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명암·산성동 주민들은 아이 행복이 최우선

청주 43개 주민자치위원회 가운데 유일한 행복교육지구
위원들 투잡 뛰며 아이가 행복한 프로그램 만들려 노력

2018-11-07     권영석 기자

‘용담·명암·산성동 주민자치위원회(이하 주민자치위)’는 올해 청주행복교육지구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청주시내 43개동 주민자치위원회 가운데 유일하다. 사업에 선정되고 주민자치위는 곧바로 행복교육분과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분과장은 주민자치위에서 활동하며 고2, 중3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동혁 위원이 맡았다. 그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평소 교육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아이들은 늘 공부에 치인다. 놀며 행복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 ‘아이가 행복해야 마을이 행복하다’는 슬로건으로 공동체 운영을 시작했다. 공동체는 아이들의 아지트가 되고 싶다. 여기에 공감한 어른들이 힘을 모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교육공동체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총 25명의 주민자치위원 중 5명이 중심이 되어 공동체를 꾸렸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주민센터에서 유휴공간을 내줬다. 최현자 동장은 “주민자치위원들이 아이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활동하는 모습에 엄마들의 참여가 높다. 아이들의 주민센터 방문도 늘었다”며 “그 덕에 센터가 노인과 아이를 포함한 주민 모두의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있을 때마다 센터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김진환 위원장이 있다. 그는 군부대를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는 25년차 사업가다. “사업을 하며 여러 동네를 돌아다녀도 용담·명암·산성동 만큼 인프라가 좋은 곳이 없다. 그런데 동네는 늘 관급 행사 동원 1등 밖에는 자랑할 일이 없었다. 주민 입장에서 안타까웠다. 더 좋은 일로 1등할 이유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이를 바꿔보고자 주민자치위원회에 참여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2016년부터 주민자치위원회 일을 맡았다.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진행하던 ‘마을경로잔치’를 ‘용담광장 버스킹페스티벌’로 바꿨다. 페스티벌은 사람들에게 금천광장이라고 알려진 용담광장을 청소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주변 학교들로부터 도움을 얻어 학교 동아리 아이들이 공연을 한다. 지난 9월 14일 열린 3회 행사에는 20개 팀이 참여했다. 초빙한 전문팀과 학생 동아리 그리고 행복교육지구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을 중심으로 무대를 꾸렸다. 모두가 어우러진 페스티벌은 마을 아이들의 잔치였다. 김 위원장은 “동네에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많다. 그래서 1년에 한번인 마을축제만큼은 아이들이 뛰놀 공간으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부 없는 프로그램 우선

주민자치위에서는 4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로 방학과 주말 시간을 이용해 진행했다. 80여명의 아이들과 마을탐방, 풍물놀이, 난타, 드론체험 수업을 진행했다. 공동체에서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김희란 재무위원은 “프로그램은 주로 예체능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학원공부에 매진하다보니 늘 생활에 치인다”고 말했다.

그래서 위원들과 아이들이 웃으며 참여할 프로그램을 만들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는 “아이들에게 공부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얼마 전에는 외부강사를 초빙해 드론 수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업을 계획하며 준비할 것도 많고 예상보다 지출이 커 놀랐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웃는 모습에 어른들의 고생은 눈 녹듯 사라졌다”며 “늘 예산이 문제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십시일반 후원을 받아서라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음이 먼저 움직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위원들의 노력으로 4번의 프로그램이 모두 끝났다. 방학 때 진행한 프로그램은 지원자가 800명이 넘었다.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80명의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주민자치위는 올해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직능단체봉사자와 아이들의 만남’을 기획한다. 김태연 부위원장은 “용담·명암·산성동에는 여러 직능단체들이 있다. 마을을 위해 활동하지만 아이들은 어떤 단체들이 있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용담·명암·산성동은 지난해 수해 때 피해를 입었다. 당시 직능단체를 비롯한 주민조직이 나서 수해복구에 힘을 썼다. 김 부위원장은 “아이들이 동네를 위해 활동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공동체의식을 더 배웠으면 한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안동 하회마을을 탐방할 계획이다. 어른들과 아이가 함께 여행을 떠나 서로 교류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쉬움 거름삼아 내년기약

올 한해 열정적으로 달려온 주민자치위이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김 위원장은 “다들 생업이 있어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교육공동체일 뿐 아니라 주민자치위 일도 적지 않아 위원들 모두 투잡은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사무국장이 생업 문제로 인해 갑자기 그만두는 일이 생겼다. 그는 “사무국장이 그만두며 중간에 일이 붕 떴다. 빈자리가 컸지만 위원들이 희생해서 공백을 메웠다”고 말했다.

올해의 어려웠던 경험들을 거름삼아 내년에는 용담·명암·산성동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만들 계획. 감사를 맡고 있는 한혜숙 위원은 “동에는 명암저수지, 박물관등 특색 있는 곳들이 많다. 내년에는 산성동에 생태공원이 만들어 진다. 주민들과 함께 이 것들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희란 재무위원은 “그러기 위해 예산이 더 필요하다.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자면 선생님 수고비부터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지금 상황에서는 지급할 예산이 거의 없다. 대부분 재능기부로 진행하는 수준”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에는 교육청의 프로그램 몇 회 운영에 예산은 얼마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 속에서 마을에 필요한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계획하고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업을 진행하며 아쉬움들이 있었지만 주민자치위원들은 내년에는 더 잘해보자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마을 사람들이 이제 행복교육지구 프로그램을 주민센터에서 한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 것만 해도 큰 발전이다”며 “올해는 용담·명암·산성동 주민자치위원회만 행복교육지구에 참여했지만 앞으로는 청주시내 43개 모든 주민자치위원회들이 함께했으면 한다. 그래서 마을 인프라를 활용해 아이가 놀 장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올해 행복교육지구사업이 마무리되어 간다. 용담·명암·산성동을 포함해 청주에는 25개 단체가 운영하는 행복지구 공동체가 있다. 이들 가운데는 이전부터 마을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곳, 이제 막 조직을 만들며 좌충우돌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마을은 아이가 키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공동체를 꾸려갔다. 마을 곳곳에는 이들이 활동하며 내린 뿌리들이 자리 잡았다. 튼튼하게 뻗은 뿌리가 마을을 지탱하는 날까지 청주행복교육지구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