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은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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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은 불가능한가?
  • 성세경 시민기자
  • 승인 2014.11.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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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행복은 인간존엄성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시작
   
▲ 성세경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사무국장
노동조합 일을 하면서 틈틈이 생각해본다. 사회가 행복해지려면, 세상이 살 만하려면 누가 행복해야 할까? 맘 통하는 동료들과 이야기도 해보고, 가까운 학부모 아빠들과 술자리에서도 안주삼아 이야기 해본다. 최근에는 독서모임에 참여하는데, 여기서도 아이와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사실 난 노동자가 행복하면 좋은 세상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고서부터 노동자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행복해야 좋은 세상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철이 들고서부터 부여잡고 있었던 노동문제, 그리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부터는 교육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행복해지려면, 학교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작은 학교로 전학가고, 근처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 하지만 작은 학교도 왕따 문제를 피해갈 순 없었다.

작은 학교에서 일어난 이른바 ‘왕따’ 문제는 전사회적인 현상이다. 성적이 인성을 대신할 수 없다. 학습도 중요하지만 학습이 전부가 아니다. 멀리 보면 인성과 관계형성이 어쩌면 학습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소중할 수 있다. 내 아이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이 문제를 키우고 있는 듯하다.

관계폭력은 교사와 학부모는 공부해야 할 영역이다. 아이가 행복한 세상은 학교에서 관계폭력이 사라져야 가능하다. 학교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협동,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우고 익혀야만 관계폭력은 서서히 사라지고 맑고 밝은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아이에게 ‘자존감’이 중요하다면 노동자에게는 ‘인간존엄성’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하지만 공장은 군대와 비슷하다. 그래서 병영적노동통제라는 용어도 생겨난다. 특히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인간존엄성을 찾아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공장은 노동자에게는 밥줄이지만 사장은 돈 줄이다. 그래서 사장과 사업주는 노동자를 기계부속품 따위로 취급한다.

나쁜 관리자를 만나면 욕설과 성추행은 기본이다. 임금에 불만이 있거나, 일하다가 다치거나, 노동조합 ‘노’자만 끄집어내면 그날로 해고다. 이윤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들은 제거대상이며, 그중 가장 으뜸은 노동조합 설립이다.

   

청주시청 앞에서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하 노인병원) 권옥자(57세) 분회장은 단식투쟁 24일째 되는 날인 10월 29일 이승훈 청주시장과 면담이 이뤄졌다. 청주시장이 발 벗고 나서서 11월 1일자로 해고자 대부분이 복직되었다.

노인병원은 2009년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인 의료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청주시가 157억을 투여해서 만든 공공병원이다. 청주효성병원에서 위탁운영하다 2012년부터 불법과 탈법, 유착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2013년 1월부터 한수환이라는 사람이 인수해 지금껏 위탁운영하고 있다.

2013년 10월에 노조를 설립했는데, 조합원 한 분이 근로계약서를 요구하자 회사 노무사는 “노무사의 지적 재산권이라 줄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이 노조설립의 결정적인 배경이다. 오죽했으면 간병인뿐만 아니라 간호사와 사회복지담당, 영양실, 작업치료실에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했을까? 10월 29일 청주시장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한수환 병원장은 단체교섭을 결렬시키고, 조합원 재징계를 운운하고 있다.

노동자의 행복은 인간존엄성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시작된다. 노동자를 업신여기고, 노조를 파괴하려는 행위는 노동자의 ‘인간존엄성’과 ‘행복권’을 박탈하는 행위이다. 이는 반사회적 범죄행위로 엄중하게 처벌되어야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사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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