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환이 남아있는 ‘청원농장’

2016-09-22     육성준 기자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청원농장’은 한때 한센인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이곳에 들어와 가축들을 먹이고 밭을 일구며 삶의 터전을 삼았다.

1966년 9월 이맘때 당시 23세 남편과 함께 ‘청원농장’ 이름을 짓고 오랜 시간을 살아온 김경자(73·가명)씨가 3년 전 사망한 남편을 회상했다.(사진 맨 위) “축사를 남편과 손수 다 지었죠. 새끼돼지 두 마리로 시작해서 300마리로 식구를 불렸요. 그 덕에 자식들 다 대학까지 보냈죠. 여기서 고생한 것 생각하면 도저히 떠나지 못하겠어요.”

김씨와 남편은 50년 전 황무지였던 이곳에 마을을 만들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함께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곳의 주민들은 9년 전 청주시 내수읍으로 거의 집단 이주했고 김씨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종종 찾아와 남은 마을을 가꾸고 있다.

1999년 첫 부임 후 현재까지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정상구 목사가 당시 교회를 둘러보았다.(사진 맨 아래) “한때 교인이 31명까지 있어 예배당이 꽉 차 있었죠. 그땐 교회가 굉장히 커 보였는데 지금은 다 돌아가시고 몇 분밖에 안 계세요. 힘들지만 인도해 주신 사명이니까 부르신 자리에 끝까지 남아있어야죠.”

현재 ‘청원농장’은 없어졌지만 이들의 애환어린 삶은 마을 구석구석에 깊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