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고] 허인회와 이인제의 ‘절’
2002-04-29 충청리뷰
올해 만 37세,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민주당의 완벽한 ‘386’인 그는 암팡진 외모가 특히 인상적이다. 그의 당찬 모습을 보노라면 덩달아 젊은이의 힘과 열정을 느낀다. 그러나 민심은 그에게 두 번의 좌절을 연거푸 안겼다. 그렇다면 허인회의 한계는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했다.
보궐선거전 내내 그는 이른바 청와대 ‘절’ 사건에 시달렸다. 지난해 4.13총선이 끝난 후 청와대의 공식모임에 초청된 그는 느닷없이 바닥에 넙죽 엎드려 DJ에게 큰절을 올리는 바람에 한 동안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이 장면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고, 그의 돌출행위에 당혹해하던 DJ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 일 때문에 그는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사람들이 모인 공적인 자리에서의 큰절은 아무래도 386 이미지와는 괴리감이 있었던 것이다.
상대 후보들로부터 이 문제로 시달림을 받게되자 그는 또 한번의 기발한 착상을 한다. 선거구의 숱한 사람들한테 큰 절을 올린 것이다. “대통령한테 했던 절 한번 받아 보십시요”라며 유권자들한테 올린 절이 족히 1만번 정도는 될 것 이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이것도 부족했음인지 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역대 대통령에게 숨어서 절한 사람이 수천명은 될 것이다. 지하실에서 은밀히 충성맹세하는 것보다 오히려 떳떳하지 않으냐”고 자신의 행위를 강변했지만 오히려 알만한 사람들은 “젊은 사람이 좀 약아빠지다”는 반응을 보였다. 386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결코 큰 것이 아니다. 요즘 TV 선전에 나오는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예’라고 말할 수 있는...” 바로 이런 패기와 참신함을 바랄 것이다. 주군(主君)을 향한 큰절은 안타깝게도 이런 신선함보다는 정치판의 구태를 더 연상시켰다.
‘절’ 때문에 눈총을 받는 사람이 또 한명 있다. 민주당의 대권주자 이인제씨다. 약 2년전 그는 상도동을 찾아가 YS에게 큰절을 올렸고 역시 이장면은 ‘YS-IJ 화해할까?’ 등의 제목으로 신문에 실려 한참동안 화제가 됐다. 9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하자 뛰쳐 나가 신당을 창당한 ‘탕아’의 귀소(歸巢)를 맞아들인 YS의 흡족한 미소가 지금까지 묘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이인제의 큰절은 과연 어떤 결과를 잉태할까, 자못 궁금증을 던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