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커피맛 청주전파하는 남자

30년 음악인생의 카페지기 ‘59알의 원두’ 길원득 씨

2018-01-11     육성준 기자

라이브 공연장을 찾은 듯한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음악 소리, 건반 해마와 선율을 훤히 느낄 수 있는 투명 피아노.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무심천 변에 위치한 카페 ‘59알의 원두’의 분위기다. 카페 주인장은 CJB청주방송 JOY FM(101.5MHz) 라디오 <길원득의 음악앨범>에서 18년째 DJ로 활동 중인 길원득 씨다. 지방방송사 중 최장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충청지역의 삶 구석구석을 라디오로 전달하는데 그 시간을 제외하곤 이곳에서 바리스타이자 사장이고 DJ이다. 학창시절 음악에 미친 친구들과 모여 전국의 유명하다는 음악 감상실을 찾아 돌아다녔다는 길 씨의 소망이 이루어진 셈이다.


3만 여장의 LP판 앨범을 듣고 대학노트에 노래제목과 쓰인 악기, 그리고 해설을 육필로 적으면서 음악을 섭렵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은 결과 그의 중지 첫 마디는 지금도 딱딱한 굳은살이 배어 있다. 그러니 들려주는 한 곡 한 곡마다 음악적 식견과 내공이 저절로 묻어난다.


그의 프로그램은 특히 사회적 약자, 학교 밖 청소년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고정’되어 있다.
“우리 인식 속에서 이미 서울과 서울이 아닌 곳으로 나뉜 것 같아요. 지역에 살면 우리 지역의 소식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에는 우리를 따뜻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 이웃들을 찾아 소개하고 서로 나누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 따뜻한 후원자들의 성원 덕분에 지난 2016년 여름, 카페 ‘59알의 원두’는 문을 열었다. “지역의 연주가들이 큰 부담없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차도 마시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말이죠.”


방송시간을 제외하곤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가게를 지킨다. 카페 한편에는 방송국 편성실을 연상케 하는 작은 공간이 숨어있다. 그만의 스튜디오다. “이곳은 오늘 시작하는 말을 생각하고 방송 진행은 어떻게 할까 준비하는 공간입니다. 원고가 따로 없이 직접 진행을 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죠.”


일리 캡슐커피를 비롯해 국산 차와 혼자 마시는 술 전용 좌석도 마련돼 있다. 앉는 자리마다 무심천 풍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우연한 기회에 한 지방방송사 게스트로 초대돼 DJ와 인연이 시작된 그의 음악인생 30년.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색 속에 때론 거친 진행으로 수많은 마니아층을 이끌고 있는 길 씨의 카페 ‘59알의 원두’는 아침마다 60알의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마셨다는 베토벤보다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