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A신문 고소와 일간신문 비판기사 ‘쏟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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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A신문 고소와 일간신문 비판기사 ‘쏟아내기’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07.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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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규 제천시장 - 출입기자단 갈등 속 기사카르텔 폐해 우려
▲ 이근규 시장
민선 6기 출범을 선언한 제천시가 뒤숭숭하기만 하다. 6.4지방선거의 사전 여론조사 예측을 깨고 새정치연합 이근규 후보가 당선된 곳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4전5기의 승리를 거머쥔 야당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수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시장 취임 이후까지 신문지면에는 우려와 비판일색의 기사가 실리고 있다. 대응에 나선 이 시장은 A일간지와 B인터넷뉴스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그동안 언론은 신임 선출직 단체장에 대해 ‘허니 문(honeymoon)’ 관행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제천시는 이같은 관행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이 교체된 곳은 청주, 충주, 단양, 영동이다. 그 어디서도 언론과 이런 갈등을 겪는 곳은 없다. 과연 갈등의 배경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지방선거 직전인 6월 2일 제천시청 브리핑실에서 유모씨 개인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씨는 “2000년 4월 진행된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송광호 국회의원을 비방하는 유인물 배포를 새천년민주당 이근규 후보가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씨는 유인물 배포 현장에서 붙잡혀 징역 8개월의 실형을 받기도 했다. 유씨의 기자회견 내용은 투표 하루 전날 각 일간신문에 일제히 보도됐다. 이 후보가 새누리당 최명현 후보를 막판 맹추격중인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선거 하루전 보도기사, 적절했나?

더구나 유씨의 이같은 폭로(?)는 자신의 발언이 유일한 증거였다. 14년전 일을 뒤늦게 끄집어낸 동기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었다. 물론 신문기사에는 “유씨 주장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허위 사실이다. 제천을 떠나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유씨가 갑자기 나타나 14년 전의 일을 거론했다. 최 후보 측에 의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회견으로 보인다”는 이 후보측 반론도 담았다. 하지만 대부분 신문기사 제목은 이 후보의 배후관계를 기정사실화 한 것이었다. 짐작컨데, 이때 이 시장은 후보자로서 언론에 상당한 내상(內傷)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선이후 신문의 비판보도는 인수위원회로부터 시작됐다. 인수위가 업무보고에 참석한 공무원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무리한 자료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일부 인수위원의 자질시비를 제기했다. 특히 A신문은 인수위원장에 대해서는 ‘제천으로 주소지도 옮기지 않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확인결과 인수위원장은 지명 1주일전 경기도에서 제천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천 세명대교수로 재직하며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적극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소등록 이전은 오보였고 자질문제도 구체성없는 석연치 않은 기사였다. 이 시장은 인수위 관련 기사에 대해 본인이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곡 편파보도’라고 지적했다. 인수위 활동보도는 외면한 채 ‘비판을 위한 비판기사’를 쓴다는 것이었다.

▲ 이 시장과 관련된 일간신문의 지방면 톱기사.

이후 지역 일간신문의 집중포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D신문의 기사를 인터넷 검색해본 결과 ‘위기의 제천, 혈세 200억 낭비’(민선 5기 추진사업 재검토에 대해) ‘세명대 이전 논란 시끌’(이 시장 발언에 대해) ‘이근규 시장 보은인사 구설수’(선거캠프 여직원 일용직 채용에 대해) ‘제천 민선5기 현안 백지화?’(사업 재검토 후속보도) ‘제천시장, 모델하우스 오픈식 참석 시끌’(아파트 모델하우스 개관식 참석에 대해) 등이었다. 동일한 팩트의 기사가 도내 일간신문에 당선이후 지금까지 1개월여간 지속적으로 보도됐다.

A신문의 경우 이 시장 관련 최근 기사 20건 중에 16건이 부정적 또는 비판적 기사였다. 결국 이 시장은 지난달 30일 A신문과 B인터넷뉴스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3가지 허위사실을 내세워 정정보도를 요청했지만 끝내 거부하자 형사고소장을 낸 것이다.

또한 이 당선자는 상반기 언론 홍보비 지출에 문제가 있다며 광고집행 중단을 건의한 인수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광고문제가 결부되면서 일간신문의 기사는 더욱 날을 세우게 된다.

시장-기자단 신뢰회복 급선무

이에대해 제천시 취재기자 Y씨는 “어찌보면 가십성 내용이 기자실 ‘풀기사’처럼 각 신문에 동시게재되고 있다. 기자들은 이 시장의 고소에 대해 ‘언론 길들이기’라고 말하지만 이런 식의 보도행태야 말로 ‘시장 길들이기’로 비쳐질 수 있다. 시민의 눈높이를 생각한다면 이성적인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제천시 출입기자단 A간사는 “일부 인수위원 때문에 공무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첫 비판기사를 썼다. 그러자 대뜸 이 당선자가 기자회견을 열어 ‘왜곡보도’라고 발표한 것이다. 성급하게 전체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행동이라고 본다. 새정치연합 모국회의원에게는 ‘시청 기자단은 다 전임시장 편이다. 내가 음해를 당하고 있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자들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독대 자리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원론적인 선에서 끝났다”고 말했다.

한편 이 시장은 이같은 갈등상황에 대해 “언론의 취재활동을 그 누구보다 존중한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을 허위보도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모른 척 할 일이 아니다. A신문은 허위사실 기사에 대해 편집국장이 사과하고도 정정보도를 끝내 거부했다. 정당한 보도는 시정에 적극 반영하겠지만 악의적인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취재결과 이 시장과 출입기자단간의 근본적인 상호불신이 확인됐다. 기자단은 ‘후보자 시절의 모습과 당선이후 모습이 달라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시장측은 기자단의 이익집단화와 그에 따른 기사 카르텔 행태를 우려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출입기자단 제도가 단체장과 언론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당 텃밭에 개혁 깃발, 기득권 지우기 부담
이근규 시장 16년전 가족과 제천 정착, 지방선거 대역전극 연출

6.4지방선거의 충북 최대 이변으로 꼽힌 것이 제천시장 선거다. 당초 현직 시장인 새누리당 최명현 후보가 이근규 후보를 여유있게 앞서 지난 3월 KBS청주 여론조사 결과 40.2% 대 23.4%로 무려 16.8%의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당 이탈표가 생겼고 최 후보와 제천농고 동문인 무소속 홍성주 후보가 동문과 노년층 표심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새정치연합 이 당선자도 16년간 제천에서 정치 한 우물을 파온 이력을 내세우며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었다. 특히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민선5기 제천시정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공세를 펼쳐 지지층을 확대시켰다. 마침내 5월말 충주MBC 여론조사에서 최 후보(35.3%)와 이 당선자(34.6%)의 격차는 0.7%포인트로 좁혀졌고 대역전극으로 승패가 결정났다.

제천 송학면 사곡리에서 출생한 이 시장은 서울에서 성장했고 81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옛 민주당 이종찬 의원(DJ정부 국정원장)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첫발을 디뎠고 15대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구에 출마해 낙선했다.

이후 2000년 민주당 제천단양지구당위원장을 맡아 지역구를 고향으로 옮겼다. 가족들까지 제천으로 이주해 지역구를 갈무리했으나 16대, 18대 총선에서 송광호 의원에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당초 새정치연합 충북도당은 권기수 도의원의 시장 출마를 기대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고사했다. 결국 국회 입성을 노리던 이 시장이 지방선거에 차출돼 뜻밖의 선전을 펼친 것.

여당 텃밭에서 오랜 기간 야당 정치인으로 생활해 온 이 시장은 지역의 기득권 세력과 거리가 멀었다. 기존 언론· 언론인을 기득권에 편입된 세력으로 여길 수도 있다. 당선이후 기자단과의 갈등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텃밭의 고인물을 퍼내고 새 물을 채우고자 하는 개혁의지는 많은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바다. 하지만 파열음 없이 조용한 개혁을 기대하는 것도 그네들의 심정이다. 이 시장이 그 첫 매듭을 어떻게 풀어갈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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