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청사에서 그림보고, 책보고, 논다”

서울시청사 대표적···‘시민청’에서 토론회·강좌·콘서트·전시회 모두 가능
광주광역시 올 여름 무더위 때 캠핑·영화상영·문화콘서트 열어 ‘큰 인기’

2015-08-11     홍강희 기자

과거 지자체 청사는 공무원들만의 사무공간 이었다. 시민들을 위한 배려라고 해야 민원실에 의자 몇 개 놓는 게 전부. 충북도청과 청주시청 모두 외부인들이 사람을 기다리거나 앉아 일을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신축하는 청사에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설치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청사. 지난 7월 31일 서울시청을 다녀왔다.
 

청주시는 오는 11월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청사건립방향을 결정키로 했다. 중요한 것은 향후 신축, 리모델링, 혹은 신축+리모델링 중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더라도 새 청사가 시민 모두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공무원들만의 청사는 이제 의미가 없다. 시민과 함께 쓰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청사는 리모델링+신축 방식으로 지난 2012년 10월 건립됐다. 1926년 경성부 청사로 시작된 구청사 본관을 허물지 않고 서울도서관으로 리모델링했고, 그 뒤에 한국 전통가옥의 처마를 재해석한 유리건물을 신축했다. 청사 앞에는 서울광장이 있다. 구청사는 올해로 90세의 나이가 다 될 정도가 됐다. 2003년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근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서울시청사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서울도서관과 신청사 지하의 시민청, 8층의 하늘광장 갤러리, 9층의 하늘광장이다. 서울시 측은 “신청사는 직원들의 사무공간이 55,708㎡(62%), 시민 문화공간이 35,080㎡(38%)”라고 말했다. 서울도서관에는 일반자료실과 옛 청사 흔적자료실, 세계자료실, 옛 시장실, 기록문화관 등이 있다.


시청사 로비는 하나의 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전수천 작가의 ‘메타서사-서벌’이라는 웅장한 작품과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수직정원을 볼 수 있다. 수직정원은 1516m 면적에서 아이비, 스킨답서스 등 14종의 식물이 자라는 공간인데 로비에서 7층까지 이어져 있다.


재미있는 곳은 신청사 지하 1~2층의 시민청. 서울시 측은 “시민청의 ‘청’은 관청 청(廳)자가 아닌 들을 청(聽)자 이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청의 로고도 사람의 귀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시는 입구에 안내데스크를 설치하고 시민들의 각종 요구를 해결해주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청은 시민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이 주인되는 곳이다. 콘서트, 살림장, 결혼식 등의 각종 이벤트부터 토론회, 강좌, 워크숍 등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참여해 각자 창의성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민들의 놀이터 ‘시민청’


시민청은 신청사 건립 공사중 발굴된 유구와 유물을 전시하는 군기시유적전시실, 청년창업기업·사회적기업·장애인기업 등 사회적 배려대상 기업의 우수제품을 전시·판매하는 다누리,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활짝라운지, 청계광장에서 하던 ‘할말있어요’를 옮겨온 시민발언대, 다양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지구마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 7월 31일 이 곳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북적였다. 한 쪽에서는‘서울, 규방전’ ‘내가 만난 아프리카전’이 열리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한 그림그리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커피와 음료 등을 즐겼고, ‘다누리’코너에서는 옷·가방·악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바로 앞 작은 서점은 책을 사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9층 하늘광장으로 올라가면 휴게공간이 있다. 장애인단체가 운영하는 ‘행복플러스가게’에서는 커피와 음료, 빵, 과자 등을 판매한다. 시청사를 둘러보는 ‘서울시청사 통통투어’에 참석하는 시민들이 여기서 요기를 하곤 한다.

 


한편 광주광역시는 올 여름 무더위 때 청사 내외부 공간을 재미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큰 인기를 끌었다. ‘열대夜 친구야 같이 놀자’라는 주제로 캠핑·영화상영·어린이자전거 대여·문화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 “캠핑은 접수 5분만에 100가족 신청이 마감됐다”는 게 광주시 설명.


그리고 경기 군포시의회는 올해 1~2층 로비를 전시장으로 꾸며 시민들의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고, 경북 달성군은 지난 2014년 차 한잔과 함께 예술작품을 볼 수 있도록 청사에 ‘참꽃갤러리’를 개관하고 틈틈이 전시를 열고 있다. 경북 칠곡군도 지난 2014년 청사를 리모델링하면서 갤러리를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