링’ 명목으로 에티오피아에 충북 방문단을 보냈다. 참가자는 주최측인 신문사, 월드비전 관계자 이외에 도청, 청주시청, 도교육청 공무원 및 초등학교 교장들이다. 모금운동에 적극 협조한 기관 단체에서 추천받아 공식일정과 관광투어 일정으로 8박 9일간 아프리카를 방문한다.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운동’는 지난 9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월드비전이 도내 초등학교에 저금통을 보내 동전을 모으면 연중 수거하는 모금 형태였다. 첫해는 1억2000만원이었고 97년 7500만원으로 떨어졌다가 CJB청주방송이 참여해 도내 12개 시군을 돌며 순회모금전을 전개했다. 이후 2009년 9억원을 초과했고 2012년부터 10억원이 넘는 모금실적을 거두고 있다.

월드비전은 후원개발사업비로 모금운동에 협조해준 기관단체 관계자들에게 에티오피아 방문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일부 경비는 참가자 자부담으로 하고 월드비전이 수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수년전에는 도내 기초단체장·부단체장들이 공무출장을 달고 참여해 ‘충청리뷰’에 보도되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출장비를 반납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월드비전측도 ‘보상성 외유’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올해까지도 간부 공무원을 포함시킨 에티오피아 방문은 똑같은 형태로 이뤄어졌다. 이에대해 지역 복지단체 Q씨는 “어린이집, 초등학교 고사리손부터 시작해 12개 시군 도민들이 모은 돈인데 해마다 고위 공무원들을 초대해 방문단을 꾸미는 자체가 모금 취지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복지활동을 위해서는 기부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복지단체의 순수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