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까지 삼켜버린 흰 연기는 ‘수증기?’

2019-02-12     육성준 기자

도시가 발전해 생활이 윤택해지는 건 거저 얻는 게 아니다. 그만큼의 희생이 따른다.

2월의 늦은 밤, 청주 도심에 위치한 한 반도체 공장 수십 개의 굴뚝에서 내뿜는 흰 연기가 밤하늘을 삼켰다.

충북은 얼마 전 철도와 고속도로 등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선정돼 6조 6000억원의 예산을 받게 되었다고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미세먼지 1위,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따라다니고 있다.

청주시 복대동에 사는 이서진(42)씨는 “외적인 경제개발보다 내적인 성장에도 기여했으면 한다. 지금 청주는 청소년자살률이 1위인 도시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질풍노도 시기의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즐길만한 놀이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이성우 사무국장은 SNS를 통해 “충북의 심각한 미세먼지 원인으로 충북을 지나는 경부와 중부 고속도로를 꼽는 전문가도 있다. 그런데 이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포함된 사업 중엔 고속도로 건설이 역시나 있다. 개발 일변도의 지자체 정책방향이 바뀌지 않고서는 미세먼지 저감과 대기질 개선은 어렵다. 미세먼지, 주민 환경 피해를 모른 척하는 이런 막무가내식 개발 사업을 언제까지 환영만 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청주의 밤하늘까지 삼켜버린 흰 연기는 ‘수증기’로 포장돼 청주를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