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시설의 메카’ 제천 청풍 이젠 옥석(玉石) 가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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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시설의 메카’ 제천 청풍 이젠 옥석(玉石) 가려야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04.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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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리조트 건립 장기간 지연, 공공기관 연수원 지역 경제 파급효과 꼼꼼히 따져야
제천시 청풍면에 조성예정인 경찰청 연수원 ‘폴리스힐링(Police Healing) 리조트’ 건립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15일 이성한 청장은 제천 예정지 현장을 직접 방문한 뒤 지역 기자단과 만나 “늦어도 내년에는 착공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 예산확보에 달려있다는 것. 2012년 충북도, 제천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아직까지 설계비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8곳(강릉·대천·변산·진도·통영·영덕·제주2)의 경찰 수련원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전체 객실수 185개에 불과해 10만명에 달하는 경찰이 주말과 여름 성수기에 객실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추가적인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천시가 청풍호 인근 시유지를 제시했고 충북경찰청이 카운터파트가 돼 사업추진에 나서게 된 것.

   
▲ 2012년 10월 충북도, 충북경찰청, 제천시는 경찰 리조트 건립사업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제천 청풍면 학현리 148만 7600여㎡ 부지에 건립될 폴리스힐링 리조트는 콘도형 객실(196실)과 펜션, 실내 수영장, 회의장, 체육관, 공원, 오토캠핑장 등을 조성하게 된다. 리조트가 들어설 학현리 시유지(공시지가 17억 5900여만원 상당)와 제천과 청주권에 있는 경찰청 소유의 용도 폐기된 파출소 부지를 맞교환해 사업을 추진한다.

경찰은 애초 옛 제천 명동파출소, 동현파출소 건물과 땅만 넘기려고 했으나, 맞교환하기엔 평가액의 차이가 너무 컸다. 결국 청주 산남·수곡치안센터와 청원 오창지구대 등 3곳도 포함하면서 지난 8일 어렵사리 부지 등기이전을 마쳤다.

또한 BTL(민간투자사업) 형식으로 수련원을 건립하기로 하고 사업자 공모에 나섰으나, 투자자 확보는 여의치 않았다. 리조트 시설이 경찰 복리후생을 염두에 두다보니 이윤창출을 우선한 민간 투자는 꺼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경찰청은 지난해 9월 BTL 추진계획을 접고 국비 확보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부지확보를 매듭짓 지 못한 상태라서 2014년도 예산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또한 소요예산도 500억원에 달보니 추경예산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다행히 이성한 청장이 리조트 건립사업에 적극적인 노력을 약속하면서 사업진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 청장은 “부지 확보가 늦어지면서 올해 정부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또다시 1년을 허송세월로 보낼 수 없어 다른 사업을 미루더라도 우선 설계비를 확보해 내년에는 착공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자체 예산으로 6억 7000만원 가량의 설계비를 우선 투입한 뒤 연차적으로 3년동안 173억원의 정부예산을 확보해 현재 2017년인 완공 목표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청풍호 일대는 수변 경관 뿐만 아니라 산세가 빼어나 사계절 휴양시설의 적지로 손꼽히고 있다. 산악체험장, 청풍호자드락길, 비봉산 관광 모노레일, 번지점프, 하강형 레포츠 시설, 수상레저 시설 등 다양한 체험시설도 장점이다.

언제부턴가 청풍호 일대를 ‘연수시설의 메카’로 부르고 있다. 청풍호 주변인 수산면 상천리에는 2009년 3월 국가정보원 제천연수원이 들어섰고, 서울 동대문구 수련원이 청풍면 읍리에 건립됐다. 세계태권도연맹도 태권도연수원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2000년 청풍면 교리에 문을 연 청풍리조트는 대규모 연회장과 세미나 시설을 갖추고 있어 공공기관과 기업체들의 연수가 연중 이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은 청풍면 물태리 일원에 660억 원을 들여 2014년 연수원 완공 예정이다. 건보측은 연수원이 건립되면, 연간 9만여명이 제천을 찾고 800여 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등 14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 단체 연수시설의 지역 경제 기여도에 대한 주민들의 체감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제천인터넷뉴스는 보도를 통해 “국정원 연수원은 입주 사실 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대다수라는 지적이고 청풍리조트는 지역을 알리는데 일조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세미나나 기업 연수 목적으로 활용돼 막상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지난 2009년 7월 서울 동대문구청이 제천시 청풍면의 폐교를 활용해 건립한 동대문구수련원은 불법영업 행위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교육시설인 연수원 객실에 콘도형 시설 등을 갖춰 놓고 불법 숙박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된 것. 특히 연수원 설립 목적에 따라 동대문구민으로 이용범위가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인들에게 객실을 판매하기 위한 홍보하고 노래방까지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공공기관 연수시설이 이용범위를 확대하고 각종 위락시설을 갖춘 경우 주민들의 상권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 운영중인 연수원 시설은 고용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주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지역 농산물 구매 수준이라면 입지조건이 뛰어난 시유지를 선뜻 제공할 이유가 없다. 제천시가 유치단계부터 시설의 상업성에 대한 적절한 제한을 둬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경찰청 리조트를 민간투자방식이 아닌 국비사업으로 전환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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