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여성이 아니다. 대통령이다
홍강희의 同床異夢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 사생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했다는 말이 국민들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 항간에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 중 하나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여성 대통령을 뽑으면 한국처럼 된다”며 노골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말까지 떠다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유 변호사 말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법을 위반해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고려할 지점이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은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아닌 대통령으로서 헌법질서를 파괴한 것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은 약하고 특별하게 보호받아야 하거나 배려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성차별적이고 성별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박 대통령은 여성이 아니다. 대통령이다. 그를 여성으로 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사건이 터지니 여성 운운하는 게 참으로 우습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여성들 성형기록 모두 공개해야 하느냐. 대통령의 인권은 발가벗겨져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갱년기 치료는 여성들이 가장 감추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 사람 또한 박 대통령을 그저 여성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여성이라서 한 게 아니고, 한 사람의 후보에게 한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들 성형기록을 모두 공개해야 하느냐고 한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일반여성이 성형수술을 받든 갱년기치료를 받는 태반주사를 맞는 국민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대통령이 국정을 챙겨야 할 시간에 비선실세 최순실과 일반 병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들며 성형시술을 받고 태반주사를 맞았다면 그건 큰 문제다. 대통령의 건강은 1급기밀이기 때문에 청와대 안에 주치의가 있는 것인데 굳이 일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대선 때 혹시 여성의 지위가 나아질까 박 대통령을 찍었다는 사람이 있다. 그는 지금 후회하고 있다. 만일 박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성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였다면 많은 여성들이 여성대통령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지위는 오히려 후퇴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여성들에게 그저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인 대통령으로 존재한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뒤 7시간의 행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보톡스를 맞았다, 성형 시술을 받았다는 등의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를 추적하고 정치권에서도 이슈화하자 청와대는 도표를 만들어 대통령의 행적을 밝혔다. 그 시간에 세월호 보고를 받았으며 국정을 챙겼다는 주장이다. 세월호 사건을 듣고 한 걸음에 현장으로 뛰어가도 시원찮을 판에 대면보고도 아닌 서류보고를 받고 있었다니 누가 믿겠는가. 그리고 그렇다면 왜 진작 밝히지 않았는가. 박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당당하지 못하다. 뭔가 감추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연설문 개입을 시인했다. 혹시 세월호 침몰 후 성형 시술을 받았다고 시인하는 날이 올까? 그동안 자연재난이 났을 때 골프쳤다고 한 방에 훅 날아간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본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총리이지 여성이 아니다. 박 대통령도 그저 대통령이다. 때문에 이 지위에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