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신이 된 지현옥 가슴에 묻어

충북 14좌 원정대 조철희 대장, 안나푸르나 정상 등정

2019-05-01     육성준 기자

충북 히말라야 14좌 원정대를 이끄는 조철희(50) 대장이 지난 4월 23일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 중 하나인 안나푸르나(8091m) 등정에 성공했다. 조 대장의 당시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문자로 답하는 형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안나푸르나는 지난 1999년 충북 출신 세계적 여성 산악인 고 지현옥(당시 40세)씨가 하산 도중 실종된 곳이다. 지 씨는 그의 대학 산악부 선배로 영원한 형이었다. 그래서 이번 등정은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올해가 추모 20주년이 된다.


그는 “하나하나 마음 쓰였던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현옥이 형~ 하고 되뇌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고 목이 메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흐느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지난 2009년 히운출리(6441m)북벽 직지루트를 오르다 실종된 고 민준영(당시 37세), 박종성(당시41세) 대원의 사진을 꺼내 들고 가슴에 묻고 왔다. 그는 “비록 그대들이 추구했던 히운출리 북벽은 아니지만, 너른 품으로 히운출리를 보듬고 있는 안나푸르나의 풍요로움이 그대들의 꿈을 기억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조 대장은 삭발투혼까지 하며 부족한 산소통을 달고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자칫 하산길에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에서 초인적인 힘으로 버틴 것이다. 그는 “정상으로 접어드는 마지막 꿀루아르(7600m) 진입시에는 깜빡 졸았다. 산소부족이었다. 당초 4리터짜리 압축산소 두통으로 정상등정 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계산했는데, 많이 내린 눈을 뚫고 가느라 애를 먹었다” 고 말했다.


조 대장은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만났던 중국계 말레이시아 산악인(Mr. Wui Kin Chin)이 정상등정 후 하산도중 7500m 지점에서 더 이상 못 내려오고 끝내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이틀 뒤 헬기수색으로 극적 구출했다는 기적적인 일화도 전했다.


조철희 대장이 이끄는 충북 히말라야 14좌 원정대는 오는 5월 29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출국, 가셔브럼1봉(8068m)과 가셔브럼2봉(8035m)을 연속 등정할 예정이다