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청주시, 브리핑실 이외 출입기자실 설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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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청주시, 브리핑실 이외 출입기자실 설치 논란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07.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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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덕 전 시장, 기자단 요구에 10년전 폐쇄된 기자실 부활시켜 ‘과거로 회귀’ 비판
지난 30일 역사적인 통합청주시 출범 하루전날 한범덕 시장이 조촐한 퇴임식을 가졌다. 본인의 희망에 따라 시청 소회의실에서 4급이상 간부 20여명만 참석시킨 소박한 행사였다는 것.

그런데 같은 날 필자의 이메일로 한통의 논평이 배달됐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충북민언련)에서 작성한 긴 제목의 논평이었다. ‘권언유착의 적폐 기자실 부활시킨 청주시, 민선 6기가 재검토하라' 민선 6기 이승훈 시장에게 재검토를 주문했지만 사실상 이 일은 민선 5기 한범덕 전 시장이 저지른 것이었다. 자신은 ‘소박한' 퇴임식으로 언론의 마지막 조명을 받았지만 충북민언련의 논평은 단 한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 청주시가 기존 브리핑실을 리모델링한 출입기자실.

▲ 일반 시민들도 사용할 수 있는 충북도의 브리핑실.

청주시는 청사 1층의 기존 브리핑실을 기자실로 바꾸고 시의회 건물에 별도의 브리핑실을 배치했다. 통합 청주시가 예산을 추가투입해 언론공간을 중복 설치한 것이다. 이미 10여년전 없어졌던 출입기자 명패가 붙은 책상이 다시 등장했고 더 많은 전화 서비스가 제공됐다.

모든 언론매체와 일반 시민까지 자유롭게 이용했던 브리핑실은 그들만이 누리는 ‘출입기자실'로 이름을 바꿨다. 문제는 공공기관의 공간활용 계획이 출입기자단의 요구에 등떠밀려 이뤄졌다는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통합으로 출입기자들은 늘어났는데 현재 브리핑실이 좁아서 추가로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출입기자단의 요청으로 결정된 것이고 다른 언론사들은 시의회 건물의 브리핑실을 이용하면 취재에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청의 경우 역시 출입기자들의 요구에 따라 중앙기자실과 지방기자실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기자집단은 그 사정을 이해하겠지만 시민들이 보기엔 ‘납득불가'의 비정상이다. 왜? 굳이 기자들은 서로를 구분하려 할까. 구분의 수단은 별도의 출입기자단을 구성해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특정집단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면서 임대료나 이용료 한푼 안내는 것도 시민들의 눈높이엔 비정상이다.(실제로 서울 일부 부처 기자실은 출입기자들이 사용경비를 일부 부담하고 있다)

이젠, 옛날 옛적 얘기지만 90년대 초까지도 기자실은 일제때 이름붙인 ‘기자구락부'로 운영됐다. ‘구락부(俱樂部)'는 기사를 공동작성하고 촌지를 공동관리하며 고스톱으로 휴식을 함께 하는 즐거움(樂)을 나눴다. 2000년대에도 공동경비를 위해 촌지관리는 일부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고 새로운 공동관리가 등장했다. 출입기관이 편성한 광고홍보비를 출입기자단이 개입해 분배의 룰을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가 주최하는 전국 규모의 축제는 홍보예산이 많다보니 각 언론사가 눈독을 들이기 마련이다. 결국 골치가 아픈 지자체는 아예 출입기자단에 분배의 룰을 만들도록 떠넘기는 사례가 발생한 것. 결국 밥상에 숟가락이 많으면 분배 몫이 적어지니 객꾼들의 접근을 막는 것인가? 굳이 출입기자단을 만들어 진입장벽을 고집하는 이유를 달리 찾을 수가 없다.

OECD가입국 가운데 ‘배타적' 기자실이 있는 곳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일본, 이탈리아 뿐이라고 한다. 대부분 브리핑실을 두고 정책을 설명하거나 기자회견을 하거나 열린공간으로 쓰고 있다. 물론 기자실 이용을 통해 기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기사송고에 편리한 장점은 있다. 문제는 한국의 기자실은 아직도 그런 순수한 목적만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진입장벽을 두고 스스로 외부와 담을 쌓는 자체가 의심을 살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충북민언련은 기자실 관련 논평에서 “기자실은 권언유착 고리로 작용해 기자들에게 특권의식을 심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자실이야말로 청산해야할 적폐다. 한 전 시장이 퇴임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마치 선물이라도 안기는 듯 기자실을 만들어줬다. 민선6기 출범을 앞두고 임기 막바지에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기막힐 따름이다. 이승훈 시장에게 이 문제를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기자실이 사라진 계기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이다. 이때부터 전국 지자체의 기자실이 브리핑실로 바뀌었고 10년간 유지해왔다. 통합의 새 시대를 연 청주시가 언론 민주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주역이 될 순 없다. 이승훈 시장이 통합의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 지 두고 볼 일이다.

출입기지단, 별도 기자실 요구 나온 배경은?
비회원사 일부 기자들 출입·취재행태에 불만 쌓여

지난 5월 수원에 주소지를 둔 인터넷신문 Q사가 청주시에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시 보조금으로 받아 신문사가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 2건에 대한 집행내역을 요구한 것이다. 이후 Q사의 관련 기사 보도는 없었지만 느닷없이 취재 대상이 된 신문사로서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6월에는 청주 모방송사 사주가 소유주인 건설회사의 주상복합아파트 건설공사장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현장에 불법건축물이 있고 세륜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내용이었다. Q사는 선거운동 기간중 한범덕 전 시장에게 한장의 취재질의서를 보냈다.

‘SNS상에 후보자의 혼외자에 대한 소문이 나도는데 진실이 무엇인지 답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 전 시장은 ‘생뚱맞은’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고 Q사 또한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거직후 한 전 시장은 선거기간중 음해문자로 가족들이 심적 고통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언론사의 취재질의서까지 받고보니 유언비어의 출처를 밝혀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또한 청주시 출입기자단은 비회원사 소속 W기자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핑실에 출입이 잦은 W기자가 불편한(?) 존재였고 심지어 모신문사와는 기사와 관련 명예훼손 고소사건이 진행중이라는 것.

결국 눈엣가시같은 비회원사 기자들을 털어내기 위해 별도의 출입기자실 설치를 시에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거를 앞둔 한 전 시장은 출입기자들의 강한 요구와 통합에 따른 사무실 재배치에 맞춰 기자실 부활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진천군공무원노조-기자단 브리핑실 운영 합의
‘취재와 송고에 필요한 시간만 이용’ 상주 중단 합의

지난 2012년 7월 진천공무원노조는 주재기자단에게 군청 브리핑실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공무원에 대한 폭행사건, 광고비 횡령사건, 해마다 반복되는 서적강매 등 진천주재기자단 횡포가 멈추지 않는다”주장했다. 아울러 “지난 2002년, 2007년 기자실과 브리핑룸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브리핑룸 폐쇄 딱지와 상시 출입금지문을 붙였는데 다시 5년만에 3번째로 주재기자단 행태를 공개하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진천군 주재기자 중에는 폭행, 횡령사건에 연루돼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가 공론화되자 부담을 느낀 기자단은 공무원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다. 공무원노조는 협상결과에 대해 “진천군과 기자단에 대해 서적 강매와 기자들의 상주, 비판기사 통제 관행의 중단 등을 요구한 결과 이를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여기서 기자들의 상주를 시정한다는 것은 브리핑실 고유의 운명방식에 따라 ‘죽치기'식의 이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바로 ‘죽치기'식 관행 때문에 카르텔이 생기고 관언유착(비판기사 통제 관행)의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진천군노조는 ‘취재와 송고에 필요한 시간만 이용하라'고 요구했고 기자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청주시의 경우 브리핑실의 운영방식을 따르지 않은 출입기자들이 과거로의 회귀를 선언한 셈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자충수를 둔 것이다. 진천군공무원노조는 성명 끝부분에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고 하는데 왜 유독 기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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