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당충북도당 구심점 잃고 흔들흔들
도당 위원장-사무처장 욕설 파문으로 이미지 훼손
사무처장 공석, 정책실장 선거준비 ‘당은 누가 지켜?’
더민주당중앙당, 욕설파문에 대해 19일 현장확인 조사 마쳐, 결과는 아직
“오제세 위원장, 도지사 선거 공정한 게임 하려면 위원장 사퇴해야” 여론
정치철학 검증하지 않고 입당자 다 받나…정체성 혼란 올 것
6·13 지방선거를 몇 개월 앞둔 중요한 시점에 더민주당충북도당이 흔들리고 있다. 더민주당은 전국적으로 분위기가 좋아 지방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이나 최근 충북도당은 구심점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지사 출마를 공식선언한 오제세 도당위원장은 A 사무처장과의 욕설 언쟁 논란으로 뒷말들이 많은데 이어 공정한 게임을 하려면 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또 위원장 궐위시 도당을 끌고가야 할 A 사무처장은 오 위원장과 갈등을 겪고 대기발령을 받은 상태다. 그리고 처장 대신 주요 업무를 챙기고 있는 이상식 정책실장은 이번 지방선거에 흥덕구 복대1·2동 쪽 도의원으로 출마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일부 당원들은 “당헌·당규상에는 선거 4개월전인 2월 13일까지 위원장을 사퇴하도록 하고 있지만 위원장이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으면 일찍 나가야 공정한 게임이 될 것이다. 위원장직을 갖고 있으려고 하니 말이 많은 것 아닌가”라면서 “위원장은 본인 선거 때문에 정신이 없고, 사무처장은 공석이고, 정책실장도 출마한다고 하면 도당은 누가 이끌어 가느냐”고 하소연했다.
둘 사이의 주장 확연히 달라
지난 19일 더민주당중앙당은 청주에 내려와 오 위원장과 김 전 처장의 욕설 파문에 대해 현장확인 조사를 하고 돌아갔다. 오 위원장과 충북도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한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당직자는 징계위를 열지 않고 인사위원회에서 처리한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욕설파문에 대해서는 둘 사이의 주장이 서로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처장은 오 위원장한테 심한 욕설을 들었다는 것이고, 오 위원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일은 지난 8일 ‘오마이뉴스’가 “익명의 제보자는 지난 3일 오후 오 위원장이 A 처장에게 기사를 막지 못했다고 반말과 육두문자를 써가며 다그쳤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이 기사는 모 통신사가 보도한 ‘이시종 지사 “품위 지켜라”...오제세 의원 겨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 의원실 관계자는 “오 위원장이 사무처장에게 기사를 막으라고 한 적도 없고, 욕설을 한 적도 없다. 중앙당에서 현장확인을 하고 갔으니 결과가 나올 것이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위원장 사퇴 시점에 대해서는 “사퇴시한이 2월 13일이다. 그전에 사퇴하겠지만 정확한 날짜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번 일을 통해 본인에게 좋지 않은 기사는 막아야 한다는 오 위원장의 ‘위험한’ 언론관이 인구에 회자되자 기자들 사이에서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그리고 양 측의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사무처장의 경질을 요구한 것이나, 또 그것을 일부 실행한 더민주당중앙당의 행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현재 A 처장은 더민주당중앙당으로 출근하고 있다. 항간에는 오 위원장과의 전화 통화를 녹취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더민주당도당 관계자는 “녹취록이 있다고 들었다. 그가 이 문제를 더 이상 확대시키고 싶어 하지 않아 녹취록 존재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이 문제가 진실게임으로 가거나 본인이 불명예를 입는다고 생각하면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이러다 섞어찌개 될라
하지만 A 처장은 이번 일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당에서 일을 마무리하면 공식적인 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더민주당에서 근무했고, 지난해 10월 충북도당 사무처장으로 발령 받았다. 한 관계자는 오 위원장과 김 전 처장이 몇 번 부딪친 적이 있고, 전에도 김 전 처장이 오 위원장으로부터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반 당원들은 지도부 때문에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됐다고 우려했다. 한 당원은 “진실게임으로 간다고 하지만 문제의 원인과 과정을 들여다보면 누가 원인제공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사무처장이 위원장 아래에 있는 사람인데 위원장에게 괜히 욕설을 할리는 없을 것이다. 하루빨리 정리돼 당이 원활하게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더민주당은 1월 말에 예비후보자들을 검증하는 후보자검증위원회를 중앙당과 각 시·도 당에 구성한다. 중앙당에서는 시장·도지사, 시·도당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입후보 예정자들에 대한 자격과 도덕성 등을 검증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오 위원장의 사퇴론이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 도당에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입후보 예정자들을 검증하는데 도당 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최근 더민주당충북도당에 무소속이나 타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입당하는 것에 대해서도 뒷말들이 많다. 특히 더민주당과 정치철학이 맞지 않는다고 알려진 정치인들이 분위기가 좋은 더민주당으로 갈아타자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치인 모 씨는 “이럴 때 일수록 더민주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올 지방선거에서 유리하니까 너도 나도 입당하려고 하는데 다 받으면 뭐가 되겠나. 정통성 시비가 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항간에는 더민주당도당이 실수로 모 정치인의 입당원서를 받았다는 말도 있다. 이에 대해 더민주당도당 관계자는 “대선 때 더민주당 후보를 공격한 정치인들의 입당원서는 반려했다. 그 외 입당하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문호를 개방했다. 이것마저 막을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