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건넨 시집 <풍등>

시인이자 해직교사였던 김시천 씨 별세

2018-04-10     박소영 기자

김시천(본명 영호·캐리커처) 시인이 지난 7일 별세했다. 향년 63세.

고 김시천 시인은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사로 재직하며 1987년 분단시대 동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교사운동협의회를 거쳐 전교조 충북지부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1989년 해직됐다. 이후 몇 년이 지나 복직했지만 그는 돌연 사표를 던지고 잠적했다. 그렇게 그는 10여년을 지인들에게 연락을 끊은 채 바람처럼 지냈다.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던 대학 1년 후배인 김이동‧송영국 교사는 김 시인과 지난해에야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이미 암이 온 몸에 깊이 퍼진 상태였다. 김이동‧송영국 교사는 김 시인에게 유작이 된 원고를 넘겨받았다. 김 교사는 “이미 발문부터 목차까지 정리가 돼 있는 원고였다. 지난 1월 <풍등>(도서출판 고두미)시집이 나왔고, 가족을 포함한 5명이 모여 그가 살던 아파트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당시 몸이 반짝 회복됐지만 그 후 일어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 시인의 빈소는 청주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시신이 기증돼 8일 24시간만 영결식이 진행됐다. 그의 마지막 길에는 해직교사 시절 함께 투쟁했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김병우 교육감, 동료 교사 등이 함께 했다.

김 시인의 영정사진은 김이동 교사가 그린 캐리커처로 대신했다. 김 교사는 “장례식도 안하겠다는 것이 고인의 뜻이었지만 딱 하루만 손님을 받았다. 독특한 감성은 있어도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특이한 예술가였다”라고 말했다.

송영국 교사는 김 시인이 생전에 시집을 내기 전 보내 온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책의 용도는 나 떠날 때 친구들에게 인사를 나누려는 것인데 난 장례식을 안 하니까 정신 멀정할 때 미리 만들어 놓으려고 하는데 내가 잘 못 움직이니까 준비가 어렵네….”

<풍등>시집에는 그의 마지막 이야기가 담겨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을 위한 시도 있다. 송 교사는 “40년 인연을 뭐라 한마디로 말하기가 어렵다. 내밀한 부분까지 알고 지낸 긴 인연이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